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7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테슬라 모델3는 한 번 충전으로 499 km 이상 주행한다.
A Huge Gap Between The Presence And Absence Of A Spelling H
PHEV와 PEV의 커다란 차이
순수 전기차의 대성장 속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흥미로운 전망이 나왔다. 판매량 감소, 시장 점유율 하락을 역전시킬 방법이 절대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순수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진화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강점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글│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홍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니, BMW, 스코다, 볼보,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는 물론, 다른 브랜드 모델들도 속속 들어올 것입니다. 그런데 상황(Fundamental)은 이것들에게 모두 불리합니다. 가장 긴 주행 가능거리를 갖고 있고 리세일 가치가 3배 더 좋은 전기차들이 긴 웨이팅 리스트를 갖고 있지만 곧 따라 잡을 것입니다. 고객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6월 11일 경기도 화성. AVL Korea가 개최한 ‘AVL Electrification Conference 2019’에서 국내 전기화 관련 업계 150여명의 엔지니어 틈에서 글로벌 전기차, 추진 시스템 개발 및 믹스에 대한 글로벌 시장 및 기술 동향에 대해 듣던 중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의 피터 해롭(Peter Harrop) 박사의 서신이었다. 물론 이 서신은 아이디테크엑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많은 관계자에게 발송된 것이고, 연달아 펼쳐질 그들의 컨퍼런스에 대한 주요 마케팅 툴이었을 것이다.
이점, 그리고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시장 점유율과 전망,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 등을 감안하더라도 해롭 박사의 극단적인 메시지는 꽤나 흥미로웠다.
해롭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판매량 감소,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역전시킬 방법은 절대적으로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전망을 수정해 203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가 0이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순수 전기차(PEV or BEV)가 캠퍼(camper), 유틸리티 모드에서부터 태양광패널 버전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로 기술이 진화하는 동안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는 멈춰 있습니다.”
EV 급성장 돌입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 2018년 한 해 PEV의 전 세계 판매대수는 200만 대를 돌파했다. 2018년 말까지 전 세계 도로에는 총 530만 대의 PEV가 주행하고 있는데, 첫 100만 대 돌파까지 5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해엔 단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급성장은 이제 시작됐고, 여전히 자동차 회사들은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압박에 놓여 있다. 유럽은 2030년부터 주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양을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AVL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AVL의 김진형 신임 대표가 오스트리아 본사 교육과정 중 급히 귀국해 숨 돌릴 틈도 없이 환영사를 하고 있었다. “전기화는 자동차 개발의 큰 축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제가 최근 한 달 동안 목격한 배터리, 모터, 차량 시스템 통합, e액슬 관련 진행 프로젝트만 400여 건에 이릅니다. AVL의 연 매출 중 30%가 전기화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라며 강력한 전기화 트렌드를 재차 확인해줬다.
업계에 따르면 2년 내에 약 2~300여 개에 달하는 새로운 전기 파워트레인 차량 프로그램이 나올 전망이다.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카 메이커 외에도 테슬라와 같은 새로운 스타트업들도 대거 포함된다.
전기차와 함께 자동차 산업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중국은 전기차 분야의 가장 큰 시장이면서 기술 혁신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전기차는 무려 120만 대다. 전체 중국 자동차 시장이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2.8% 감소하는 동안에도 전기차 판매는 61.7%나 증가했다.
AVL의 게라드 호크만(Gerald Hochmann) 부사장은 “전기화 트렌드에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배출저감 규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파리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든 메이커들이 전기차를 선보인 것처럼 유럽은 100% 전기차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들은 내연기관의 도심 운행 금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AVL은 2030년까지 PEV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이것은 전체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는 동안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의 차이
“GM은 그들의 볼트(Volt) 플러그인을 버렸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용자들이 소형 배터리와 소형 연료탱크에서 오는 두 가지의 주행불안증을 호소합니다. 영국에서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차를 플러그인 하지 않아 환경에 전혀 기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해롭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는 분명 증가하고는 있지만 2013년 이후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IDTechEx, BNEF). 사실, 이점은 한국시장도 마찬가지로, 플러그인 판매가 분명 증가하고 있지만 PEV가 선호되며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다. 한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플러그인은 ‘정책이 낳은 사생아’다.
