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전기 기술연구소 공준호 이사
Q. 차량용 햅틱 인터페이스란 어떤 것인가.
A. 햅틱(Haptic)은 촉각을 통해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분야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어로 ‘만지는’이라는 형용사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차 내에서는 대부분 정보 전달이 시각, 청각을 통해 이뤄졌지만 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발전함에 따라 또 다른 감각을 통한 정보 전달이 가능해졌고 힘 궤환(force feedback), 힘 반사(force reflective)형 장치인 햅틱에 대한 연구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습니다.
운전자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장치가 웨이브(wave), 배리어(barrier), 댐퍼(damper), 스프링(spring), 텍스처(texture) 현상을 지닐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됨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제공됩니다. 기구적 형태로는 손가락 패드, 스크롤 휠, 로터리 다이얼, 슬라이더, 스틱 등이 있습니다. 또 햅틱은 인스트루먼트 패널 내나 센터 스택의 메인 디스플레이의 GUI(Graphic User Interface)와 연동됩니다.
상용화된 대표적 장치로는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의 iDrive, COMAND, MMI 등이 있습니다. 하나의 스위치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한 인터페이스들입니다. 현대자동차 또한 유사한 장치를 개발 장착해 차 내에 심플한 실내 디자인을 구현함과 동시에 편리와 안전성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
이같은 햅틱 기술들은 모두 미국의 이머젼(Immersion)사의 특허 적용을 받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패드나 드라이빙 휠 등 게임 관련 기기를 비롯해 정보가전, 의용공학, 산업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머젼의 햅틱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성전기의 제품들도 이머젼에 기술료를 지불합니다만 이 기술을 응용해 자체 특허를 취득하고 있습니다.
Q. 가장 최근에 선보인 스티어링 휠 햅틱은 어떤 것인가.
A. 스티어링 휠 햅틱(Steering Wheel Haptic)의 개발 컨셉은 운전자가 주행 중 주의력을 분산시키지 않고 휠 위에서 엄지손가락만으로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기, 모바일 기기, 공조장치(HVAC), 내비게이션 등을 신속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스티어링 휠 위에 햅틱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또 기존 햅틱 제품들에 비해 매우 다양한 필링을 진동 및 회동 저항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해 정확한 기능 조작을 돕습니다. 이 장치는 시인성을 높여주기 위해 인스트루먼트 패널 내에 장착되는 LCD 디스플레이도 포함합니다.
최근 차 내에 장착이 늘고 있는 각종 편의장치들은 운전자의 주행 집중력을 감소시켜 안전 운행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스위치 장치들이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에 집약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운전자 주의력 분산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스위치 류의 통합을 통해 주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작 및 조작 여부의 감각적 인지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의 통합 스위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종전까지의 햅틱들은 BMW의 iDrive와 같은 형태로 센터 컬럼에 장착된 로터리 스위치였습니다. 이 경우 햅틱을 사용하기 위해 주행 중 오른 손을 휠에서 떼거나 시선이 전방에서 떨어져야 했습니다. 운전은 운전자의 눈이 20도의 메인 화각에서 멀어질수록 심한 방해를 받습니다. 대성의 스티어링 휠 햅틱은 운전자의 손은 핸들 위에 두고, 눈은 필요 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인스트루먼트 패널 내의 디스플레이를 보기 위해 조금만 시선을 내리면 됩니다.
스티어링 휠 햅틱은 로터리 스위치로 기어 구조의 회전력 전달 구조를 취함으로써 조작력 내지 조작 반력에 대한 확실한 동력 전달을 이루어 분해능을 극대화해 오작동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입니다. 다양한 필링을 제공해 운전자가 기능 선택 시 감각적, 직관적으로 어떤 기능을 조작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휠을 돌리면 ‘톡톡’ 끊어지는 다양한 느낌의 디텐트가 기능, 모드에 따라 단계 조절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진동, 회동 저항 등의 각기 다른 느낌의 피드백을 줍니다. 예를 들어 메뉴 스위치를 누른 후 공조 기능을 조정할 때, 온도, 바람세기, 바람 방향 등의 하위 메뉴를 선택해 들어가 조절하면 이때 각 기능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필링이 제공됩니다. 이런 필링은 운전자의 선호에 따라 커스마이즈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고객들은 부드러운 느낌을, 유럽은 절도 있는 느낌을 선호합니다.
