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메이커의 진로
2009년 06월호 지면기사  / 윤재석 본지자문위원 adyoon@unitel.co.kr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메이커들은 다양한 도전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 세그먼트에 참여하고 있는 부품 메이커라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저조한 가운데 부품 메이커들은 어디로 진로를 잡아야 좋을지 고민이다. 지난해부터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메이커들은 CO2 배출 규제나 인도 타타자동차의 ‘나노’로 대표되는 초저가 차에 대한 대응 등 갖가지 도전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롤란트 베르거(Roland Berger)는 2001년부터 7년간 세계 자동차 부품 메이커의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100명 이상의 부품 메이커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토대로 강한 부품 메이커와 그렇지 못한 부품 메이커의 차이를 분석했다.

먼저 지역별로 보면, 일본과 유럽에 기반한 부품 메이커들이 2001년보다 2007년에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별로는 파워트레인, 새시, 내장 메이커가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글로벌 부품 메이커 상위 50개사와 하위 50개사를 선정하여 그 중에서 상위 메이커가 되기 위한 15가지 조건을 뽑아보았더니 매출 성장, 가격경쟁력, 재무안정성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그림 1).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히 성장 세그먼트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데, 부품 분야에서는 파워트레인, 지역에서는 일본․한국 메이커들의 성장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차량 세그먼트에서는 저가 차량용 부품이 향후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실제 이러한 경향을 주시하고 글로벌 부품 메이커들이 타타자동차 나노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 회사인 자토 자팬 리미티드(JATO Japan Limited)는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에 있는 메이커의 전략이며,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메이커는 ‘차별화’를 통하여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차별화란 누구나 손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강점을 말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품 메이커들이 지금까지 그다지 힘을 쏟지 않았던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필자는 종래의 기계적(mechanical)인 습관에 젖어 있는 자동차 부품 메이커들도 이제는 황금시장을 예고하고 있는 카일렉트로닉스(Car Electronics) 기술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고 싶다. 카일렉트로닉스 기술은 당초의 예측을 뛰어넘어 급속히 채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 동인(動因)은 지구온난화, 안전의식 확대, 사용자 요구의 다양화에서 찾을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양립하기 어려운 배기가스 저감과 엔진 출력의 향상, 차체 경량화와 안전성 향상, 쾌적성 향상과 품질 및 비용의 확보를 일렉트로닉스 기술을 통해 달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일렉트로닉스의 진전은 자동차 메이커의 고부가가치 지향과 제품 경쟁력 확보 경쟁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부품 메이커들은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세워 지방자치체나 대학 등 산학관 공동의 카일렉트로닉스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에는 자동차 부품의 40%를 지역 내에서 조달하고 40%는 지역 외, 그리고 20%는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조달하고 있는 부품은 엔진이나 차체 부품 등 비교적 일렉트로닉스화 되지 않은 부품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향후 일렉트로닉스화가 진행되면 지역 내 조달 비율은 더욱 낮아져 지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방정부가 카일렉트로닉스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정부는 카일렉트로닉스를 전담할 추진 기구나 센터를 만들고, 지역 기업이 부품의 일렉트로닉스화를 추진하는 활동 지원이나 인재육성 등을 그 지방의 산학관이 협력해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자동차의 안전 대책에 대한 생각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종래에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수동안전’이 안전 대책의 기본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고를 미리 막는 ‘능동안전’이 자동차 메이커 사이에서 활발하게 개발 적용되고 있다. 일렉트로닉스는 능동안전을 실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의 혁신적인 진화는 일렉트로닉스와 상호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례로 카일렉트로닉스 장치를 다섯 분야로 나누고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생산 대수 신장을 예측한 결과를 보면, 능동안전 분야가 62.9%의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해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으로 조사됐으며 다음은 새시(7.6%), 쾌적 장비(7.1%), 수동안전(5.3%), 파워트레인(4.7%)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은 사망․중상자수 제로를 목표로 특히 일렉트로닉스를 바탕으로 ‘안전’ 브랜드 확립을 도모하고 있다. 일례로 TRW 오토모티브는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 분야에서 에어백과 시트벨트, 스티어링, 브레이크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시스템의 전동화와 통합 제어를 중요한 개발 테마로 잡고 있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2009년 바닥을 찍고 2010년에는 거의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일부 낙관론에 따르면, 2011년부터는 자동차시장이 성장 궤도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지역이 북미,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금융위기로 시작된 ‘미국발 자동차 쓰나미’가 몰고 온 여파로 자동차 부품 메이커들은 동반 패닉 상태에 빠져 들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 이번 사태가 미친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 특히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인 높은 내수 의존도와 취약한 핵심 기술력, 부족한 글로벌 경쟁력은 이번 사태를 맞으면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요즘 한국산 자동차 부품이 일본보다는 싸고 중국보다는 품질이 좋아 선진 자동차 OEM들이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하지 않고서는 일장춘몽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공개한 ‘연비 개선 로드맵’에 따르면, 미국 수출 승용차의 평균 연비 목표치를 내년 갤런당 30마일(12.8 km/L)에서 2015년 갤런당 35마일(15 km/L)로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의 특성 상 국내 부품업계가 독자적인 기술개발 등을 통해 연비규제나 배기가스 규제 기준 강화에 대처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의 전망대로 자동차시장이 조만간 회복되더라도 차별화된 경쟁력과 기술력이 없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계의 ‘봄’은 먼나라 얘기가 될 수 있다. 앞서 제안했듯이 지역 특성을 살려 산학관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한편으로는 글로벌 리더 기업과의 전략적 기술제휴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 변화에 참여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며 기회를 잡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바야흐로 카일렉트로닉스 전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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