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Data Memorization: Toward World Models
AIDA와 SDV 이후의 자동차 지능
데이터 암기 넘어 월드 모델로
2026-08-14 / 09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전 병 욱
KATECH AI·자율주행기술연구소장 

SDV는 오랫동안 자동차 산업이 도달해야 할 목표처럼 이야기돼 왔다. 그러나 전병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소장은 AID 2026에서 SDV를 AI를 담기 위한 ‘판’으로 다시 규정하고, 데이터 암기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는 월드 모델을 그다음 단계로 제시했다. AIDV는 아직 완성된 기술 체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인지와 판단 사이에 ‘예측’을 넣은 그의 설명은 SDV 이후 자동차 지능이 향할 방향과 아직 풀지 못한 질문을 함께 보여줬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SDV를 해야 되는 이유는 AI 때문이었습니다. SDV 그 자체는 판을 깔아주는 플랫폼에 불과했습니다."
2026년 7월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D 2026 무대에서 전병욱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 AI·자율주행기술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자동차 업계가 공들여온 SDV 전환 작업을 이렇게 선 그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란 용어가 산업의 목표어처럼 통용된 지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는 SDV를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로 다시 놓았다.



SDV는 AI를 위한 판

중앙집중형 아키텍처와 ECU 통합, 와이어링 축소, OTA 무선 업데이트는 모두 제조사 입장에서 분명한 이득이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소비자가 차를 바꿀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자율주행, 대화형 인캐빈 지능, 그리고 시트·서스펜션 같은 기능 제어의 개인화다. 이 세 가지는 모두 AI가 있어야 작동한다. 
전 소장은 SDV의 한가운데 놓인 HPC(고성능 컴퓨터)를 가리키며, 이 장치의 존재 이유가 AI를 차량 안에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SDV가 자동차의 뼈대를 바꿨다면, 그 뼈대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바꾸는 건 AI라는 것이다.



인지와 판단 사이에 '예측'을 넣다

핵심은 자율주행 AI의 세대 전환. 전 소장은 이 흐름을 세 단계로 나눴다. 
무한한 에지 케이스를 사람이 일일이 규칙으로 옮겨 적어야 했던 1세대 룰 기반 방식, 대량의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정답 확률을 끌어올리는 2세대 엔드투엔드 방식, 그리고 3세대로 제시한 월드 모델 기반 방식. 월드 모델은 물리 세계의 인과관계를 학습해 보지 못한 상황까지 일반화하려는 접근이다. 물론 그 가능성은 아직 검증된 결과보다 지향점에 가깝고, 이 구분도 업계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단계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한때 사람이 지켜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자율주행에 도달하려면 100억 마일의 주행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소장은 그 수치를 다시 끌어와 데이터가 아무리 쌓여도 감독형에서 비감독형으로의 전환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논지로 이어갔다. 그가 든 비유는 수능이었다. 
문제집을 많이 풀면 시험을 잘 볼 수는 있지만, 만점을 받으려면 내가 풀어본 문제 안에서만 시험이 출제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건 공식을 이해하는 힘, 즉 처음 보는 응용문제도 풀어낼 수 있는 이해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월드 모델이 데이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에 담기지 않은 상황까지 일반화해 대응하기 위한 접근이다.
이 구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예측'의 등장이다. 기존의 제어는 인지, 판단, 제어 세 단계로 이뤄진다. 전 소장이 설명한 월드 모델 기반 제어는 여기에 예측을 끼워 넣는다. 인지, 예측, 판단, 제어. AI가 행동에 나서기 전에 내부적으로 다음 순간, 그다음 순간의 상태를 미리 돌려본다. 그는 이를 사람의 판단 과정에 빗댔다. 걸어가다 앞에 빙판길이 보이면 사람은 발을 딛기 전에 이미 미끄러져 넘어지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그 상상을 근거로 걸음을 옆으로 옮긴다. 빙판길을 실제로 밟아본 적이 없어도 노면 마찰과 몸의 움직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으면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예측이 학습되는 경로도 말했다. 현실 데이터를 가상 환경으로 옮기는 real-to-sim 과정을 거쳐 가상 환경에서 반복 학습하고, 다시 이를 현실로 옮길 때 발생하는 격차인 sim-to-real gap을 줄여간다. 전 소장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모델 알파마요(Alpamayo)와, 물리 세계를 생성하고 예측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함께 사례로 들었다. 엔비디아 역시 알파마요를 코스모스 기반의 자율주행 VLA(Vision-Language-Action) 생태계로 소개하고 있다. 알파마요는 시각 정보를 언어적 추론과 행동으로 연결하는 VLA 모델이다. 언어 출력이 내부 추론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판단을 검토할 수 있는 추가 단서를 제공한다. 함께 언급한 PilotNet의 히트맵 역시 모델이 영상의 어느 영역에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보여주는 설명 가능성 기술이다.







AI가 움직이는 차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다만 AIDV가 완성된 기술 체계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기존 SDV와 구별되는 구체적인 차량 아키텍처나 개발·검증 체계까지 내놓지는 않았다. 월드 모델의 예측 불확실성을 어떻게 측정하고 비결정적인 AI를 어떻게 검증할지, 제한된 차량 컴퓨팅 자원에서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AIDV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결과라기보다, SDV 이후의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전 소장이 제시한 하나의 틀이었다.
챗봇의 오답은 정보의 오류로 끝날 수 있지만, 자동차나 로봇을 제어하는 AI의 오판은 물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데이터와 일반화의 한계를 짚은 전 소장은 문제를 신뢰성과 보안으로 확장했다. 
신뢰성의 문제는 AI가 블랙박스라는 데서 출발한다. 내부에서 어떤 계산을 거쳐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열어보는 기술이 앞서 언급한 설명 가능한 AI다. 보안의 문제는 조금 다르다. 전 소장은 사이버 공격이 AI의 오판으로, 그 오판이 다시 충돌이나 비정상 조향 같은 물리적 피해로 이어지는 연쇄를 설명했다. 그는 해킹을 완전히 막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목표는 공격을 원천 차단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방어가 뚫린 상황에서도 차량이 안전한 상태로 전환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AID 2026의 다른 키노트도 이런 질문을 하고 있었다. TrustMotion의 스테판 폴레드나 CTO는 피지컬 AI를 위한 결정론적 실시간 실행을 강조했고, AutoCrypt의 김의석 사장과 Elektrobit의 아빈드 머시 CCO는 사이버보안과 기능안전성의 조화를 다뤘다. 접근은 달랐지만 무게중심은 같았다. AI를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가에서, AI가 움직이는 자동차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로 질문이 옮겨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소장은 자동차와 로봇 사이의 구분이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로봇이라는 것. 자동차와 로봇이 센서, AI 모델, 컴퓨팅과 제어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만나고 있다. 그의 시각에서 아직 폼팩터가 정립되지 않은 로봇보다 이미 대량생산 기반을 갖춘 자동차가 피지컬 AI의 첫 번째 적용처다. 

그의 논리를 따르면, 피지컬 AI 시대의 승부처는 모델과 데이터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디지털 지능을 현실 세계의 안전한 행동으로 옮겨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SDV가 목적이 아니라 판이었다는 말로 돌아가 보면, 이 말이야말로 그 판 위에 무엇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인 셈이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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