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cueability: The Missing Principle in Automotive Design
Rescueability: 자동차 설계 원칙에서 빠진 마지막 요소
2026-07-14 / 09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EV. 4,127킬로그램(9,100파운드)의 이 EV는 이중 적층 배터리를 견고한 케이싱 안에 담고 있다. 수많은 통풍구 때문에 가솔린 차량처럼 보인다. 이 흡입구들은 실제로 작동하는데, 더운 날씨에 배터리팩을 식히기 위해 팬이 가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배터리를 소모시켜 배터리팩을 결함 모드로 몰아넣을 수 있다. 실제로 가솔린 버전의 흡입구가 더 작다. 구조대가 과거에 단서로 삼던 특징들이 이제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자동차는 충돌을 견디도록 설계돼 왔다. 그러나 사고 이후 탑승자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지, 구조대가 차량에 접근하고 고전압을 차단할 수 있는지, 차량의 추진방식을 외부에서 즉시 식별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주요 설계 기준이 아니다. 뉴어크 소방국의 스티븐 라펜타 배틀리언 치프와 WSL 컨설팅의 윌리엄 S. 러너 CEO는 이런 공백에 대해 'Rescueability', 즉 구조 가능성이라고 부른다. 전동식 도어 핸들, 라미네이트 유리, 대용량 배터리, 외부 식별의 부재가 구조 현장에 어떤 문제를 남기는지, 그리고 왜 구조 가능성이 자동차 산업의 다음 화두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IN ENGLISH


 

AEM은 뉴어크 소방국 배틀리언 치프 스티븐 라펜타,
WSL 컨설팅 CEO 윌리엄 S. 러너와의
장시간 인터뷰, 그들의 현장 조사, 그리고 미국 NHTSA에 제출된 규칙제정 청원서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이 아직 설계하지 않은 마지막 안전 원칙,
Rescueability(구조 가능성)를 조명한다.


Series
① Rescueability — 자동차 설계 철학에서 빠진 마지막 요소

자동차는 충돌을 견뎠다. 그러나 구조를 위해 설계됐는가
윌리엄 S. 러너 & 스티븐 라펜타 대담


③ 2주마다 모든 것이 바뀐다
윌리엄 S. 러너가 말하는 구조 가능성, 정보, 그리고 침묵의 대가

④ 뉴어크 소방대대장, NHTSA에 차량 추진방식 외부 식별 의무화 청원
"구조대는 몇 초 안에 판단해야 하지만, 그 차가 전기차인지조차 알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2년 전,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 EQE 한 대가 아무런 예고 없이 불길에 휩싸였다. 차주도, 관리인도, 소방대도 그 차가 불이 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화재는 순식간에 지하주차장 전체로 번져 600여 대의 차량을 오염시켰다. 대피했던 주민들이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눈 자극을, 노인들은 피부 자극을 호소했다.
그 사이 세계 각국에선 전동식 도어 핸들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미국에선 22세 청년이 Tesla Model 3 안에서 “숨을 쉴 수 없다, 갇혔다”고 911에 신고하면서 사망했다. 라미네이트 유리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쳤지만 깨지지 않았다. 그의 가족은 현재 소송 중이다. 중국은 2027년 1월 1일부터 완전 은닉형 전자식 도어 핸들을 사실상 금지하고, 모든 신차에 전력 상실 시에도 작동하는 기계식 개방 기능을 의무화했다.
인천, 미국, 중국. 서로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자동차는 충돌에는 대비하고 있지만, ‘구조’에는 어떤가라고.
6월과 7월, AEM과 인터뷰를 한 뉴어크 소방국의 배틀리언 파이어 치프 스티븐 라펜타(Steven LaPenta)와 WSL 컨설팅의 CEO 윌리엄 S. 러너(William S. Lerner)는 같은 답을 했다. 핵심은 EV나 배터리 자체보다, 그 위험을 전제로 하지 않은 자동차의 설계에 있다는 것이다.



Rescueability란 무엇인가

두 사람이 공통으로 쓴 단어가 있다. 구조 가능성(Rescueability). 표준어도 자동차 공학의 정식 용어도 아니지만, 지금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말은 없다.
“충돌 안전성 시험은 사람이 벽을 들이받았을 때를 기준으로 합니다. 사고 후 당신이 차량에서 나올 수 있는지, 구조대가 차량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시험하지 않습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Rescueability란 무엇인가. 
▶탑승자가 사고 후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가 ▶구조대가 차량 내부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는가 ▶차량을 즉시,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는가 ▶고전압을 안전하게 차단할 수 있는가 ▶차량의 설계 자체가 구조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가. 
이런 논의는 분명 세계적으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다섯 가지 중 단 하나도 현재 국제 자동차 안전 규정에 공식적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루시드 배터리팩 전시 사진. 이 차량은 전 세계에 판매되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된다. 개별 셀은 오픈 케이싱 안에 담겨 스케이트보드형 언더플로어 플랫폼 위에 통합돼 있다. 러너에 따르면, 화재 시 가스가 방출될 수 있으며, 일부 사례에서는 셀이 최대 50피트 거리까지 비산하는 것이 관측된 바 있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설계되지 않는다

