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혼다가 하이브리드 카(Hybrid Electric Vehicle, HEV)로 구축한 ‘그린 이미지’는 전세계적이다. 이들은 본토인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친환경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또 디젤 텃세가 강한 유럽에서 조차도 유럽 메이커들을 따돌리고 가장 친환경적인 차를 만들고 노력하는 회사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 현대기아자동차가 두 종의 LPi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면서 이들 또한 한국에 출사표를 던지게 됐다.
미국, 시들지 않는 인기
미국에 HEV가 처음 등장한 것은 8년 전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HEV 차주에 대해 엄청나게 비싼 돈을 주고 소형차를 모는 ‘별종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강력한 환경정책,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바뀌었다.
지난해 거세게 불었던 HEV 붐은 올해엔 어떨까. HEV 역시 지난 연말 이후 총체적인 난관에 빠진 자동차 산업과 함께 동반 추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소폭의 기름값 상승과 토요타, 혼다의 새 하이브리드 세단들이 론칭되면서 예년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HybridCARS)의 브래들리 버먼(Bradley Berman)은 “다소 성급한 판단일 수 있지만 HEV 판매량은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판단할 때 단순히 6월의 미국시장 HEV 판매 실적을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 6월 총 판매량은 85만 9,847대로 지난해 대비 28% 감소된 수치였다. 6월 HEV 판매 실적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지난해 5월과 비교해 5% 증대된 판매량을 기록했다.
선두주자 토요타 프리어스는 5월에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한 번 미국시장에서 월 1만 대 판매를 돌파했고 6월에는 1만 3,000대 가량을 팔았다. 미국 메이커인 포드 또한 HEV 인기에 편승했다. 이스케이프와 퓨전 HEV는 각각 3월 판매량과 비교할 때 75%, 65% 판매가 증가됐다.
미국의 딜러들은 4월에 2만 1,735대의 HEV를 팔았었다. 5월이 되면서 18.2% 증가한 2만 5,693대를 팔았다. 이는 전체 자동차 시장 판매와 비교하면 12.9% 높은 수준이었다. 6월에는 더욱 증가해 2만 6,205대를 판매했다.
거의 모든 메이저 메이커들이 불황에 허덕였지만 몇몇 메이커들은 HEV로 재미를 봤다. 5월 메이커들의 판매 실적이 추락하고 있을 때, 포드는 퓨전 등의 패밀리 세단 덕을 톡톡히 봤다. 6월 포드의 퓨전 판매량 중 10% 이상은 하이브리드 버전이었다. 퓨전 하이브리드는 2,093대를 판매한 토요타의 캠리 HEV에 35대 차이로 바짝 따라 붙었다.
HEV에 밝은 전망을 주는 또 다른 징후는 프리어스의 판매 동향이다. 버먼은 “6월 현재 판매량은 이미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5%나 증대됐다. 게다가 론칭될 3세대 프리어스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딜러들의 손에 들어가면 열흘 내에 판매할 차가 바닥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시간 대학의 정도회 박사는 “현재 차량 성능, 가격 및 유지비를 고려했을 때 내연기관을 대체할 만한 동력장치는 없으며, 신기술 시스템은 값이 비싸서 가격 경쟁력 없이는 시장규모 확대에 제약이 있겠지만 HEV나 디젤은 전세계적인 CO2 규제 강화로 선택사항이 아니며, 미국시장에서도 CAFE 규제로 판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유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당분간 파워트레인의 춘추전국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신차시장 톱 등극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HEV 시장 플레이어도 다양화되고 있다. 여전히 토요타의 프리어스가 절대적 지위에 있긴 하지만 캠리, 혼다의 인사이트와 시빅 같은 차들은 스테디 플레이어가 됐고, 포드의 퓨전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다른 시장은 토요타의 하이랜더, 포드의 이스케이프와 같이 좀 더 크고 비싸지만 일반적인 SUV 모델보다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버전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편 일부 모델들은 저조한 실적과 심각한 불황으로 철수하고 있다. 특히 GM은 최근 시보레 말리부(Malibu)와 새턴(Saturn) 등의 모델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혼다 역시 오리지널 모델인 인사이트와 어코드 HEV를 다시 론칭했지만 최근까지 두 가지 모델을 단종시켰다.
