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코너 모듈(Electric Corner Modules, ECM or In-Wheel Motor) 기술이 자동차 기술 혁신과 구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ECM은 휠, 타이어,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서스펜션, 쿨링 시스템을 포괄할 수 있다. ECM으로의 이행은 구동력이 바퀴로부터 대부분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어나 구동축 등에 의한 에너지 손실이 없고, 이러한 부품의 생략으로 중량(10~25% 감소), 용적, 비용, 고장, 수리 등에 있어서 유리하다. 또한 각 휠마다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어 주행 성능이 향상된다.
바퀴의 미래
2008 파리 모터쇼에서 미쉘린타이어는 ‘액티브 휠(Active Wheel)’이란 혁신적 휠을 2종의 친환경차에 장착해 선보였다. 액티브 휠을 적용한 차는 보닛이나 리어후드 안에 엔진이나 모터 등 동력 기관이 없다. 또 차체에는 서스펜션 시스템, 기어박스, 샤프트 등도 없다. 미쉘린의 액티브 휠은 Venturi Volage란 전기자동차(EV)와 Will EV를 통해 선보였다. Will EV는 미쉘린과 전기차 제조사인 Heuliez, 통신 서비스사인 Orange 간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됐다.
Venturi Volage와 Will은 지금까지 선보인 EV와 약간 다르다. 그 동안 선보인 EV들이 대부분 가솔린차와 같은 기본적인 새시 구조에 파워트레인을 변경해 리튬이온 전지 등을 탑재했다면, 이 차들은 차체에 모터가 없고 차축도 없다. 동력을 전달하는 드라이브 샤프트 역시 없다. Venturi Volage와 Will은 차축에서 전달되던 동력을 각 바퀴의 모터로 해결했다.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휠에 통합했다. 액티브 휠 하나에는 2개의 모터가 들어갔다(그림 1). 이로써 엔진은 물론 엔진 블록이 제거됐고 차 바닥도 평평해졌다. 새시는 탑승자를 싣고 리튬이온 전지를 탑재하는 기능만 한다. 그만큼 차 중량도 줄었다. 미쉘린은 액티브 휠을 사용함으로써 향후 새시 디자인에 있어서 안전, 인테리어 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복잡하고 무거우며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구동계 컴포넌트를 제거
- 구동 시스템 콤팩트화로 차량 레이아웃 자유도 비약적 증대
- 차량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환경 연비규제 달성
- 4륜 구동으로 회생제동시키거나 각 구동륜 독립 제어 가능
- AWD(All Wheel Drive) 제어기술 진전으로 기존 ABS, TCS, ESP 등 차량 안정성 제어 기술 대체
- 차량 안정성 제어 향상과 Crash Zone 추가 확보로 안전성 향상
Volage는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km에 이르는 시간) 5초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Venturi Volage는 네 바퀴를 모두 제어해 주행을 하는데, 일반 차량으로 말하면 4륜 구동형(AWD) 자동차인 셈이다. 반면, Will은 전륜의 두 바퀴를 통해 구동한다.
액티브 휠은 브레이크 디스크와 전기 드라이브 모터는 물론 서스펜션 모터를 내장했는데, 콤팩트한 트랙션 모터와 서스펜션 시스템이 이 휠의 핵심 기술이다. 미쉘린은 연료전지차(FCEV) 등 대체연료차 공개 이벤트로 자리잡은 자사의 ‘Bibendum Forum & Rally’의 2005년도 행사를 통해 2종의 컨셉트카를 공개하면서 액티브 휠을 선보였다. 스위스의 PSI(Paul Scherre Institute)와 공동 개발한 ‘Hy-Light’ FCEV와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을 장착한 시리즈 하이브리드 카(HEV)인 미쉘린 ‘Concept’에 인휠 모터인 액티브 휠을 장착했다. 이 차들 역시 변속기, 서스펜션, 구동축이 없었다. ECM 채택으로 Hy-Light의 경우 차 중량을 850 kg으로 낮췄다.
