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경량 설계는 배터리 용량과 함께 중량이 주행거리를 제한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BMW는 경량 설계 원칙과 CFRP와 같은 신소재를 사용해 Megacity Vehicle을 개발하고 있다. BMW의 새로운 바디 설계인 라이프드라이브(LifeDrive) 개념은 수평으로 분리된 “드라이브”와 “라이프”라는 2개의 독립적인 모듈로 구성된다. 드라이브 모듈은 알루미늄 새시 내에 배터리, 구동 시스템, 구조부(structural) 및 충돌 보호 기능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한다. 드라이브 모듈과 한 쌍인 라이프 모듈은 고강도이면서 초경량의 CFRP제 패신저 셀(passenger cell)로 구성된다.
지구온난화와 자동차 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에너지 자원의 고갈로 인해 갈수록 자동차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자체와 부품 재료의 개발 동기도 단순한 연비 개선이라는 수준을 넘어 환경규제에 따른 경쟁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량 경량화는 환경 기술이자 수익 개선 수단으로서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차량의 주행 저항은 대부분 회전 저항, 즉 차량 중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차량의 경량화를 추진함으로써 차량 저항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오랫동안 바디 프레임(body frame) 재료로는 무거운 금속 재료가 사용돼 왔으나, 최근 들어 금속 재료보다 20~50% 정도의 구조 경량화가 가능한 복합재료들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 수많은 복합재료 중에서도 섬유강화 플라스틱(FRP)은 금속 재료보다 강도와 강성이 우수하고, 특히 설계 요건에 따라 적층 배향을 적절히 선정할 수 있는 유용성 때문에 경량화 및 고강도를 추구하는 자동차의 구조물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자동차에 철강의 대체 재료로 경량의 탄소섬유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는 1979년에 포드가 발표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 CFRP)을 사용한 차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고급 스포츠카를 중심으로 스포일러(spoiler), 루프 등의 외장재,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 내장재, 그리고 추진축(drive shaft)과 새시 일부에 탄소섬유가 사용되고 있다. CFRP로 만들어진 부품은 금속이나 알루미늄(Al) 부품과 비교해 동등한 강도에 무게는 금속보다 최대 50%, 알루미늄보다 약 30% 경량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양산 차 모델의 구조부 재료로 CFRP을 사용한 사례는 드물다. 지금까지 CFRP를 모노코크 새시(monocoque chassis)에 적용한 차는 코닉세그 CCR, 맥라렌 F1, 부가티 베이론, 페라리 F50, 포르쉐 카레라 GT 등 한정 생산 수퍼카로 국한돼 있다. 탄소섬유가 금속에 비해 고가일 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에 적합한 생산기술의 확립과 제조공정 단축이라는 장벽에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연비는 나빠진다. 실제로 자동차 연비의 75%는 차량 질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차량 중량이 10%가 줄어들면 연비는 6~8% 향상되며, 반대로 중량이 늘어나면 연비가 그만큼 악화된다. 자동차의 경량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연비 절감 효과는 엔진의 효율 개선, 하이브리드 카의 모터 손실 저감 등에 비해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
바스프(BASF)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헤르만 알트호프(Herman Altoff)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파워트레인에 장착되는 금속 부품의 총 무게는 10.8 kg에 달한다”며 “이 부품을 폴리아미드로 만들 경우 총 무게는 7.6 kg으로 줄어든다. 또 플라스틱 흡기 매니폴드를 폴리아미드 소재로 만들면, 무게가 40% 가량 줄어 마력이 3% 가까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수년간 초경량 탄소섬유 차체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대다수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의 철강 차체를 고수하며 초경량 차체 기술을 조립 라인에 도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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