왜 이런 개념이 지금까지 설계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을까. Euro NCAP도, IIHS도, NHTSA도 신차 안전등급을 매길 때 구조 가능성을 측정 항목에 넣지 않는다. 소비자도 차를 살 때 "이 차는 사고 후에 내가 나올 수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 투자자도 이 항목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엔지니어들이 공기역학, 스타일링, 충돌 안전성, 비용을 최적화할 때, 구조 가능성은 그 의사결정 과정에 없습니다. 저는 특정 차량에서 사람을 꺼내기 위해 어떤 독특한 문제를 겪었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이 공백은 자동차에서 그치지 않는다. 러너는 뉴욕·뉴저지 항만청(Port Authority) 전체 자산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 리스크 평가를 수행한 바 있다. JFK, 뉴어크국제공항, 라과디아를 포함한 공항 다섯 곳, 조지 워싱턴 브리지, 링컨 터널, 그리고 12만 대 이상을 수용하는 주차 인프라까지가 그 대상이었다. 연간 6억 명이 이용하는 이 인프라에 리튬이온 관련 위험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평가의 핵심이었다. 그는 최근 전기 항공기와 eVTOL, 드론을 다루는 항공 부문 컨설팅 역할도 새로 맡았다고 밝혔다. EV 화재를 계기로 구조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영역이 자동차를 넘어 공항, 대형 인프라 시설로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도 100층짜리 고층빌딩을 짓기 전에 소방관에게 묻지 않습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그는 자동차 회사가 새로운 플랫폼을 설계할 때도 구조 전문가가 처음부터 설계실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너도 마찬가지다. 
"라펜타 치프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고전압 차단 케이블을 숨기기 전에, 그를 데려와서 물어보십시오. '이 배치가 괜찮습니까?' 그게 전부입니다.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구조 전문가들은 무상으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라미네이트 유리는 이런 공백이 만들어낸 가장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소음 저감과 자외선 차단을 위해 도입된 이 유리는 일반 강화유리처럼 센터펀치로 깨지지 않는다. 금만 갈 뿐이다. 탑승자가 비상 탈출 도구를 갖고 있어도 소용없다. 소방관의 절단 도구는 통하지만, 도착까지 걸리는 몇 분이 생사를 가른다.



EV 화재 이후 전형적인 거동. 차량은 최대 3개월까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가스 방출도 계속될 수 있는데, 구조대와 대중은 불이 보이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다.



구조는 식별에서 시작된다

구조 가능성의 공백은 모든 차량에 해당하지만, 전기차에서는 그 무게가 완전히 달라진다. 고전압 잔류 에너지, 열폭주, 재점화, 유독가스라는 변수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화씨 3,000도에서 5,000도, 섭씨로 환산하면 약 1,650도에서 2,760도에 이르는 온도를 낸다. 초기 진압에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며칠에서 최대 3개월까지 재점화가 가능하다는 게 라펜타의 설명이다. 인천 사고에서는 차량이 발화 후 수초 만에 화염에 휩싸였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구조대원이 접근 방식, 진화 전술, 격리 범위를 다시 판단할 여유는 없다.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는데 구조를 할 수 없고, 절단을 할 수 없고, 유독가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장비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차는 타게 둬야 합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구조대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정보는 화재의 크기가 아니라 차량의 정체다. 그것이 내연기관차인지, 하이브리드인지, 전기차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과 위험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은 단순한 분류 문제가 아니다. 차량의 추진방식에 따라 구조대가 접근해야 하는 거리, 진압 위치, 필요한 보호 장비, 냉각과 격리 절차, 그리고 사고 이후 차량을 어떻게 견인하고 보관할지까지 모두 달라진다. 다시 말해, 차량의 추진방식을 모른다는 것은 구조대가 어떤 위험을 상대하고 있는지 모른 채 현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차량은 외관만으로 추진방식을 식별하기 어렵다. 그나마 한국은 번호판 색상이 달라 최소한의 기회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는 그렇지 않고, 일부 전기차는 아예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동일하게 보여, 구조대가 차량 가까이 접근하기 전까지는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과거에는 막힌 라디에이터 그릴, 배기구의 부재, 파란색 엠블럼 같은 시각적 단서가 전기차를 구분하는 기준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기역학과 디자인 통합, 브랜드 일관성을 이유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외관 차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공유가 늘어나면서 같은 차체가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동시에 판매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러너가 말했다. 
구조대 입장에서는 과거에 존재하던 시각적 단서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라펜타가 최근 NHTSA에 제출한 청원도 Rescueability 전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도 구조의 첫 단계인 '외부 식별성'이다.



