플라스틱 ‘킹’
“올해는 PEEK 개발 30주년이 되는 해로 빅트렉스 외에 몇몇 회사에서도 PEEK을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시장의 90% 이상은 저희 제품입니다. 빅트렉스 PEEK은 사출 가능한 플라스틱 중 가장 뛰어난 퀄리티를 지녀 경쟁우위에 있으며 디자인이 자유롭고 가공방법도 다양해 수많은 응용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PEEK)의 대명사인 영국 빅트렉스(Victrex plc) 사의 랄프 바이디히(Ralf Weidig) 글로벌 오토모티브 매니저가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PEEK이 주는 혜택에 대해 소개하기 위해서다.
빅트렉스 PEEK은 고순도의 무첨가 제품부터 강도나 내마모성, 전기적 특성 등을 강화하는 강화재가 첨가된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으며 폴리머 시트나 튜브 같은 고형 원료나 필름, 코팅재 등의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PEEK은 주로 ABS, 엔진의 오일펌프, 트러스트 와셔, 터보차저 임펠러, 변속기 실링, 포크 패드, 각종 기어와 댐퍼/클러치 등에 적용되고 있다.
금속보다 우월
자동차 메이커들의 차체 경량화와 연비개선 노력이 본격화 된 것은 3~4년 전부터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CO2 등 오염 배출 수준을 낮춰 Euro 6나 Bin5, LEVⅡ 환경규제 요구에 맞춰야 하고,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자동차 부품 및 재료의 재질, 중량 데이터 시스템(IMDS),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 유럽 화학물질관리규정(REACH) 등에 대응해야 한다. 또 엔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찰에 의한 동력 손실을 줄이고, 라이프 타임 확대를 통한 신뢰성, NVH 개선을 통한 쾌적성 등 시스템 성능개선 노력과 동시에 엔진의 다운사이징과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혁신 노력이 강화될수록 PEEK 채용도 확대될 것입니다. PEEK은 단가 자체만 따진다면 코스트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지만 사용 연수, 프로세스 비용 등 토털코스트를 고려하면 보다 경쟁력이 있습니다.”
바이디히 매니저에 의하면, 자동차는 에어컨이나 파워윈도, ABS 시스템 등이 추가되면서 차체 중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빅트렉스 PEEK으로 차량 부품을 제작하면 중량을 최고 90%까지 줄이는 동시에 내구 수명도 연장시킬 수 있다. PEEK은 기어의 금속 소재를 대체해 가고 있다. 기계 시스템에서 보다 높은 온도와 부하 하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소형화, 소음/진동 감소, 기능적 조합을 통한 비용절감 요구에 대해 탁월한 솔루션이 되고 있다. PEEK이 적용된 기어는 좌석 조절 장치, 에어컨, 공기 유입을 조절하는 전자식 스테핑 모터, 일렉트릭 파킹 브레이크, 전자식 서보 드라이브 등에 응용되고 있다. 시트 조절장치는 사고 시 안전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일렉트릭 파킹 브레이크에서는 극도의 조밀한 공간에서 150:1의 감축 비율을 얻을 수 있다.
펌프에서는 개스킷, 열경화성 수지 임펠러, 그리고 하우징에 플라스틱 부품이 사용되는데, 내부 부품의 엄격한 내구 조건을 만족하며 금속 소재를 대체하고 성능을 향상시킨다. PEEK을 사용하면 성능, 무게뿐만 아니라 소음도 현저히 줄일 수 있는데, 지로터를 사용한 오일펌프의 경우 최고 속도에서 10 dB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바이디히 매니저는 “포르쉐의 경우 배기량을 늘리지 않고 엔진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 터보차저를 활용하는데, 그 심장부인 임펠러에 PEEK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Bosch Rexroth는 유압 밸브의 밸브 포핏에 PEEK를 사용하고 있으며 압축강도, 내화학성, 난연성은 물론 사출성형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기술혁신의 잣대
자동변속장치(AT)에서 특정 기어 단계와 다른 기어 단계를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트러스트 와셔의 경우, 그동안 혹독한 조건 때문에 고가의 니들 베어링을 선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PEEK이 금속을 대체하며 플라이휠, 버스 자동변속장치의 유성기어 장치, CVT의 트러스트 와셔 등에 응용되고 있다. PEEK은 실링에 있어서도 자동변속장치에서 낮은 비중량으로 부드러운 기어 변속에 도움이 되는 접착 링 활성화 시간을 줄여준다.
PEEK은 고압 순간 커넥터(HPQCs)에도 채용되고 있다. HPQC는 브레이크나 파워 스티어링 등에 이용되는 나사형 커넥터의 대체품으로, TI Automotive의 경우 다양한 열가소성 제품들을 시험해 본 후 PEEK을 채용해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바이디히 매니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기술, 브랜드 파워를 갖추며 미드클래스에 도달했고 활발한 R&D와 과감한 신기술 채용으로 자동차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400만 대의 잠재력을 보유한 한국시장이 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빅트렉스는 한국 업체들이 PEEK에 대한 다양한 적용 테스트를 진행해 온 만큼 내년부터 PEEK 채용이 크게 늘어 한국시장에서 자동차 부문 매출 비중이 1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최근 플라스틱 채용률은 중량 기준으로 10% 수준인데, PEEK의 경우에 고 사양 차량 한 대 당 60 g이 들어간다. 바이디히 매니저는 한국에서는 최대 공급사인 현대와 만도 등에서 ABS 트랜스미션, 일렉트릭 파킹 브레이크 부문에 채용하고 있고, 다양한 응용 부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동차의 PEEK 채용량, 지역별 PEEK 판매량은 각국 메이커들의 개발 욕구를 가늠케 한다. PEEK은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으며 최대 공급사는 글로벌 톱 부품사인 보쉬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산업 전체 PEEK 판매에서는 유럽과 시장규모가 비슷한 수준으로 40%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동차 부문만 분리해 보면 일본에도 크게 못 미치는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바이디히 매니저는 “PEEK의 채용률은 SUV나 고급차 등 자동차의 규모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 욕구와 비례한다”며 “대형차가 많이 팔리는 미국시장에서 매출이 높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유럽 지역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 것은 그러한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선 작은 엔진으로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차가 스포티하다는 인식이 강해 성능 개선을 위한 R&D 노력에 사이즈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PEEK은 자동차 부품 엔지니어나 디자이너들에게 시스템 원가를 크게 절감하는 차별화된 디자인의 고품질 부품을 설계할 수 있게 해주는 유연한 소재로 확산 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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