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g In Hybrid의 나아갈 길
2008년 10월호 지면기사  / 글│박 철 완 박사 (myriad@drexel.edu) 테크니컬 라이터

지난 호까지는 가솔린, 디젤 자동차에서 Full Hybrid, Plug In Hybrid에 이르기까지의 미래형 자동차를 다루는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원고를 쓰던 몇 개월 동안에도 자동차 산업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필자는 지난 호에 리튬 이차전지 업체들에게 ‘신부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글을 맺었다. 원고를 넘기고 난 며칠 후 현대기아차가 SK에너지, LG화학, SB리모티브(삼성SDI와 보쉬 합작사)를 ‘신랑감’ 후보로 향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몇 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돼 온 사안이었기에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발표는 어느 영화에서 신랑감 후보에게 몇 가지 미션을 주고 자리를 차지하도록 했던 것과도 닮아 있다. 영화에서처럼, 미래형 자동차도 아리따운 신부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주변의 정보와 도움을 총동원하여 결혼과 사랑이라는 시작점을 달성할 일만 남았다. 특히, 이번에 신부감이 내건 결정적인 조건은 ‘Plug In Hybrid’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부의 아버지는 한발짝 더 나아가 또 하나의 조건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뭔가 추상적인 듯 하면서도 잡힐 듯 말 듯 한 화두를 꺼내들었다.
이번 호에는 ‘Plug In Hybrid’와 저탄소 녹색성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약간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도록 하겠다. 화학공학이나 기계공학을 배운 사람이면 친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선 ‘에너지 밸런스’라는 측면과 현재 고려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Plug In Hybrid에 대해 살펴본다.


GM과 토요타의 선택

에너지 밸런스라고 하니 마치 거창한 용어가 돼버린 듯하다. 그럼 에너지 밸런스라는 측면에서 정량적인 측면보다는 우리가 심각하게 감안해야 할 요소 중심으로 따져 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토요타자동차에서 주창한 Full Hybrid가 기존의 가솔린차나 디젤차에 회생제동 정도만 적용시킨 Micro Hybrid와 비교하였을 때, 에너지 효율이나 CO2 배출에 있어서 눈에 확 띌 만큼의 큰 이득이 없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전개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Full Hybrid가 달성하고자 한 에너지 효율 개선점이 배터리를 굳이 ‘심각하게’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공학 측면에서의 에너지 효율 개선점에 비해 크게 감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 근원적인 이유 중 하나는 Full Hybrid의 모든 에너지원이 어차피 ‘주유구’를 통해 공급된 화석연료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Plug In Hybrid가 가지는 발상에 있어 에너지 측면에서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 이미 제안돼 왔고, 한 때 나마 캘리포니아 주에서 실제로 달렸던 전기자동차 EV1에 사용되었던 ‘충전구’(아직 표준 용어가 없기 때문에 필자는 ‘충전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를 통한 전기에너지 공급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만 차치하면 가장 감동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의 원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Full Hybrid 도입기에 토요타와 GM의 입장을 한 번 되짚어 보도록 하자.
토요타가 Full Hybrid를 엔진과 모터의 절묘한 조합으로 만들어냈을 때 GM 엔지니어들은 Full Hybrid를 하나의 트림(trim)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즉, 하나의 차 모델이 개발된 후 그 차 모델의 베리에이션(variation)을 준 것 쯤으로 본 것이다. 독일 자동차에서 볼 수 있는 Brabus, AMG, M 에디션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미 EV1이라는 전기자동차를 리스 형태로 운용해 본 GM으로서는 Full Hybrid가 소비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그저 고만고만한 정도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토요타는 기존의 전지업체들을 믿지 않고 마쓰시타 그룹과 합작 투자회사인 Panasonic EV Energy를 설립해 자동차용 Ni-MH 이차전지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또 순수 전기자동차를 개발하지 않고 기존 자동차 기술과 혼성화시킨 형태의 Full Hybrid라는 변종 형태를 개발했다. 필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사에서 이 두 가지 관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먼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Plug In Hybrid는 기존의 Full Hybrid에 비해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내는데, 그 이유는 충전구를 통한 전기에너지의 공급에 기인한다. 단지 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제대로 만들어진 Plug In Hybrid는 Full Hybrid와 Pure Electric Vehicle의 사이 값에 해당하는 연료 효율을 발휘하게 돼 있다.
연료 효율에 대한 표현은 연료전지 자동차에서도 간혹 언급되기도 하는데, 가솔린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비 계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면 가솔린이나 디젤의 리터 당 단가 대비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쉽게 와 닿을 것이다[총 연료비(속칭 기름값과 전기값) 대비 주행거리].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전기자동차에 대한 수많은 시도를 지켜 봐 왔고 골프장, 대형 마트, 물류 시스템에서 사용되고 있는 초급형 전기자동차를 수없이 접해왔다. 심지어 세그웨이 형태의 새로운 이동수단도 있다. 이것만 해도 전기자동차는 분명 낯설지 않다. GM에서 만들었던 EV1을 주인공으로 한 “Who killed the electric car?”라는 작품도 이미 접해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이제 Plug In Hybrid에서 일어난 변화를 주목해 보자.
Plug In Hybrid는 Full Hybrid에 비해 몇 배로 증가된 배터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배터리를 충전하고자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비근한 예로 Full Hybrid 타입의 프리어스는 1.5 kWh 정도의 이차전지 시스템을, Plug In Hybrid 타입의 것은 5~10 kWh 정도를, GM에서 개발하는 Chevy Volt는 16 kWh 정도의 시스템을 장착할 것으로 보인다. 점점 커져가는 배터리 시스템은 EV 드라이브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주고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Plug In Hybrid는 우리의 삶을 바꿀 것임에 틀림없다. 분명 Plug In Hybrid는 주유구와 충전구를 동시에 갖췄기 때문에 날개와 다리가 있는 페가수스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왜 토요타는 Full Hybrid를 시작했고 미국에서 Plug In Hybrid에 대한 입장을 천명한 후에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을까? 또, 왜 GM은 결국 Full Hybrid를 건너뛰는 전략으로 Chevy Volt를 취한 것일까?
꼭 같지는 않지만 이차전지의 존재로 인해 가능하게 된 하이브리드 계열 자동차의 발전은 리튬계 이차전지의 역사적 흐름과 신기하게도 닮아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엔 그렇다.