그린카와 동행
당시 액티브 휠 모터는 5 kg의 경량, 소형이면서 30 kW의 정격 출력을 제공했다. 17인치 휠을 사용한 액티브 휠의 중량은 스프링을 제외하고 디스크, 액티브 서스펜션 등을 포함해 30 kg으로 다소 무거웠다. 일반적으로 인휠 모터를 차량에 탑재하면 휠 중량 증가로 승차감이 나빠지는데, 미쉘린은 노면의 상태를 미리 초 단위로 포착해 모터 구동으로 차의 수평을 유지하는 액티브 서스펜션 기술을 채용해 승차감을 개선시켰다. 네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트랙션, 롤/피치 각도, 차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테스트 주행은 차 높이를 낮춘 하드 모드와 승차감을 우선시한 컴포트 모드로 실시했다. 컴포트 모드에서 차 높이를 높이고 롤/피치 각도 제어를 On 시키면 코너링 시에 통상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동작했다.
ECM의 장래는 친환경차와 함께 한다. ECM으로의 이행에는 전기모터 구동, 배터리 파워 전송을 위해 42 V 이상의 높은 전압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차에서는 ECM 적용이 쉽지 않다. 그러나 HEV, FCEV, EV 등은 기본적으로 42 V 이상의 높은 전압 범위를 지원하여 ECM 장착이 용이하다. 특히, FCEV의 경우 ECM 채택이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HEV에서도 접목성이 커 파워트레인 대안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ECM은 후륜에 2곳, 또는 전륜 2곳에 적용하거나 아예 네 바퀴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개발 방향은 대개 차량에서 보다 쉽게 장착하고 구조적 변경을 줄이기 위해 후륜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풀 HEV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경우 2011년까지 후륜에 ECM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미래의 ECM은 by-wire 기술 진보로 FCEV와 EV에서 네 바퀴 모두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종별 적용은 패키징 공간 부족으로 SUV 등 큰 차 위주로 개발이 진행됐던 FCEV의 경우처럼 스포츠카, SUV, MPV 클래스의 차량부터 적용돼 중소형 차로 이행될 전망이다.
국가별 ECM 이행은 일본 메이커들로부터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혼다, 토요타, 미쓰비시는 이미 ECM 기술을 그들의 EV나 FCEV에 적용해 선보였다. 토요타는 2003년부터 Fines, Fine-N을 개발해 모터쇼에 전시했다. FCEV Fine-N은 AWD 인휠 모터 차로 Corolla 정도의 긴 전장, 낮고 평평한 플로어, 렉서스 세단을 능가하는 럭셔리함과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미쓰비시는 최고 출력 20 kW, 최대 토크 600 Nm, 최고 회전수 1,500 rpm, 직경 310×220 mm의 인휠 모터를 개발해 콜트(Colt) EV에 적용했다. 또한 20인치 휠 내에 장착되는 최고 출력 50 kW의 인휠 모터를 개발했다. 모두 영구자석형 3상 교류 동기 모터로, 전자는 감속을 위한 유성 톱니바퀴 장치를 부착했고 후자는 다이렉트 구동방식이다. 미쓰비시는 모터 설계에서 모터의 성능 향상보다 인휠 모터로서의 성립 구조에 중점을 뒀다. 다이렉트 구동방식의 경우 타이어 접지 점에서 들어오는 측면 방향의 힘에 의해 모터 축을 구부릴 수 있게 했다. 미쓰비시는 휠에 로터 브라켓을 고정하고 그 로터 브라켓에 모터의 아우터 로터를 일체화했다. 또 차축에 휠 허브를 고정하고 여기에 브레이크 로터와 축받이의 내륜 측을 부착했다. 외륜 측에는 스테이터를 고정하고, 스테이터를 서스펜션 너클에 고정한 스테이터 브라켓을 부착했다. 휠 허브, 브레이크 로터, 브레이크 캘리퍼는 스테이터와 휠 사이에 넣었다. 이같은 구조를 기본으로 스테이터와 로터의 단면 형상을 연구하고, 스테이터 브라켓과 로터 브라켓을 얇고 유연한 판으로 구부러짐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타이어 메이커 브리지스톤도 2003년부터 ECM을 개발하고 있다. 브리지스톤은 2006년 초소형 경량화한 ‘Dynamic-Damping In-wheel Motor Drive System Version Ⅲ’를 발표했다. 