Q. 상용화 계획은.
A. 스티어링 휠 햅틱은 지난 1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기아자동차 부스를 통해 처음 공개했습니다. 내년 출시될 기아의 차세대 세단에 적용될 것입니다. 그러나 대성전기의 스티어링 휠 햅틱이 현대기아자동차에 독점 공급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대기아자동차가 주 고객임을 배려해 다른 메이커들에서의 상용화 시기는 상대적으로 늦출 것입니다.
이미 유럽의 몇몇 메이커들이 내년 초에 출시할 차에 이 제품을 적용할 수 있겠냐는 제의를 해왔지만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현재에도 영업팀이 유럽은 물론 북미지역에서 구체적 기술 미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Q. 개발 과정은.
A. 햅틱 관련 장기 플랜은 4년 전 시작됐습니다. 현재 기술연구소 내 선행개발팀 인원이 50여명인데 당시에 팀도 편성했습니다.
대성은 아시다시피 기계적 스위치를 만들던 회사로 이 부문 국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위치 제품들은 물량은 많지만 단가가 낮고 이윤이 박합니다. 회사는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만들길 원했습니다. 우리는 곧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부문에서 아이디어를 짜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대성전기의 햅틱 비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 이미 BMW의 iDrive 햅틱이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들이 스티어링 휠 햅틱과 ‘루미노 햅틱(Lumino Haptic)’입니다. 루미노 햅틱은 기존 장치에서 어떤 요소, 기술들이 사용되지 않았는지를 고민해 빛과 컬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소리를 부여한 제품을 만들기로 하면서 탄생했습니다.
Q. 루미노 햅틱을 소개하면.
A. 루미노 햅틱은 2008년 CES에서 공개했었습니다. 기존 차량용 햅틱의 단점을 해소하는데 광(光)인지 장치를 추가한 것이 루미노 햅틱(Lumino Haptic)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 역시 세계 최초입니다. BMW와 벤츠 등이 채용한 햅틱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운전자가 어떤 기능을 선택했는지를 촉각만으로 판단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시스템의 필링은 선택된 기능을 정확히 인지하고 구별하기 쉽지 않도록 설계됐습니다. 또 차란 것이 지속적으로 움직여 크고 작은 진동을 줘 촉각에 의한 인지를 어렵게 합니다. 특히 특정 기능들은 선택 순간에 정확한 기능 선택 여부를 판별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빛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조 시스템 조작에서 난방은 붉은색 계열, 냉방은 파란색 계열로 표시해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공조 시스템을 조작하고 온도 조절 레벨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채도가 온도 레벨 설정에 따라 바뀝니다. 또 운전자가 메뉴를 쉽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GUI를 직관적 디자인과 수평적 구조 메뉴로 제공했습니다.
루미노 햅틱은 전후로 밀고 당겨 기어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RPM에 따른 컬러를 코딩했습니다. 예를 들어 RPM이 3,000을 넘어가면 링의 컬러가 더욱 붉게 변하는 식입니다. 이같은 컨셉은 BMW, 폭스바겐, 아우디의 HMI 전문가들도 직접 본 후 크게 감탄했었습니다.
루미노 햅틱과 같이 빛을 이용한 컨셉들이 차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포드는 우리가 선보였던 GUI와 기능별 컬러 코딩을 똑같이 해 이를 실내 LED 조명과 연동시킨 마이포드 터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Q. 다른 햅틱 제품도 있나.