차량 후면의 실버라도 엠블럼. 쉐보레 보타이는 크기가 극적으로 커진 반면, 모델명은 작아졌다. 이는 현재 트렌드다: 차량의 구체적 속성, 파워트레인, 추진방식이 아니라 브랜드를 강조하는 것.



딜러십에서 발견한 것

라펜타와 러너는 함께 딜러십을 찾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를 직접 살펴본 적 있다. 외관상 내연기관 버전과 EV가 거의 구분되지 않았다. 방향지시등 근처 마커 정도가 유일한 차이였다. 과거에는 막힌 라디에이터 그릴이 EV를 나타내는 시각적 단서였지만, 이 차는 배터리 냉각 팬 때문에 그릴이 오히려 더 열려 있다. 그 단서마저 통하지 않는 차였다.
더 큰 문제는 내부다. 도어 핸들은 일반 핸들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동식이었다. 프렁크를 열 수동 스위치가 없었다. 고전압 차단 장치에 접근하려면 배터리 구획을 덮는 슬라이드식 트레이를 제거해야 했는데, 이를 표시하는 라벨은 있었지만 검은색 플라스틱 위에 검은색 글자로 각인되어 있어 식별이 거의 불가능했다.
"저는 이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인데도, 차단 장치가 어디 있는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러너는 비슷한 경험을 GM과의 인연에서 겪었다고 말했다. 약 10년 전 GM의 한 배터리 담당 임원으로부터 캐딜락 리릭의 긴급 대응 가이드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는 최초 구조대원을 24시간 모니터링할 것, 차량이 24시간 이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이드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러너는 당시 자신이 제안한 내용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했다. 
에스컬레이드 IQ의 무게는 약 4,127킬로그램, 배터리 용량은 205킬로와트시다. 러너와 라펜타는 이런 이중 적층 구조가 열전파 측면에서 새로운 검증 과제를 제기한다고 본다. 배터리 냉각을 위한 팬 시스템도 새로운 변수다. 팬이나 전원 계통 이상은 배터리 관리 및 차량 기능에 추가적인 변수가 될 수 있으며, 일부 전동식 기능의 가용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라펜타와 러너는 이 문제를 제조사를 비난하기 위한 사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누구도 구조 가능성을 설계 목표로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산업 전체의 공백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OEM은 구조 가능성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OEM이 얻는 것

구조 가능성을 설계에 반영하는 일은 자동차 회사에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가장 먼저는 브랜드 신뢰다. Volvo가 '안전'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브랜드 자산으로 써온 것처럼, 구조 가능성은 아직 누구도 선점하지 않은 영역이다.
"구조 전문가를 설계 과정에 먼저 참여시키는 OEM은 '우리는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할 자격을 얻습니다. 그것은 공공 안전의 문제일 뿐 아니라 브랜드로서도 가치가 있습니다."
라펜타가 말했다. 여기에 법적 리스크 감소, ESG 관점의 구조대 안전 서사, 규제를 앞서가는 선도자 지위까지 더해진다.
러너가 거듭 강조하는 것은 비용이다. 그는 새로운 부품이나 별도의 설계 변경 없이, 기존 공급업체에 부품 하나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비용은 사실상 들지 않습니다. 구조 전문가들은 무상으로라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러너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구조 가능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보는 새로운 안전장치다

라펜타와 러너가 강조하는 건 새로운 부품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1초가 중요하고, 최초 구조대원들은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가져야 합니다. 저희의 솔루션은 결국 정보입니다." 러너가 말했다.
그는 그들의 접근을 '안전 기능'이 아니라 '정보'라는 틀로 설명한다.
러너가 자신의 특허 포트폴리오(20건 이상)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구상 중 하나는 이렇다. 차량 외장 일부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고휘도 LED를 숨겨두고, 충돌이나 배터리 이상이 감지되는 순간 추진방식을 색과 패턴으로 알리는 방식이다. 이후 단계에서는 배터리 용량, 충전 상태, 탑승 인원, 고전압·저전압 차단 위치 같은 정보가 구조대의 웨어러블 기기나 인프라로 전달되는 그림까지 그는 구상하고 있다. 
"목격자나 경찰관이 신고 전화에서 차량에 문제가 있고 불빛이 번갈아 깜빡인다고 말하는 순간, 지령센터는 그 차량이 EV라는 걸 압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 정보가 전달되는 겁니다." 
물론 이는 러너가 제안하는 여러 가능한 해법 중 하나다. 구조 가능성을 구현하는 방식은 다양한 기술적 경로를 통해 달성할 수 있고, 이 아이디어 역시 그중 하나의 출발점일 뿐이다.