역사의 재현

1990년대 초반에 소니에너지텍이 혁신적인 전지 시스템인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발표하면서 세계 전지산업은 3.6 V 비수계 이차전지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새로운 전지의 발표로 인간의 삶은 확실히 바뀌었으며 세계 IT 산업의 지각변동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흑백 휴대전화가 컬러로, 단화음 벨소리가 멀티 화음으로 진화하게 된 배경에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있었다.
이처럼 일본에서 시작된 모바일 에너지 혁명은 세계 Mobile IT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 미주 지역에서는 Plug In Hybrid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바로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라는 카드이다(독자 여러분은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와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를 혼동하지 않기 바란다. 이미 이차전지의 역사에서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는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폴리머 전해질 채용 이차전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미주 지역에서는 일본에서 신호탄을 쏘아올린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스스로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차세대라고 주장하며 리튬폴리머 이차전지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 그러나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채용한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배다른 동생인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의 등장과 함께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종종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는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를 지칭할 때 사용되곤 한다).
이러한 Mobile IT 분야에서의 전지기술의 개발 흐름이 의외로 차량용 전지 개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하이브리드에서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다. 처음엔 연료전지자동차가 그것이었고 이제는 Plug In Hybrid인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리튬 이차전지 산업에서 취했던 포지션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것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는 무기를 앞세워서 말이다. 확실히 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기술이 아닌 시장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Plug In Hybrid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취하고 있는 포지션이 이미 다르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미국과 일본은 출발점도 달랐고 Plug In Hybrid에서도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가지 접근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GM이 E-REV형 Chevy Volt를, 일본은 토요타가 프리어스의 Plug In Hybrid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핵심은 예전에 두 회사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취했던 포지셔닝과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사실 GM의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에 대해 다소 석연치 않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냥 이런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순수하게 모터로만 구동하는 자동차가 있다고 하자. 여기에 내장 이차전지 시스템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PEV(Pure Electric Vehicle)라고 지칭할 수 있다. 이 구동계를 거의 그대로 둔 상태에서 에너지원을 연료전지와 초고용량 커패시터 혹은 작은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로 대체한 차를 연료전지자동차(Fuel Cell Vehicle, FCV)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구동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전기자동차보다 작은 이차전지 시스템을 채용하고, 이 이차전지를 충전할 발전기용 소형 엔진과 가솔린 연료탱크를 넣은 것을 E-REV라고 한다.
PEV, FCV, E-REV는 구동계가 거의 같다. 굳이 차이점을 둔다면 버전이 다를 뿐이다.
GM의 Chevy Volt 방식의 변종 EV는 결국 나오게 될 것이다. 의외로 기술도 어렵지 않다. 적어도 토요타에서 만든 것처럼 자동차 제어 시스템을 통해 엔진을 멈추고 모터를 돌리고 하는 등등의 복잡한 제어가 크게 줄고 그냥 모터만 돌리고 멈추면 된다. 즉, Chevy Volt는 차량 구동계의 제어 기술이 단순화된 새로운 EV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GM은 스스로도 E-REV를 Plug In Hybrid라고 불리는 것을 거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구동계엔 분명 엔진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또한 이와 비슷한 나름대로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자사의 우수한 혼성 구동계 제어 기술을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보다 발전된 Plug In Hybrid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세상에는 두 가지 형태의 Plug In Hybrid가 나오게 될 것이며 시장에서 소비자만이 최종 승자를 가르게 될 것이다.
한편,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부적인 제어조건에 따라 이차전지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의외로 기존의 이차전지 기술 개발에서의 필요한 지향점이 잘못 설정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신소재 개발이 핵심이 될 것인지 혹은 중대형 이차전지 양산 및 품질관리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이 존재한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후자 쪽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본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비록 이차전지 기술이 미래형 자동차의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해결책은 자동차 시스템 제어방식에서 나왔다. 과연 이번에는 이 공식이 엎어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나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EV 자체의 한계를 GM은 변종 EV로 극복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따라 한중일 주요 전지 제조사의 미래가 극명하게 갈리게 될 것이다.

