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뜰. 이명박 대통령이 전기차를 손수 운전하며 청와대 경내를 한 바퀴 돌았다. 이날은 국산 1호 고속 전기차(Full Speed Electric Vehicle)인 ‘블루온(BlueOn)’이 처음 공개되던 날이었다. 친환경 그린카 육성 의지를 표명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약 1년 간에 걸쳐 개발된 블루온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놓은 첫 고속 전기차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엔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양수길 녹색성장위원장, 한민구 그린카포럼 위원장, 이현순 현대자동차 부회장, 그리고 블루온 개발에 참여한 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만큼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전기차 시대 대응에 뒤쳐져선 안 된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제는 전기차 개발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
지난해 10월, 정부는 제 33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이례적으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 갖고 ‘전기자동차산업 활성화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고속 전기차 양산시기를 2011년으로 당겨 잡았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순수 전기차(Pure Electric Vehicle, PEV) 양산 계획보다 2년이 앞선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엔 국산 1호 고속 전기차 블루온을 청와대에 전시하고 관계자들을 초청해 노고를 치하하며 전기차 시대의 조기 도래 가능성을 언급했다. 세계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 법제 정비와 인프라 구축 계획을 마련하고 시범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국 정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00만 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또는 PEV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기차 출시 계획을 앞 다퉈 쏟아내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완성차 업계는 다소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러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심 부족을 우려해 시급히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날 이대통령은 당초 조수석에 동승할 계획이었으나 직접 블루온을 운전, 전기차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달했다. 이대통령은 “자동차 회사들의 동향으로 볼 때 전기차 시대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올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날 우리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왔으면 좋겠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만들고 상용화하자”면서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블루온은 BMW의 MINI E, 닛산의 리프, 미쓰비시 i-MiEV에 비해 떨어질 게 없다. 공간 활용도나 주행 성능은 더 뛰어나다”며 “현재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조만간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대통령은 “블루온이 일본의 전기차보다 우수하다면 대단한 것이다. 녹색성장 시대에는 남의 기술로 만들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이 차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힘을 모아 만들었고 서로 협력한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격려했다.
블루온 개발에는 현대차 외에 중소·중견 기업 34개사를 포함해 총 44개 사가 참여했다. 지식경제부의 발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술 향상과 국산화율 90% 달성에 큰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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