A. 스티어링 휠 햅틱, 루미노 햅틱은 햅틱 터치스트린과 함께 GUI 디자인, 감성공학, 차량용 통신 등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이용해 대성전기의 HMI 통합 솔루션을 구성합니다. 터치스크린은 차량 내에 산재된 각종 스위치를 LCD 내 아이콘으로 통합해 제어하게 합니다.
대개 햅틱 터치스크린들은 터치 시에 소리 효과만 내는데 반해 우리는 바이브레이션에 의한 피드백을 추가했습니다. 터치스크린에 바이브레이션 기능을 넣어 양산 적용한 차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터치스크린은 진동 패턴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스크린은 차량이 후진할 때에 후방카메라로도 변환됩니다. 스크린 주변에는 간단한 버튼이 장착돼 시작메뉴 불러오기, 돌아가기, 추가적인 옵션 접속 등의 세 가지 명령을 보조합니다. 버튼을 통해 라디오 채널, 전화번호, 내비게이션 목적지 등을 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Q. HMI로 음성인식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데.
A. 우선 대성의 햅틱 제품들은 유럽시장에서 큰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유럽은 북미시장에 비해 빠르게 인스트루먼트 패널 내에 디스플레이가 들어가고 있으며 모델들도 다양한 편입니다. 반면 북미에서는 최근 발표된 포드 모델들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해 볼 때 우리의 스티어링 휠 햅틱이 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성과 햅틱은 경쟁관계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다고 해서 햅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음성인식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운전과 관련된 기능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정확도가 부족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를 선택하는 데에서도 음성 시스템은 “이것이 맞습니까”라고 다시 물어 운전자의 승낙을 받습니다. 라디오를 켜고 끄고, 전화를 받는 등의 멀티태스킹과 달리 기어, 와이퍼를 작동시키거나 크루즈콘트롤과 같은 기능을 동작시키기에는 적당치 않습니다. 자동차에서는 1,000번 중 1번만 잘못 조작되어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위치의 경우엔 많은 기능에 대응하지 못합니다. 기계적 스위치들은 기능과 1:1 매칭이 돼야 하는데 기능들이 많아지다 보니 스티어링 휠의 스위치 수가 크게 증대됐습니다. 현대의 신형 에쿠스를 보면 스티어링 휠 좌우에 각각 2단식 스위치 세트가 들어갑니다. 너무 많은 스위치들은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스티어링 휠 한쪽에 햅틱이 들어가고 크루즈 콘트롤 등의 중요한 기능은 별도의 스위치로 두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입니다.
Q. 향후 계획은.
A. 대성전기의 HMI 분야 기술력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고 자부합니다. 회사의 햅틱 전담 개발 인력만 30여명이 넘습니다. 이는 국내 다른 기업들의 HMI 부문 전담 인력이 10여명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것입니다. 부가가치 높은 제품 개발을 위해 서울에 별도의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를 설립했고 최근에 11명의 인력도 새로 추가했습니다.
대성전기의 매출액은 4,000억 원이 채 안되지만 2014년까지 1조 원 매출 돌파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는 현재 수주 실적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성전기의 2대 주주인 델파이 또한 전체 TFT 디스플레이 방식의 인스트루먼트 패널 개발에 나서며 우리의 컨트롤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성전기는 지난 4년여 간 햅틱 제품을 개발해 왔고 이제 상용 단계에 있습니다. 제품들을 양산차에 적용해 회사 매출에 기여할 때입니다. 또 진행 중인 기술들을 더욱 개량해 양산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 갈 것입니다. 양산 적용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도 크게 확충할 것입니다.
HMI 부문 국책과제 또한 지속적으로 수행해 서울대 HMI 연구소,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시뮬레이션 팀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 평가할 것입니다. 광과 색을 이용한 인지가 실제 얼마나 주행을 안전하게 하는지 시험평가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더욱 향상된 시스템 개발에 나설 것입니다.
영업에서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에 출전하는 한편, 북미 자동차 3사에서 테크 로드쇼를 가질 계획입니다. 또 내년 CES를 겨냥한 현대기아자동차의 HMI 컨셉 제의 요청에도 대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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