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석 칼럼] 포드와 GM의 NACS로의 전환 의미
자동차 제조사, 충전기 제조사, 서비스 사업자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2023-06-13 온라인기사  / 최영석 대표|차지인

국내 급속충전 방식을 CCS로 통일한 선구자 제갈공명에게 감사하며···

 

 

최근 미국에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향후 신차부터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전기차 충전 시스템 영향으로) 연일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현재 미국 전기차 충전방식은 테슬라 자체 방식과 다른 자동차 제작사가 채택한 CCS(Combined Charging Systems)로 양분되어 있다. 테슬라는 자체 충전방식을 북미충전표준(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NACS)라고 명명하고 다른 자동차 제작사 및 충전기 제작사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로써 소위 ‘표준화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소식만으로 보면 이 전쟁은 싱겁게 끝나버린 듯하다. 자동차 산업의 오랜 맹주인 포드와 GM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테슬라의 NACS를 채택하기로 발표해 버린 것이다. 과연 이 전쟁은 테슬라의 승리로 정리될 것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기술적인 사항을 규격화한 ‘기술표준’과 달리 ‘시장표준’은 더욱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짧게 말하자면 NACS로 인해 시장 이해관계자 다수의 이익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다수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시장표준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다. 당장에 그동안 CCS 충전기를 개발하고 충전소를 구축한 기존 사업자들은 이 변화가 결코 달가울 수 없다. 이러한 일반적인 내용을 테슬라가 모르고 있을 리 만무하다는 전제를 하면, 지금 우리는 이 상황을 조금 더 차갑고 엄중한 자세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포드와 GM이 테슬라 충전방식을 채택한 표면적인 이유를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현지의 다수 조사에 따르면 CCS 충전기의 20% 이상은 항상 고장이 나 있다고 한다. 또한, 사용자의 불만을 조사해보면 CCS 충전소에 대한 불만도는 테슬라 충전소보다 3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잦은 고장으로 인해 사용자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슬라 충전기는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고, 충전기만 연결하면 충전카드를 따로 갖다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충전된다. 혹자는 테슬라 충전기 커플러를 해골, 도깨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신기하고 특이해서 마치 산업용 기계 같은 CCS의 생김새와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그러니 사용자의 인터페이스 만족도와 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CCS보다 테슬라의 NACS가 압승이라고 할 수 있다. 
 


CCS와 NACS의 기술적 차이의 핵심은 통신방식에 있다. CCS는 소위 차세대 통신방식이라고 불리는 전력선통신(Power Line Communication, PLC) 방식이지만, NACS는 계측 제어기 통신망(Controller Area Network, CAN) 방식으로 매우 범용화된 특징이 있다. 두 방식의 극명한 차이는 인터넷 네트워크 프로토콜(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 TCP/IP) 가능성이다. 지금과 달리 조만간 CCS 충전기는 충전기 사용환경이 완전히 자동으로 바뀌게 된다. 전기차에는 마치 스마트폰과 같이 인증서가 설치되고, 지금의 테슬라와 같은 플러그 앤 차지(Plug and Charge) 기능이 보편화할 것이다. 테슬라와 차이라면, 이 기능이 모든 브랜드의 자동차와 충전기에서 차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수 전기차와 충전기 간의 상호호환성 확보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마치 전체주의보다 민주주의의 과정이 더 시간이 걸리고 더딘 것과 같다. 
반대 관점에서 본다면 테슬라의 전기차와 충전기는 인하우스(In-House) 개념으로 자사 전기차와 충전기만의 관계에서 플러그 앤 차지 기능 구현이 쉽고 간편했지만, 포드와 GM의 전기차에도 차별 없이 이 기능을 구현하려면 시간과 노력의 투입을 피할 수 없다. 물론 포드와 GM이 테슬라가 정한 표준을 한마디 반대 없이 무조건 수용한다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겠지만, 과연 100년이 넘는 그들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의 시간이 테슬라 앞에서 고분고분해질지는 의문이다. 

이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연결을 시켜보고자 한다. 
CCS와 NACS는 공공 급속충전기에 관한 기술표준이다. 공공 급속충전 스테이션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도 그간 테슬라가 자체 비용으로 전국에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를 설치한 노력은 대단히 칭찬받아야 한다는 점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간 미온적인 태도를 극적으로 전환하여 2022년에 국가 전기차 인프라(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보조금은 국민 모두에게 널리 쓰이는 충전기로 국한되었고, 결국 테슬라는 테슬라 단독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테슬라는 정부 보조금으로 설치되어 충전사업자의 비용부담이 적은 충전기와 경쟁해야 한다. 이미 테슬라 운전자의 테슬라 충전소에 대한 최대 불만이 충전가격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니 테슬라는 ‘두루 널리 쓰이는 충전기’가 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포드와 GM을 초대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모두가 말하는 ‘테슬라의 승리’다. 

