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Instrument Cluster)은 불필요한 부분이 없는 아주 심플한 장치였다.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표시하는 한두 개의 큰 게이지와 연료량 및 수온을 표시하는 조금 작은 게이지에 LED 몇 개면 충분했다(여기에 방향지시등을 켤 때 똑딱 소리를 내는 대형 릴레이 포함). 그러나 요즘 계기판 설계는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최신 자동차에는 다양한 안전 시스템과 주행 보조 및 정보 시스템이 다수 장착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에게 명확하고 애매한 부분 없이 매력적인 방식으로 상태를 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LED를 이용해 상태 표시를 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절대 공간이 충분치 않다. 유일한 해결책은 ‘구성 가능한’ LCD를 사용해 상황에 따라 다른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다.
최근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에는 전통적인 게이지와 재구성 가능한 LCD 패널이 조합된다. 전통적 게이지를 계승하는 이유는 저렴하면서도 운전자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LCD는 컬러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보여줌으로써 운전자와 감성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그러나 민감한 정보의 표시에 있어서 안전 규격을 만족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대량생산되는 자동차의 경우, 엄격한 가격 제한 범위 내에서 이 모든 기능과 요구사항을 구현해야만 한다. 따라서 계기판 설계 엔지니어들은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한 가지 목표는 더 강력한 그래픽 프로세서와 대량의 그래픽 RAM으로 더 복잡한 디스플레이를 제어하는 것이고, 또 다른 목표는 낮은 BOM(Bill of Material) 단일 칩 솔루션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온칩 그래픽 RAM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SRAM이 최신 DSM(Deep Sub-Micron) 반도체 소자 중에서 가장 고가에 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계기판의 과거와 현재
사진 1은 마힌드라 로건(Mahindra Logan)의 전통적인 “게이지+LED” 방식의 계기판이다. 여기에는 주행거리계와 운행 정보를 표시하는 작은 LCD가 있다. 이 계기판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기술은 미미한 수준이며, 8비트 또는 16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MCU) 하나로 구현할 수 있다. 실행되는 소프트웨어 또한 비교적 간단하며 그래픽 처리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표시 영역의 대부분은 채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사진 2는 포드의 2010년형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 카(Ford Fusion Hybrid Electric Vehicle)의 프리뷰 계기판이다. 여기에는 단 하나의 아날로그 게이지만 중앙에 자리하고 양측에는 구성 가능한 컬러 LCD 패널 2개가 위치한다. LCD 패널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표시하는데, 내연기관이 구동할 경우에는 엔진 RPM이 표시되고, 전기 동력으로 주행할 경우에는 배터리 출력과 전기 모터 출력이 표시된다. 기타 차량 관련 데이터는 그래픽 형태로 표시되며 디스플레이는 운전자가 선호하는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 조정될 수 있다.
포드의 계기판은 운전자가 연료를 절약하는 정도에 따라 디스플레이 한부분에 녹색 잎이 늘어나도록 표시해 운전자가 더 경제적인 운전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사례는 계기판에 컬러 LCD를 사용하는 방식 중에서 한 가지 예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그래픽을 활용해 계기판의 유용성을 확대하고 전시장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카 메이커들도 운전자에게 복합한 드라이브트레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배터리 잔량은 어떤지 알려주기 위해 컬러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iSuppli)가 차량 내 컬러 디스플레이 판매량이 2009년 2,000만 대에서 2015년에 5,000만 대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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