GM은 일본의 HEV에 대응하기 위해 볼트와 같은 플러그인 하는 차로 승부를 걸려 하고 있다. 그러나 GM 역시 2012년까지 15종의 HEV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HEV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GM은 일본의 히타치를 통해 내년 이후 출시할 HEV용 10만 개의 리튬이온 전지를 구매했다. 한편 혼다는 내년에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CR-Z와 소형 피트의 HEV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HEV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일본 메이커들, 일본 시장 동향이다. HEV는 일본에서 올 3월까지 3개월 간 2만 6,656대가 팔렸다. 이는 미국시장의 HEV 판매량의 절반 수준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2007년만 해도 미국과 일본시장의 HEV 판매량 비율은 5대1도 안됐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높은 가솔린 세금과 후한 인센티브를 통해 하이브리드 지원에 나서면서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여전히 이 두 가지 지원이 미약하다.
올해 일본의 HEV 신풍은 혼다가 선봉이었다. 혼다의 새 인사이트는 4월에 일본 내 신차 판매 순위에서 HEV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만 481대를 팔아치웠다. 1~4월 4개월간 누적 판매량 역시 1위였다. 그리고 뒤이은 5월부터 토요타의 3세대 프리어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프리어스는 인사이트를 단숨에 제쳐버리고 5월에 1만 915대를 팔아치우며 HEV는 물론 전체 자동차 신차판매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전 버전 대비 뛰어난 연비를 갖췄고 가격 또한 30만 엔 정도 더 내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정박사는 “미국에서도 프리어스와 인사이트는 모두 잘 팔리고 있다. 프리어스는 인사이트보다 비싸지만 연비에서 앞선다. 차체가 작은 인사이트는 젊은 계층이 주 고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 그린 이미지는 최고
유럽에서의 HEV 위상은 어떨까. 6월 현재 글로벌 HEV 판매량은 약 14만 5,000대다. 이중 가장 HEV가 많이 팔리는 유럽의 네덜란드와 영국의 판매량 합계는 고작 1만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판매량을 본다면 전혀 얘기할 거리가 아니지만 이미지 만큼은 다르다.
3월에 독일의 롤란트 베르거 스트래티지 컨설턴트(Roland Berger)와 TNS(TNS Infratest Automotive)는 유럽에서 “최고의 친환경 메이커는 어디냐”는 조사를 벌였다. 유럽 내 톱 3 자동차시장에서 수만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얼마나 자동차 회사들이 심각하게 친환경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를 조사해 비교했다. 롤란트 베르거는 조사결과 유럽인들이 유럽 메이커들의 노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마케팅 강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응답자들은 각각 선호하는 친환경 메이커 3곳을 뽑았는데 전체 1위는 55%가 답한 토요타였다. HEV와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이 소비자들이 토요타를 꼽은 주된 이유였다. 2위 또한 일본 메이커인 혼다였다. 그리고 일본 메이커에 이어 이름을 올린 회사는 19%를 기록한 독일의 BMW가 유일했다. 일본의 볼륨 메이커들은 거의 모든 다른 메이커들을 앞섰다.
다른 메이커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CO2, 오염물질 배출 수준이 더욱 내려간 차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응답이 2007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2,000유로 이상의 추가비용을 감안하고도 친환경적인 차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14%에서 20%로, 10%에서 16%로 높아졌다. 영국에서는 공해배출을 낮출 수 있다면 1,500파운드 이상의 비용이 들더라도 친환경차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15%에서 17%로 증대됐다.
미시간 대학의 정도회 박사는 “그린 이미지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것 같다. 하나는 기술 우위이며 다른 하나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기업 이미지가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