우리나라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보면 순수 전기차가 국비 900만 원, 지방비 1,000만 원을 포함해 최대 1,900만 원 지원, 여기에 개인용 충전기에 130만 원이 지급된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500만 원이 책정된다. 보조금 예산 총 6,824억 원(국비)은 PEV, 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이륜차, 전기화물차를 모두 포함하는데, 전체 5만 7,000대 규모 중 PEV 지원이 4만 2,000대로 5,403억 원에 이른다. 결국 4월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보조금은 바닥난 상태다. 보조금은 차량 판매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소비자 리서치그룹 밸류챔피언(ValueChampion)에 따르면, 친환경 차량 구매 시 경제적 손익분기점은 보조금에 극도로 민감해, 보조금이 100만 원 축소될 때마다 손익분기점이 최대 2년 지연된다. 물론 이것은 현재 기술의 차량에서 단순히 ‘경제성’만 따진 것이다. 차주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일반적인 상황과는 반대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공공 급속충전기에 젠더를 사용해 차량을 물리는 데 대한 항의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해롭 박사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을 조금 더 유지하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6년 전부터 다른 메이커들의 테슬라 파워트레인 카피들을 통해 그들이 순수 전기차에서 얼마만큼 뒤지고 있는지 알게 됐지만,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자동차는 훌륭한 전기차로 1년이란 웨이팅 리스트를 갖고 있습니다. 현대기아는 이 지연을 해소할 것이고, 다른 회사들도 곧 이 성공을 복제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해롭은 테슬라 로드스터가 가솔린에 대응되는 1,0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가질 것이고 이런 전기차가 흔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기존 메이커들의 추격은 물론 자금력이 좋은 스타트업들 또한 순수 전기차로 직행할 것이라고 했다.
“내연기관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도시와 국가의 금지 조치가 하이브리드 카에 적용되지 않길 바라지만, 예를 들어 전기 충전소가 증가함에 따라 주유소 수가 90% 감소해 새로운 주행불안증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차량의 재판매 가치를 떨어뜨려 금전적인 불안감도 야기합니다.”
아이디테크엑스의 전기차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 기의 공공 충전기와 5,000만 기의 사설 충전기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가치는 1,400억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엑스페리안 캐털리스트(Experian Catalist)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영국의 35%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이중 압박
하이브리드 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더 이상 친환경차가 아닌, 범정부, 시민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영국의 기관이기 때문에 그럴까. 해롭의 결론은 2030년 플러그인 자동차 판매가 0이 될 것이란 것이다. 가장 많은 투자와 성장률은 배터리, 혹은 수퍼 커패시터를 사용할 수 있는, 향후 10년 동안 무배출 파워트레인과 가장 낮은 소유비용 및 업프론트 가격을 가져갈 순수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승용차는 이 PEV와 함께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빠르게 성장 중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AVL 역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메이저 경쟁 기술로 합류해 2030년 전체 파워트레인의 약 40%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기술은 유럽의 대형 티어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적용 모델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편,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최근 행보 역시 이같은 파워트레인 트렌드 급변을 증명해준다. 예를 들어 풀 하이브리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를 고집했던 토요타는 그들의 타임 스케줄을 재 조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기차 모멘텀을 놓친 것이다.
토요타는 2010년 중반 2020년을 시작으로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를 예고하긴 했지만 얼마나 팔지에 대해서는 착오가 있었다. 토요타의 테라시 시게키 부사장은 최근 발표에서 “기존 전망보다 5년 앞당긴 2025년까지 종존 계획만큼의 전기차 판매를 원합니다. 또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4월에는 그들의 풀 하이브리드 기술의 고립을 의식해 관련 2만 3,740건의 특허기술을 무상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ID. 패밀리의 첫 모델의 예약 판매를 시작한 폭스바겐은 2017년 10년간 전기차 사업에 총 700억 유로(약 94조 6,500억 원)를 투자, 2030년까지 그룹 전체 브랜드를 통해 각 80종씩 총 300종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발표했었다.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포함할 것이라며,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강조했었다. 그리고 최근 공개된 ID. 3는 3가지 배터리 옵션으로 330 km에서 최대 550 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기술경쟁의 승패는 소비자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면서도 다수 공급기업이 어떤 기술을 주도적으로 시장에 내놓느냐에 대한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무배출이 최우선인 세계 정부는 순수 전기차에 손을 들어주고 있고, 관련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또한 경제성을 고려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급부상 중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기관들의 그래프가 PEV와 48V로 물들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죽전휴게소에서 우연치 않게 충전 중인 BMW i3 차주를 만났다. 10년 동안 국산 중소형 세단을 타다가 폐차했다는 아주머니에게서 친환경에 대한 자부심을 묻지는 못했지만 ‘주유’가 뭐냐며 엄지손가락을 들면서 “따봉”이라고 외치는 모습을 봤다. 충전의 불편함이나 주행거리에 대한 불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아요. 한 번 충전으로 250 km를 갈 수 있는데 6,000원이면 돼요”라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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