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mler′s Development Goals and Myths of Battery Technology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은 고에너지 밀도 실현 외에도 안전성, 무게,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다임러의 배터리 셀 연구책임자인 안드레아스 힌테나흐(Andreas Hintennach) 박사가 다임러의 배터리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해 밝혔다. 그는 메르세데스 벤츠 E-모빌리티(Electric Mobility) 전략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출처|다임러
2019년 5월 다임러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중기 경영계획 ‘Ambition 2039’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신차의 50% 이상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전기차(BEV), 수소차 등 친환경차가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내용을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의 EV 브랜드 ‘EQ 시리즈’를 시작으로 상용차, 트럭, 버스의 전동화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차 도입을 통해 2039년까지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또한 전 세계 공장을 친환경 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해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임러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을 배제할 수 없다. 배터리 시스템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배터리 수급과 함께 고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힌테나흐 박사는 “배터리 기술은 전기이동성의 핵심 요소이자 하나의 기성품이 아닌 차량 아키텍처의 필수 구성요소”라고 했다.
이러한 인식 하에 다임러는 배터리의 기초연구에서 생산 성숙 단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망라한다. 구체적으로는 현 리튬이온전지 시스템의 지속적인 최적화,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배터리 셀의 추가 개발, 차세대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 또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을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팩 수명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열관리도 중요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 브랜드 EQ의 첫 배터리 전기차(BEV) EQC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순수 전기차 레이스에 합류했다. EQC에 탑재된 배터리는 다임러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에서 생산한 80 kWh(NEDC) 리튬이온전지다.
힌테나흐 박사는 “리튬이온전지가 앞으로도 몇 년간 대세를 이어가겠지만 에너지 밀도, 충전시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리튬이온 그 이상의 혁신과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는 밸류체인(Value chain) 내에 통합적 접근방식을 취하기 위해서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Co., Ltd.)와 지속 가능성 제휴를 체결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EQ 브랜드 차량용 배터리 셀 중 일부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사용해 생산되고 있다.
용량(kWh) 못지않은 ‘안전성’
배터리의 충전 용량과 속도는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힌테나흐 박사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에너지 용량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재료 변경으로 더 높은 용량을 달성할 수 있지만 안전성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안전성에 관한 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야 하며 배터리 팩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임러의 개발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유연성’이다. 다임러 산하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 스마트, 밴, 버스, 트럭 등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및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다수의 배터리 팩 사용사례가 있다.
개발의 중심 축 ‘지속가능성’
다임러에서 ‘지속가능성’은 모든 개발 활동의 기본 원칙이다. 힌테나흐 박사는 “자동차 제조에 많은 양의 원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발 목표 중 하나는 천연자원의 필요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는 개발과정에서 각 차량 모델을 개념화해 모든 부품과 재료가 순환경제 맥락에서 적합한 지 분석한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희소 재료를 대체하거나 최소화 또는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 개념을 배터리에도 적용하고 있다.
다임러는 소재 재활용은 물론, 재활용 소재 채택을 처음부터 고려한다. 배터리도 예외가 아니다. CES 2020에서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다임러AG 회장은 차량에 사용되는 소재의 95%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채택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내연기관은 지난 133년 동안 꾸준히 개선돼왔다. 그럼에도 엄격해진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엔 미흡하다.
힌테나흐 박사는 “CO₂ 중립 전기로 충전하지 않더라도, 배터리 전기차는 수명주기 동안 휘발유엔진 차량보다 약 40%, 디젤엔진 차량보다 30% 더 적게 CO₂를 배출한다. 이 계산에서 2039년까지 목표 CO₂ 감축량과 향후 생산 주기로 다시 유입되는 소재의 재활용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우리는 이미 소재의 95%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힌테나흐 박사는 재생 원료 시장이 8~10년 안에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기간에 상당량의 재활용 가능한 차량용 배터리가 배출될 것이며 폐배터리에 포함돼 있는 코발트, 니켈, 구리는 물론, 심지어 실리콘도 재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는 재생 원료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돼 있으며 공정도 마련돼 있습니다. 현재 테스트 배터리를 사용해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힌테나흐 박사는, 유럽에는 1차 공급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유럽에서 기능하는 재생 원료 시장의 설립이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힌테나흐 박사는 실리콘이 흑연 분말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실리콘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최대 20~25%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음극 소재로 사용되는 흑연은 이론적 용량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속 충전 시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돼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이에 비해 실리콘은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이상 커 고에너지 배터리로 적합하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흑연과 호환되지 않는 소재를 음극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실리콘은 충전 속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지는 문제가 있다.