2027 BMW X5의 전동식 도어 오프너 — B필러에 있는 작은 지느러미 모양의 돌출부.



중국이 먼저 인정한 것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7년 1월 1일부터 완전 은닉형 전자식 도어 핸들을 사실상 금지하고, 모든 신차에 전력 상실 시에도 작동하는 기계식 수동 개방 기능을 의무화했다. 세계 최대 EV 시장이 전동식 도어 핸들 단독 구조의 위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다. 메르세데스처럼 신차 대부분에 전자식 핸들을 적용해온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용으로 별도의 도어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러너는 이런 흐름이 한국에도 곧 도달할 것이라 본다.
“이 결정은 결국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소비자가 판매원에게 '제가 사려는 신형 차는 왜 구식 핸들이 달려 있나요'라고 묻는 시기가 올 겁니다.” 러너가 말했다.
그럼에도 구조 가능성 자체를 요구하는 국제 규정은 여전히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탈출성 시험도, 구조성 시험도, 전동식 핸들에 대한 표준화된 시험도, 라미네이트 유리에 대한 구조 대응형 기준도 없다. 일본 NCAP이 도어 개방성 점수를 포함하려는 제한적 시도를 했을 뿐, 전 세계 설계 기준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청원, 그리고 그 한계

이런 공백을 메우려는 첫 시도가 지난 7월 1일 워싱턴DC에 접수됐다. 
라펜타가 개인 자격으로 제출한 규칙제정 청원이 미국 교통부(DOT)와 도로교통안전국(NHTSA) 법무실에 정식으로 접수된 것이다. 청원은 모든 신규 차량이 추진방식을 외부에서 즉시 식별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표시 체계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한 전기차 화재 3건에서 고전압 배터리 재점화가 총 15차례 발생했다는 기록, 워싱턴주 조사에서 견인업체의 62%가 사고 차량의 전기차 여부를 확인할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결과가 근거로 제시됐다.
청원이 곧 규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식 규칙제정 절차는 접수 이후에도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청원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라펜타는 이렇게 말한다. 
“NHTSA가 이 청원을 받아들인다면, 이는 자동차 회사들에게 더 나아져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대중과 구조대에게 이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됩니다. 기각된다면, 그건 그냥 예전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 됩니다.” 
수용이든 기각이든, 차량 추진방식의 외부 식별 문제가 미국 연방 규칙제정 절차의 공식 의제로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 청원의 의미다. 
구조대와 차량의 상호작용 문제가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7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소방차와 구급차의 진로를 막거나, 플래시 라이트·연기·화재·교통 통제 장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업계에 공개적인 시정 요구(Call to Action)를 발표했다. 이는 구조 가능성이 전기차 화재나 전동식 도어 핸들 문제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체가 해결해야 할 시스템 요구사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조 가능성이 승용차 시장에서 당장 새로운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동차 산업의 많은 변화가 그랬듯, 규제는 종종 선도 기업의 자발적 시도 뒤에 따라왔다. 충돌 안전성이 그랬고, ADAS도 그랬다. 



닷지 차저의 실내. EV인 Charger Daytona와 가솔린 Sixpack 모델은 동일한 차체와 도어 구조를 공유한다. 앞문에는 외부 전동식 도어 오프너가 있고, 네 개의 문 모두 전동 푸시 버튼으로 열린다. 앞좌석에는 패널 아래 숨겨진 수동 릴리스 레버가 있지만, 뒷좌석에는 별도의 수동 릴리스 장치가 확인되지 않는다. 배터리 전원이 상실될 경우, 뒷좌석 탑승자의 비상 탈출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마지막 사용자는 누구인가

자동차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조용해지고, 더 빨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EV는 늘고, 종류와 관계없이 화재도 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인간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설계 테이블 밖에 남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순간, 차량의 마지막 사용자는 구조대다. 그들은 차량을 설계한 엔지니어가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그 차량을 다뤄야 한다. 어두운 밤, 뒤집힌 차, 빗속에서, 장갑을 낀 손으로, 수천 도의 열 앞에서.
“구조대원의 생명은 차량 안에 있는 사람의 생명과 같습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손자입니다.” 러너의 말이다. 라펜타는 현실을 덧붙인다. “저희가 현장에 도착했는데 구조를 할 수 없고, 절단을 할 수 없다면, 그 차는 타게 둬야 합니다. 그 사람들은 죽을 것입니다.”
앞으로 구조 가능성은 도어 개방 시간, 외부 식별성, 고전압 차단 접근성, 구조 절차 수행 시간과 같은 정량적 지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구조 가능성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자동차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일지도 모른다. 자동차는 사고를 피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모든 사고를 피할 수는 없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차는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당신의 차는, 구조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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