에너지 밸런스
위에서 언급한 어느 형태가 최후 승자가 되든 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에너지 밸런스 문제이다. 바꿔 말해 Plug In Hybrid가 저탄소 배출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07년 9월 24일자 뉴욕타임즈에 “Corn Ethanol: Biofuel or Biofraud?”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옥수수를 먹을 것인가, 아니면 태울 것인가”에 대해, 보다 광범위한 에너지 밸런스를 고려해 볼 때 옥수수를 태우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한 기사이다. 소위 ‘바이오 연료’라고 하는 것이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큰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오 연료로 갈 때까지의 전 지구적인 사이클을 감안하면 사실 CO2 발생을 수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충천구가 있는 Plug In Hybrid가 Zero 혹은 Low Emission Vehicle이라고 하지만, 사실 엄밀하게 에너지 밸런스를 고려해 보면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원래부터 Zero Emission이 아니라 Emission Localization 이었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해 충전구를 충전하기 위한 전기는 어디서 만들어지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의존한 발전 혹은 CO2 배출이 없는 발전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차지하는 분율의 문제도 확인해 봐야 한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으로 생성되는 전력을 사용하게 되면, 언뜻 생각해 봐도 결국 CO2의 발생을 발전소 주변으로 국한시킨 형태(Emission Localization)의 모델을 따라간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용 전력의 소스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이 사실은 Biofuel이 다른 측면으로 Biofraud로 폄하되는 것처럼 Plug In Hybrid도 그런 길을 가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Plug In Hybrid만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이차전지 기술이 저탄소 시대의 핵심 기술이라기보다는 부속 기술이라는 점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전력망(Electric Grid)에 걸리게 될 전력 스트레스에 대한 분석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현재의 K-Grid 쪽에서 반영되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Plug In Hybrid는 이차전지의 등장 이후 Mobile IT 산업이 성장하면서 가해진 전력망 스트레스에 “자동차 충전”이라는 새로운 전력망 스트레스 항목을 추가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EV1을 시험 주행하면서 전력망과의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EV와 Plug In Hybrid는 절대 CO2 배출이 없는 자동차가 아니다. 어디선가 반드시 연기는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일본-한국의 차이