이너 로터형 모터를 채용해 휠 사이즈는 14인치로, 종전의 18인치 시스템보다 크게 소형화해 경차 적용을 추구했다. 브리지스톤은 2003년 발표한 버전 Ⅰ에서 모터를 차축에 대해 스프링과 댐퍼로 띄운 상태에서 부착하고 모터와 축 사이 4개의 크로스가이드로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스프링과 댐퍼를 통해 차축에 달기 때문에 모터를 스프링 아래에서 떼어냄과 동시에 모터 자체를 다이내믹 댐퍼로 기능시키고, 스프링 아래 진동을 감쇠시키는 역할을 하게 했다. 이를 통해 기존 인휠 모터의 과제였던 타이어 접지성이나 승차감을 향상시켰다. 2004년 발표한 두 번째 버전에서는 시스템의 소형, 경량화, 모터 작동 스트로크 확대, 방수 방진 대책을 실시하는 등 실용화를 의식한 개량을 도모했다.
브리지스톤은 두 번째 버전까지 스테이터의 외측에 로터를 배치한 아우터 로터형 인휠 모터를 채용했는데, 아우터 로터는 축 방향에는 콤팩트화가 가능하지만 모터 지름을 줄이기는 어려웠다. 이 때문에 최신 버전은 이너 로터형 모터가 채용됐다. 이에 따라 모터를 액슬에 지지하는 가이드나 스프링, 댐퍼까지 휠 외측에 넣었다. 또 모터에서 휠로 회전을 전달하는데 크로스가이드를 사용하던 것을 별도의 쿠플링으로 변경했다.
시장선점이 관건
AISIN-AW는 자동변속기(AT) 양산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효율, 소형,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의 TM4는 PSA Peugeot Citroen의 컨셉트 카 C-Metisse에 15 kW 후륜 인휠 모터를 개발했다. 영국의 모터 제조사 PML Flightlink는 Peugeot를 비롯한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 EC(European Commission)와 함께 PRAZE 프로젝트 성격의 프로토타입 EV를 개발했고, BMW의 MINI QED에 인휠 모터를 적용했다. 구동 모터 설계 및 최적 운전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지멘스VDO(현 콘티넨탈)는 휠에 모터와 조향, 유압식 브레이크, 드라이브트레인을 통합한 ‘eCorner`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ECM 연구개발은 2008년 하반기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쌍용 등이 HEV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나 인휠 모터를 적용한 파워트레인에 대한 실질적 연구는 진행한 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완성차, 모터, 인버터 제조사뿐만 아니라 타이어 업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HEV와 FCEV 기술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가고 있어 ECM으로의 이행에서도 한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북미와 유럽의 추격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은 북미 지역에서 2008년 HEV ‘쓰나미’가 일어날 때 EV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로스트 & 설리반(Frost & Sullivan)에 따르면, 2015년까지 ECM 장착 차량 전망은 유럽이 15만대, 북미 12만대 수준이다(그림 2).
현재 ECM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초기 단계다. 개발된 몇몇 기술 컨셉은 고속, 고온의 환경이 요구되는 도로 주행에 적합한 요구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휠 내부의 좁은 공간에 장착돼야하므로 크기의 제약에서 오는 방열 설계 확보, 고효율 경량화, 내습 패키징을 충족해야 하며, 노면의 충격에 따른 방진 설계에 대한 부담도 있다.
자동차에서 높은 디자인 유동성, 중량 감소, 연비 향상, 배출가스 저감 등의 이점을 제공하는 ECM의 미래는 밝다. 향후 시장은 초기 시장을 선점한 몇 개의 모터 개발업체 간 경쟁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ECM 시장이 OEM들보다 타이어 회사와 모터 서플라이어들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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