하지만 필자는 테슬라가 포드와 GM을 들러리로 세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과연 미국 자동차 역사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생긴다. 테슬라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포드와 GM이 스스로 아성을 꺾고 순순히 테슬라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실로 믿기 어렵고, 의문을 넘어서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포드와 GM은 특정 연도와 차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NACS를 자사 차량에 적용한다고 한다.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필자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과연 누가 구형 충전방식이 적용된 전기차를 오늘 구입할 것인가? 그렇다면 포드와 GM은 NACS가 적용되기 전까지는 충전방식에 대해 잘 모르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포드와 GM에게 개방될 테슬라 슈퍼차저 ‘1만 2,000기’에 대해서도, 테슬라가 현재 미국에서 운영하는 슈퍼차저는 12,000기를 훨씬 넘는 현실과 비교하면 또 하나의 의구심이 생긴다. 왜 모든 충전기가 아닌 일부만 개방하는 걸까? 

테슬라 운전자들의 불만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테슬라 운전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그래서 마치 회원제 골프장과 같은 테슬라 슈퍼차저에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가 들어올 것이다. 하나둘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가 일거에 몰려들 것이다. 초기에는 이런 몰림이 더 클 것이다. 사용 빈도가 증가하니 충전기의 고장문제도 이전과 달리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느덧 테슬라 판매가 늘어 테슬라 운전자끼리 나눠 쓰기도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브랜드 운전자가 몰려드니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해지고, 테슬라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격감할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가 꺼내든 카드는 “테슬라 운전자여! CCS 충전소도 열렸다”이다. 젠더만 있으면 CCS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젠더는 주먹만 한 크기에 불과해서 젠더가 CAN 통신을 하는 테슬라 차량을 PLC 통신을 하는 CCS 충전기에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젠더는 충전기 커플러와 차량 인렛의 서로 다른 모양을 맞추는 역할만 하며 실제로는 테슬라 차량이 CCS 충전을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상식적이지 않을까? 과연 테슬라 차량은 이미 CCS 충전을 하는 것인가? 참고로 테슬라는 국제 콤보 협회인 차린(CharIN) 회원사다. 

필자는 결론적으로 미국의 미래 충전표준은 겉모양은 NACS, 하지만 실제 작동방식은 CCS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NACS는 아직 범용 브랜도 간 확장성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포드와 GM이 순순히 NACS로 전환한다는 것으로 보아 NACS로의 전환은 충전기 커플러와 차량 충전 인렛의 형상에만 국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실제 충전 과정에서의 통신과 전력 이동 방식과 과금결제 방식은 모두 CCS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 당장 포드, GM의 전기차를 사더라도 후에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서 차량의 충전 인렛만 바꾸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렇다면 테슬라 충전기는 결론적으로 기존 CAN 통신이 아닌 PLC 통신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미 테슬라는 최근 Model 3부터 차량에 PLC 통신모뎀을 장착하고 있다. 충전 사업자들도 우려하는 것과 달리 충전기의 커플러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전기차 운전자가 젠더 하나를 차량에 두면 간단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공공화시킬 목적으로 전기차의 Vehicle-to-Grid 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는데, 테슬라의 NACS는 아직 이렇다 할 Vehicle-to-Grid 기능을 보여준 적이 없다. 하물며 포드와 GM이 한 번도 소개되고 검증된 적 없는 NACS V2G를 채택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 표준화 전쟁의 승자는 바이든 정부라고 본다. 바이든 정부는 테슬라가 이미 PLC를 적용한 마당에 CCS로의 전환에 어려움이 크지 않으리라고 봤고, 포드와 GM에게 그 무겁고 못생긴(?) CCS 커플러가 아닌 테슬라의 신기한(?) 커플러로의 전환을 제안했을 수 있다. 합리적이고 공평한 조율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는 50만기의 공공 충전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의 실현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섰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한동안 더 많은 전기차 제조사와 충전기 제조사의 NACS 전환 발표가 예상된다. 

한때 현대차의 한국형 CHAdeMO, 르노삼성의 AC3상, BMW 및 수입차의 CCS로 혼재되었던 시절에 CCS로 국내 급속충전 방식을 통일한 선구자가 있다. 이 선구자에 따르면 CCS로의 표준 통일은 ‘모두의 행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는 한국형 CHAdeMO를 버리고 국제 CCS 연합에 합류함으로써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가장 각광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포드와 GM의 NACS로의 전환 발표가 다른 자동차 제조사, 충전기 제조사, 충전 서비스 사업자 ‘모두의 행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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