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 화두이자 중심 과제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급증에 따라 수송 분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높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석유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수송 분야에서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주 1). 실제로 자동차는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를 차지하며 CO2 배출량에서도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는 연비, 즉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
자동차 산업은 차량의 고성능화, 고기능화, 고 에너지 효율화, 그리고 클린화라는 공통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장치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자동차 전자장치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전력반도체는 ABS 등의 유압 밸브 제어, 파워 윈도 등의 모터 제어,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직류 전압을 교류로 변환하는 인버터 시스템 등 자동차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전력반도체는 실리콘(Si) 기반의 MOSFET과 IGBT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실리콘의 한계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Si-MOSFET 소자는 전압 블록킹 성능이 두 배가 되면, 온저항(RDS(on))이 5배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각 응용 분야에서 요구하는 높은 내압 특성과 고주파 특성 등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다. 이로 인해 90년대 초반부터 그 대안으로 높은 내압 특성과 낮은 온저항 특성을 달성할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SiC)와 갈륨나이트라이드(GaN)계의 와이드 밴드갭(wide band-gap) 화합물 반도체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SiC나 GaN 기판을 이용한 반도체는 밴드갭이 실리콘 반도체의 약 3배, 절연파괴 전계강도주 2)가 약 8~10배 이상 높다(표 1 참조). 소자의 특성으로서는 온저항을 대폭 낮출 수 있으므로 인버터 등 전력변환 회로의 전력반도체로 사용할 경우 전력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기판 공정 기술의 어려움으로 인해 2001년이 돼서야 SiC 쇼트키 다이오드가 상용화될 수 있었다. 당시 상용화된 SiC 다이오드도 2인치 웨이퍼 상에서만 구현이 가능했으며 2008년에 비로소 4인치 직경의 웨이퍼로 양산이 이루어졌다.
자동차 업계의 기대
현재의 실리콘 소재를 SiC로 바꾸려는 시도는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개선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외에도 내열성이 높다는 데 기인한다. 열전도율이 실리콘의 3배가 넘는 SiC는 꿈의 반도체 재료라고도 일컬어진다.
실리콘은 견딜 수 있는 최고 온도가 150 ℃, 최대 175 ℃ 정도이다. 한여름 자동차 실내 온도는 70∼80 ℃까지 올라가게 되는데,주 3) 이 상태에서 전자장치에 전류를 흘려보낼 경우에 그 온도가 70∼80 ℃를 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실리콘의 접합 온도는 150 ℃ 정도이지만, SiC를 사용하면 300∼400 ℃ 정도의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다. 따라서 냉각 장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앨 수도 있다.
그러나 SiC는 양산이 되더라도 실리콘보다 제조 가격이 3배정도 높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응용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SiC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자동차 업계의 수요가 커지면서 가격 하락이 빨라져 상황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표 1에서 보면, SiC 재료의 에너지 밴드갭은 실리콘의 3배인 데, 밴드갭이 큰 반도체에서 pn 접합을 만들면 순방향 전압이 높아진다. 밴드갭이 크다는 것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등에는 적합하지만, 전압 강하(drop)가 작을수록 좋은 대전류 전력반도체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SiC를 사용한 소자로는 IGBT보다도 파워 MOSFET 또는 JFET(Junction Field Effect Transistor)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MOS형은 얇은 산화막을 이용하기 때문에 절연파괴가 일어나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JFET은 노멀리 온 형(normally-on type)이기 때문에, 오프 시키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전압을 게이트에 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사이리스터(Thyristor) 정도는 아니지만 회로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SiC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는 파워트레인의 전동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인 모터의 출력은 120 kW 이상이 요구된다. 이 정도의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600 V 전원이라면, 200 A 이상의 전류 용량이 필요하다. 이런 용도에 요구되는 트랜지스터의 성능은 내압이 1200 V, 전류 용량이 200 A 이상이다.
1200 V 내압에서 100 A 이상의 대전류를 처리하는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는 기본적으로 MOSFET (Metal-Oxide-Semiconductor Field-Effect Transistor)의 드레인 측에 p 에미터 층을 부가한 형태로, 캐리어로 전자와 정공을 이용하므로 저항이 극히 작아서 전력 소모가 적다. MOSFET은 전자 또는 정공만을 캐리어로 사용하는 단극성 트랜지스터이므로, 온저항이 IGBT보다도 높다. IGBT보다도 전류 및 전압 용량이 큰 사이리스터는 전류를 온(on) 하기 쉽지만, 오프(off) 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GTO(Gate Turn-Off thyristor)는 게이트에 역방향의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으로 오프 시킬 수 있다. 일반적인 사이리스터(Silicon Controlled Rectifier, SCR)라도 오프 시키기 위해서는 전류 회로(Commutation Circuit)라고 하는 전압을 반전시키는 회로가 필요하다. 역전압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큰 인덕터(리액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회로는 커지게 되며 IGBT나 MOSFET보다도 응답 속도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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