코발트와 리튬 대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코발트는 전체 매장량의 절반이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에 집중돼 있다. 콩고는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생산 비중 또한 높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 코발트 채굴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 다임러는 협력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접근방식을 개발했다. OECD 기준에 따라, 다임러는 코발트 공급망의 모든 단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외부 감사(audit) 회사를 참여시켰다.
“결국, 전기 이동성은 지속 가능한 조건에서 원료를 채굴하는 경우에만 실제로 지속 가능합니다.”
또 다른 전략은 인권문제와 함께 수급 불균형에 취약한 코발트를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다임러 배터리 셀의 경우에는 활성물질(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의 코발트 함량을 20% 미만으로 줄였다. 더 나아가 코발트 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화학적 관점에서, 일부에서는 코발트를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셉니다. 재료의 혼합 비율이 낮을수록 재활용이 더 쉽고 효율적입니다. 또한 혼합물의 생산이 쉽기 때문에 생산 시 에너지 소비도 줄어듭니다.”
현재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값비싼 코발트를 대체할 재료를 찾고 있다. 후보 중 하나가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전지다. 다임러는 코발트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문제가 덜하고 작업이 용이한 원료인 망간을 기본으로 하는 재료를 연구하고 있다. 망간의 경우에는 알칼리전지(비충전식 배터리) 형태로 수십 년 동안 사용돼 왔기에 이미 재활용 시설이 마련돼 있다.
힌테나흐 박사는 “연구원들의 임무는 이러한 유형의 전지를 충전식으로 만드는 것이며, 이 기술이 2020년대 후반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임러가 주목하는 또 다른 대안은 리튬황전지다. 황은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재활용이 쉬운 산업폐기물이다. 리튬황전지와 관련해 힌테나흐 박사는 “에너지 밀도와 관련해 상당한 과제를 제기하지만 탁월한 생태균형(ecobalance)을 가지고 있다”며 “이 기술을 승용차에 적용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임러는 리튬황전지보다 안전하고 저렴하며 리튬을 포함하지 않는 마그네슘황전지의 상용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독성이 없는 마그네슘은 매장량도 풍부해 리튬보다도 거의 30배 이상 저렴하다. 그럼에도 적당한 전해질이나 음극이 없어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개발에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다임러 역시 현재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임러가 리튬이온전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 올해 말 출시될 메르세데스 벤츠 eCitaro 전기 버스에 탑재될 고체전지(Solid-State Battery)다. 고체전지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고 안전성이 높다. 그러나 힌테나흐 박사는 고체전지가 승용차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고체전지 기술은 수명이 길고 코발트, 니켈 또는 망간을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고 충전 속도가 느립니다. 따라서 상용차량에는 적합하나 승용차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탈리튬계 이차전지 기술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고체전해질을 적용한 전지든, 리튬금속음극을 적용한 전지든 또는 리튬황을 적용한 전지든 모든 배터리 기술은 특정 재료 요건, 용도, 특히 성숙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각각의 기술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힌테나흐 박사는 “좋은 소식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황전지와 관련해 힌테나흐 박사는 현재 배터리의 양극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니켈과 코발트를 황으로 대체하면 지속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고, 에너지 밀도 역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수명이 아직 충분히 길지 않아서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튬공기전지(lithium-air batteries)의 경우에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양극에 대기 중의 산소를 활물질로 사용하므로 원료 수급 측면에서 대단히 유리하다. 힌테나흐 박사는 리튬공기전지가 에너지밀도는 탁월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컨셉카 비전 ‘AVTR’와 유기배터리
CES 2020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비전 AVTR(VISION AVTR)를 통해 주행 기술과 관련해 배출가스 없는 이동성의 지속가능한 비전을 제시했다. 최초의 혁신적인 배터리 기술은 그래핀 기반의 유기전지 화학을 기반으로 하므로 금속과 같이 희소하거나, 독성이 있거나,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힌테나흐 박사는 ‘진정한 혁명은 완전한 재활용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핀 전지기술은 높은 에너지밀도와 함께 뛰어난 급속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유기배터리(Organic batteries)는 현재 다임러의 기초 연구의 일환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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