Plug In Hybrid에 대한 접근법에서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토요타의 자동차 제어 시스템을 따라잡기 어렵다면 연료전지자동차를 미국에서 5년 이상 성공적으로 주행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E-REV 형태가 우리의 현실적인 Plug In Hybrid가 아닐까 한다. 단, 이차전지 측면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미국에서 AEI를 주창하면서 Plug In Hybrid와 더불어 이차전지 기술을 내세운 것은 미국으로서는 필연적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는 아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Plug In Hybrid를 구현하기 위한 이차전지 제조설비가 자국 내에 없다는 점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략적으로 잘 이해하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 A123 사와 같은 신생기업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리튬이온과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의 세계 2대 강국 중 하나이다. 이 모든 것은 삼성SDI와 LG화학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면서 일본이 독점해왔던 세계시장을 조금씩 잠식해 왔고 SK에너지가 SKME를 자회사로 편입하여 미래형 자동차 전지 개발에 집중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USABC 프로그램에 LG화학이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공급업체로, 네스캡이 초고용량 커패시터 공급업체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는 GM에서 개발하고 있는 Chevy Volt(GM은 Volt가 E-REV 타입으로 Plug In Hybrid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에 채택될 유력한 후보로 제시되고 있다.


SOC vs. SOC

Plug In Hybrid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시스템에서 주의 깊게 제어해야 할 성능 지표로써 SOC(Stage of Charge: 충전심도)라는 것이 있다. SOC는 Plug In Hybrid로 가면서 Full Hybrid 때보다 공격적으로 제어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성능 지표이다(다시 말해 Full Hybrid 때보다 넓은 범위의 값이 사용된다). 공교롭게도 전력망(Electric Grid)에서도 SOC를 언급하는데, 이는 ‘사회간접자본’을 의미한다.
SOC vs. SOC라고 하면 앞서 나가는 면도 있겠지만, Plug In Hybrid를 이야기할 때 장밋빛 전망의 기사와 글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선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일각에서는 Plug In Hybrid가 새로운 재앙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필자도 이는 한쪽 측면에 대한 지나친 강조라는 데 동의한다). 내용의 핵심은 현재의 전력망으로는 Plug In Hybrid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리어스가 개발 차량 수준에서 Full Hybrid와 Plug In Hybrid가 있으니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Full Hybrid에 들어가는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시스템은 1.5 kWh의 에너지량을 갖고 있고 Plug In Hybrid에 들어가는 것은 5~8 kWh 정도의 값을 갖고 있어 둘 사이엔 약 5배의 에너지량 차이가 있다. 약 3~4시간 동안에 Plug In Hybrid의 리튬이온폴리머 이차전지 시스템을 설계된 수준까지 충전시킨다고 본다면 적어도 충전구까지 가는 전력망의 인출구 쪽은 1~2 kW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즉, 110 V, 10~15 A 혹은 220 V, 5~10 A 정도면 공차 내 설계값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가정집의 전력 공급 규모 설계를 감안한다면 기존의 전력망으로는 이 부분을 감당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할 수 있다.
많은 전지학자나 전지 회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충전기의 에너지 변환 효율 부분이다. 원래 충전기 자체도 220 V 혹은 110 V AC 전력을 낮은 전압의 DC로 변환시켜 공급하게 되어 있다. 이때의 에너지 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다 정확한 에너지 효율은 발전에서 시작하여 송전의 과정을 거쳐 가정집 벽의 콘센트에 플러그를 꼽아 충전 후 새로운 드라이브트레인의 모터를 구동시킬 때까지의 값을 계산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송전 효율이다. 그리고, 만일 전력망을 확충할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분산형 전원으로 전력 저장 혹은 발전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 이때도 엄밀한 의미의 전력망에 걸리는 로드를 계산해야 한다.
전력 저장은 모바일이나 자동차의 경우처럼 부피의 제한을 받지 않으므로 저 단가 전지(레독스 전지 등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혹은 초고용량 커패시터 시스템으로 새로운 측면의 Load Leveling을 받쳐줘야 하거나, 아니면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 등의 이용을 검토해야 한다. 이 모든 경우에 각각의 비용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전력망과의 연동을 감안한 총 가격과 CO2 배출을 산정해야 할 것이다.


한국적인 선택

우리나라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생산하고 송전하는 측면에서 효율 개선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전력을 먹고 충전되는 이차전지 기술이 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깊은 사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필자가 비록 15여 년 간 이차전지 관련 연구를 해온 연구자이긴 했지만,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지금은 잠시 미국에 와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입장을 피력한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발전 단계부터 CO2의 배출이 억제되는 발전 시스템 쪽과 송전 효율에 관련된 기술, 그리고 전력의 효율적인 분배 쪽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우선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산업은 탄탄하다. 중요한 건 이제는 제어기술과 시스템이 해결의 핵심으로 등장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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