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트럭 시장에 더욱 엄격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상용차의 전동화는 경차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승용차 배출가스의 현저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트럭과 버스의 연간 배출가스 증가율은 2000년 이후 2.2%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까지 버스와 대형 트럭의 CO₂ 배출을 2019년 기준 15% 감축하고 2030년까지는 30% 감축해야 한다. 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기 파워트레인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리카르도(Ricardo)의 안드레아 트레비산(Andrea Trevisan) 상용차 부문 수석 엔지니어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대형 트럭(long-haul heavy truck)의 전형적인 운행 패턴(duty cycle)에서 순수 배터리 전동 파워트레인보다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이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소형 트럭을 이용하는 지역배송이든 복합항만단지 안팎의 드레이지(drayage)와 같은 운송에 이용되는 대형 차량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 순수 배터리 전기 상용차(eCV)가 상업적으로 매력이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장거리 대형 트럭의 운행 패턴에서는 순수 배터리 전동 파워트레인이 오히려 큰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국제 도로화물운송의 평균 운행거리는 약 600 km다. 적재량(payload)에 따라 장거리 트럭의 표준 운행거리는 약 800~1000 km다. 때로는 추가 연료탱크를 사용해 운행거리를 더 연장하기도 한다. 운행거리 연장은 특히 장거리 트럭의 도전과제이자 새로운 개념의 트럭 파워트레인의 도전과제이기도 하다.
리카르도는 완전 배터리 구동 트럭의 효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1회 충전 시 800 km의 주행거리와 44톤(t)의 유효 적재량을 가정했다. 리카르도의 테스트에 따르면, 이 적재 조건에서 1 km 당 평균 소비전력량은 약 2 kWh였다. 이것은 1,600 kWh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리카르도에서 인용한 올해 배터리 가격을 적용하면, 배터리 팩 가격만 약 39만 7,000달러(4억 8,600만 원)다. 영국의 어드밴스드 프로펄전 센터(Advanced Propulsion Centre)에 따르면, 이는 2030년 20만 달러(2억 4,500만 원)로 떨어질 전망이다. 적재 용량을 뺀 배터리 팩 무게
는 2020년 8,900 kg, 2030년 4,000 kg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50개가 넘는 배터리 제조사의 배터리 팩 평균 거래가격을 발표하는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올해 배터리 팩 가격을 kWh 당 145달러로 전망했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배터리 팩 가격은 23만 2,000달러가 된다.
현대 HDC-6 넵튠 컨셉
연료전지 트럭은 장거리를 주행하기 위해 차량 하부에 여러 개의 수소 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이러한 수소 탱크는 같은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보다 무게가 덜 나간다.
그는 연료전지 트럭 파워트레인의 경우에 배터리 용량이 해당 배터리 전기 차량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봤다.
트레비산 수석엔지니어는 “연료전지 트럭이 800 km를 운행하는 경우, 대략 약 200 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160 kWh 용량의 배터리 팩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이것은 일반적으로 320~380 kW(429~510마력) 출력의 13리터 6기통 내연기관을 장착하고 최대 적재조건에서 평균적으로 100 km 당 약 50리터의 연료를 소모하는 44톤급 대형 트럭의 성능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이 가정을 전제로, 리카르도는 순수 배터리 구동 전기트럭과 연료전지 트럭을 3만 1,000 kg 디젤엔진 트럭의 가용 적재량과 비교했다.
트레비산 수석 엔지니어는 “순수 배터리 구동 전기트럭은 2020년 2만 3,000 kg의 적재량을 제공할 것이며 향후 10년 동안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개선될 것을 가정하면 2030년 약 2만 8,000 kg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체 옵션인 연료전지 트럭의 적재량은 현재 2만 9,500 kg에서 2030년 3만 kg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형 장거리 운송 부문에서는 적재량과 주행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짐을 많이 싣는 상용차는 적재중량이 최대 주행거리를 크게 좌우한다. 미래의 무배출 트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트레비산 수석 엔지니어는 “단거리, 라스트마일 배송, 드레이지 작업은 순수 배터리 전동 파워트레인이 적합할 수 있지만, 더 먼 거리를 운행하는 대형 트럭에는 적재량에 영향을 훨씬 덜 미치는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며 “가장 비용에 민감한 산업에서 리카르도의 TCO(Total Cost of Ownership) 모델링을 적용하면, 2030년까지 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장거리 대형 트럭 파워트레인이 순수 배터리 전기 솔루션보다 화물운송량(ton/km) 측면에서 약 20%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장거리 전기 트럭은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이 장착된 경우 경제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다.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은 비교적 작은 배터리를 요구함으로 적재량과 주행거리 감소를 최소화한다. 이 점은 장거리 운송업자들의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충전소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다.
장거리 대형 트럭의 경우, 전동화에 따른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가공 전력선을 설치해 트럭에 전력을 공급하는 컨셉이 실험되고 있다. 다른 방안으로 플래투닝(platooning, 군집주행)도 시도되고 있다. 북미 화물효율화위원회(NACFE)의 계산에 따르면, 플래투닝을 통해 연료 소비를 차량 한 대당 최대 10%까지 줄일 수 있다.
Toyota-Kenworth’s FC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