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디젤, 後 독자 모델로/ 한국과학재단 정동수 본부장
환경세 폐지, 경유세 인하, 디젤 택시 도입
2009년 02월호 지면기사  / 글│정 동 수 본부장<dsjeong@kosef.re.kr> 한국과학재단 국책연구본부

고유가, 기후변화협약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녹색성장’이 국가 성장정책의 주축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자동차산업에서도 ‘그린카(Green Car)’에 대한 높은 관심이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광복절 대통령 축사를 통해 ‘그린카 4대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린카에는 하이브리드 카(HEV)를 비롯해 클린 디젤차, 연료전지차(FCEV), 전기자동차(EV) 등이 있다. 이 중 우리 정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HEV)가 2020년대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비전대로 우리 자동차산업이 2012년 세계 그린카 4대 강국 지위에 오르게 된다면 750만 대 중 3만 대를 HEV로 생산할 것이며 관련 고용은 2006년 26만 명에서 2012년 30만 명으로, 수출은 2007년 497억 달러에서 2012년 700억 달러로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자동차 생산 4대 강국이라면 4년 후 달성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린카 4대강국 실현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동안 각국의 그린카 정책을 평가해 본다면 가솔린 중심의 미국은 HEV, 디젤 모두에서 일본, 유럽 메이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미국은 ‘디젤차 외면, FCEV 중시’ 정책으로 실용화보단 불투명한 먼 장래를 그렸다. 일본은 ‘디젤차 외면, HEV 중시’정책으로 하이브리드 시대를 선도하며 무난한 성공을 거뒀다. 유럽은 ‘HEV 외면, 디젤차 중시’ 정책으로 가장 성공적인 경영을 해왔다.
최근의 각국 동향은 가솔린 차 위주로 생산해 온 일본, 미국이 가솔린 HEV 보급에 중점을 두는 동시에 서서히 디젤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고, 유럽 메이커들은 미국 자동차시장을 겨냥해 HEV 개발을 추진하되 고효율 디젤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디젤 HEV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 정부의 그린카 4대 강국 진입 목표는 분명 우리 자동차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좋은 계기이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떤 유형의 그린카를 주력으로 할지의 선택에 따라 산업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는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연비와 배출가스

최선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그린카의 정의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린카’는 기존 내연기관 대비 CO2와 유해물질 배출이 적은 자동차를 말한다. CO2 배출이 적다는 것은 연료 소비가 적어 효율이 높고 CO2 배출 저감에 유리한 대체연료를 사용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유해물질 배출과 관련해서는 생산, 운행, 폐차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배출가스와 폐기물 유해성이 적은 차를 말한다.
효율이 높은 자동차라고 하면 HEV를 먼저 생각하기 쉽다. HEV는 차종에 따라 성능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HEV는 기본적으로 도심 주행 시 전기 모터의 도움으로 효율을 높이지만 한적한 국도나 고속도로에서는 엔진, 모터, 전지 무게 등의 문제로 디젤차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 전체 평균 효율 역시 디젤에 비해 낮다. 이런 이유로 유럽시장에서는 디젤차 보급이 그린카 정책의 근간이 됐다.
CO2 배출에 유리한 대체연료 측면에서 살펴보면 광합성 작용으로 CO2를 흡수하는 식물성 연료 바이오매스, 해조류 등이 선호되고 있는데, 이 중 디젤차에 사용 가능한 대체연료를 선택하면 디젤차의 고효율성과 CO2 저감효과를 더욱 끌어 올릴 수 있다.
친환경차는 유해물질 배출이 적어야 하는데, 운행중인 상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원개발부터 최종 폐차 단계까지 총체적인 친환경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HEV, EV, FCEV 경우엔 전기나 수소의 생산, 배터리 등의 교체와 폐기물 처리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디젤차는 가솔린 차에 비해 입자상 물질(PM)과 질소산화물(NOx) 다량 배출이 문제가 됐다. 특히 검게 가시적으로 배출되는 PM은 도심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디젤차들은 후처리 장치 개발과 첨단 기술 적용으로 친환경차로 변신하고 있다.
클린 디젤차는 후처리 장치를 부착한 경우 가솔린이나 LPG 엔진에 비해 환경적이다. 또 출력, 승차감 등도 크게 향상됐다. 표 1과 같이 동급 가솔린 차에 비해 디젤은 고속, 도심 주행 모두에서 약 26~34% 정도 연료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디젤차 경우에도 현대기아차가 그 동안 디젤 엔진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키면서 표 2와 같이 가솔린 차, LPG 차 대비 연비효율, CO2 저감에서 앞서고 있다. 특히 디젤은 동급 LPG 엔진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LPI 엔진 차량과 비교해도 CO2 배출량에서 보다 친환경적이다. 이런 이유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운행 디젤차의 LPG 개조 지원 제도에 대해 기후변화협약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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