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때 배럴 당 140달러를 넘었던 유가, 그리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연비, CO2 배출규제가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고효율, 친환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솔린, 디젤 등 내연 엔진의 효율 향상 기술개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엔진은 크게 연소방식에 따라 전기점화 방식의 가솔린과 압축착화 방식의 디젤로 분류한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보다 열효율이 낮지만 유해 배출가스 수준이 낮고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자동차시장의 대세가 됐다. 반면 디젤 엔진은 최근 커먼레일과 터보차저의 발전으로 정밀 연소제어가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단점을 극복했고 장점인 높은 효율, 낮은 CO2 배출량을 앞세워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디젤 엔진은 차량 판매 증가와 함께 원료인 디젤 유가 상승이 문제시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정제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생산되는 가솔린과 디젤의 사용량 균형 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A.T. 커니(Kearney) 보고서 ‘Powertrain of the Future’에 따르면, 2020년에도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가솔린이 자동차 동력원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그림 1). 가솔린 엔진은 가변 밸브 시스템, 직접분사, 가변배기량, 가변압축비, 가솔린 압축착화, 터보차징과 같은 신기술들을 적용하면서 기존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 고효율, 친환경화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젤엔진의 열효율과 유사한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다. 가솔린 엔진에 개발 적용되는 신기술들을 소개한다.
VVA
(Variable Valve Actuation)
가솔린 엔진이 디젤보다 열효율이 낮은 주요인 중 하나는 흡배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펌핑 손실 때문이다.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변 밸브 리프트 기술은 이 펌핑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엔진의 흡배기 밸브 개폐는 엔진 성능과 직결되는 요소로 특히 연비, 배기가스, 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엔진은 운전 영역, 조건에 따라 요구되는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밸브 개폐 시기, 밸브 리프트 정도가 달라진다. VVA는 밸브 작동에 의해 엔진 출력 향상과 함께 실린더 내부에 잔류하는 배기가스량을 조절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저감시키거나 펌핑 손실을 줄인다.
그림 2는 기능에 따른 VVA 시스템의 발달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1세대 방식은 액추에이터를 이용해 캠 샤프트를 구동함으로써 밸브 타이밍을 조절했다. 2세대는 캠 스위칭(Cam switching)과 오실레이팅 캠(oscillating cam)을 이용해 밸브 타이밍과 밸브 리프트를 모두 조절했다. 최근에는 캠의 위상까지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요구조건에 맞춰 엔진을 작동시키고 있다.
그림 3은 닛산에서 개발한 VVEL의 오실레이션 캠(oscillation cam) 작동에 따른 최소, 최대 밸브 리프트 및 작동을 나타낸 것이다. VVEL의 경우 밸브 리프트는 최대 0.7~12.3 mm이며 실사용 영역에서는 0.9~12.2 mm다. 유럽 연비 모드인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을 기준으로 5% 내외의 연비 향상이 가능하다. 또 BMW에 따르면 밸브트로닉(valvetronic) 2의 경우 최대 10~12%의 연비개선 효과가 있다.
혼다가 개발한 VTEC 기술은 2개의 로커 암과 프로파일이 다른 캠 샤프트를 이용해 밸브 타이밍을 조절한다(그림 4). 또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가변 캠 샤프트 액추에이터가 엔진오일 압력을 조절함으로써 밸브 타이밍이 크랭크 각 기준으로 50도까지 변화하며, 이를 통해 운전조건에 따라 밸브 오버랩을 조절해 출력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 배출을 저감한다.
토요타에서 개발한 VVEL-i 기술은 연속적인 캠 패이싱(cam-phasing), 2단계로 작동하는 밸브 리프트, 흡기와 배기에 모두 적용된 가변 밸브다(그림 5). 밸브 타이밍은 크랭크 각 기준으로 60도까지 변화하며 엔진의 모든 회전영역에서 토크 상승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시스템이 복잡하고 부품 가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엔진은 VVA, 가솔린 직접분사, 터보차징이 모두 적용될 경우 상당 수준의 연비 향상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VVA와의 조합에 의해 EGR 활용 폭을 넓히며, 이를 통해 NOx 후처리장치 없이 NOx 배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 저속 영역에서 유동 개선을 통해 터보차저의 터빈이 보다 빠르게 회전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해 터보 랙을 줄이고 엔진 출력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독자 기술을 이용해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를 모두 조절할 수 있는 VVA를 개발하고 있다.
GDI
(Gasoline Direct Injection)
가솔린 엔진 개발자들은 엔진 개발 초기부터 디젤 엔진과 마찬가지로 직접분사를 통해 효율을 개선하려 했다. 그러나 고온 고압의 연소 상황에 직접 노출된 인젝터 내구성 한계나 인젝터 분사 압력이 한정된 시간에 연료를 분사할 수 있을 만큼 높지 않은 등의 이유로 대부분 가솔린 엔진은 연소실 이전 포트에 연료를 분사하는 PFI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GDI 엔진은 기술 개발, 특히 인젝터 관련 기술 향상으로 경제성, 출력 면에서 다양한 장점을 지니게 됐다. 또 유해 배출물, CO2 배출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GDI 엔진은 동일한 출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료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대신 스로틀 밸브를 크게 열고 연료량을 조절함으로써 펌핑 손실을 줄인다. 즉 적은 연료를 사용하고도 포트 분사 방식과 동일한 출력을 낼 수 있어 연비를 향상시킨다. 흡입 과정에 연료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체적 손실이 적고 분사된 연료의 기화열로 인한 냉각효과로 충전효율이 높아 노킹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점화시기를 진각하거나 압축비를 높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토크 및 출력이 향상된다. 또 정밀한 연료 제어가 가능하고, 그 응답시간이 PFI 방식에 비해 짧기 때문에 운전성이 향상된다.
1세대 초희박 GDI 엔진은 성층화 방법에 따라 피스톤 표면을 이용해 연료와 공기의 성층화를 유도하는 월 가이디드(Wall-guided) 방식과 유동 강화 기구를 이용한 에어 가이디드(Air-guided)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흡입공기의 스월(swirl)이나 텀블(tumble) 유동을 이용해 연료를 점화 플러그 주변으로 유도함으로써 점화 플러그 주변의 농후한 혼합기를 통해 연소를 일으키기 때문에 흡입 공기의 유동 관련 설계가 매우 중요했다. 또 공기 유동을 이용해 연료 혼합기를 성층화하는 것이 어렵고, 이런 성층화가 가능한 운전 영역이 한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희박연소시 발생하는 다량의 NOx로 인해 기존 삼원촉매 외에 LNT(Lean NOx Trap) 장치가 필수여서 경제성, 출력 증대 효과가 미미했다.
최근에 널리 사용되는 직접분사 방식은 스프레이 가이디드(Spray-guided) 방식으로 인젝터를 실린더 중앙에 설치하고 이와 인접한 위치에 점화 플러그를 설치한다. 스프레이 가이디드 방식은 연료를 점화 플러그 주변에 분사하고 성층화된 혼합기를 생성한 후 점화한다. 이에 따라 공기 유동 방식에 비해 연료 혼합기의 성층화가 용이하다. 이 방식은 피에조 타입의 인젝터를 이용함으로써 최고 120~ 200 bar에 해당하는 압력으로 연료를 분사해 연료 미립화가 가능하고 빠른 반응속도 덕분에 연료를 여러 번 나눠 분사할 수 있다. 점화 플러그 주변에 성층화된 연료 혼합기를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전조건 대응도 쉽다. 그러나 인젝터 비용이 증가하고 연료분사 제어 관련 최적화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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