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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기업들은 차량이 사람보다 먼저 감지하고 판단하며 반응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구현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푸단대학교 린옌단 교수는 자동차 조명의 색과 밝기부터 건강 콕핏까지, 기술의 효과를 사람의 반응으로 증명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글 | 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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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도로에서 파란색 표시등을 켠 차량이 달린다. 중국에서 '샤오란덩(작은 파란불)'으로 불리는 이 빛은 레벨 2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작동 중임을 외부에 알리는 표시로 빠르게 확산됐다. 업계와 소비자에게는 이 등이 켜지는 순간이 사실상 자율주행의 시작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 방향은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레벨 2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돕는 기술일 뿐, 자동차가 운전을 맡는 자율주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6년 7월 중국은 이 등에 제동을 걸었다. 현행 외부조명 표준 GB 4785가 애초 허용하지 않는 색인 데다, 야간 눈부심과 주변 운전자의 판단 방해가 안전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파란불이 사라져도 차량이 자신의 자동화 상태와 의도를 외부에 전달해야 할 필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Matrix LED와 픽셀 조명, 노면 프로젝션 같은 새로운 eHMI(External Human Machine Interface)가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표시방식이 달라진다고 질문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그 빛을 더 빨리 알아보는가.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가. 더 밝고 화려하게 만들수록 실제로 더 안전해지는가.
푸단대학교 린옌단(Lin Yandan) 교수의 연구는 특정 표시등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그 질문을 사람의 반응으로 측정했다. 실험에서 청색은 흰색보다 빨리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밝기가 약 102.5 cd/㎡를 넘어서자 식별성은 더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고, 인지부하와 눈부심 불쾌감은 계속 증가했다. 기술은 더 밝은 빛을 만들 수 있었지만, 사람은 더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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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표시등은 흰색보다 대비효과 24%, 차량 식별 평가 14%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 우위가 밝기와 결합할 때는 다른 문제였다.
청색은 빨리 보였지만, 밝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눈맞춤이나 손짓을 대신할 수단이 필요하다. 보행자와 다른 운전자는 차량이 출발하려는지, 정지하거나 양보하는지, 지금 자율주행 중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동차 조명이 도로를 비추거나 차량을 장식하는 부품을 넘어 차량의 상태와 의도를 외부에 알리는 eHMI로 바뀌는 것이다.
린 교수는 자율주행 상태를 알리는 표시등의 청색과 흰색을 비교한 연구를 소개했다. 청색 표시등은 흰색보다 참가자가 처음 바라보기까지 걸린 시간이 짧았다. 대비효과는 24%로 나타났고 평균 주시시간도 더 길었다. 차량 식별에 대한 평가는 청색이 흰색보다 14% 높았다. 청색이 더 빨리 눈에 띈다는 결과다. 그러나 시선을 끌었다는 것만으로 사고위험까지 낮아졌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연구진은 참가자 26명을 대상으로 실제 차량의 야간 관찰실험을 진행했다. 표시등의 밝기는 101.5 cd/㎡에서 103.75 cd/㎡까지 네 단계로 나눴고, 세 가지 설치 위치와 세 가지 관찰거리를 조합했다. 인지부하에서는 밝기와 설치 위치 모두 유의한 주효과를 보였다(각각 p<.001). 중앙선에 배치한 표시등은 그릴 면적형이나 전면유리 라인형보다 인지부하가 뚜렷하게 낮았다. 밝기가 102.5 cd/㎡를 넘어서자 식별성은 더 좋아지지 않았지만, 인지부하와 눈부심에 따른 비용은 계속 올라갔다.
슬라이드에는 결과를 요약한 문장이 떠 있었다.
"‘눈에 띌수록 안전하다’는 단순한 논리를 바꾸다."
"색깔 하나만 보고 안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동차 조명의 안전성은 색상과 밝기, 설치 위치, 관찰거리와 실제 교통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102.5 cd/㎡는 모든 자율주행 표시등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기준은 아니다. 26명이 참여한 특정 차량과 야간 관찰조건에서 확인된 값이고, 연령과 시각특성, 날씨와 도로환경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표준이나 제품기준으로 쓰려면 더 다양한 조건에서 반복 검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와 사람에게 적절한 값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실험은 여러 발표의 한 조각이었다. Desay SV는 AI Agent가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여러 기능을 스스로 연결하는 자동차를, XPENG은 시트가 탑승자의 자세와 신체상태를 감지해 먼저 반응하는 미래를, Dongfeng은 지능형 섀시가 도로와 차량의 한계를 미리 판단하는 방향을 각각 발표했다. 차가 사람보다 먼저 감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흐름이 그 자리를 채웠다.
린 교수의 발표 화면 첫 장에는 이 흐름에 각주를 다는 문장이 걸려 있었다. 자동차 조명이 시스템급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것. 전동화·지능화·네트워크화·경험화가 겹치는 지금 조명의 기본 기능은 보고 보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환경 감지, 정보 교환, 안전 경고, 감정 표현, 건강 경험까지 그가 나열한 역할은 길었고, 그걸 뒷받침할 경쟁력도 광학설계 하나가 아니라 재료와 측정·검증, 표준·법규와 인간공학으로 나눠 잡았다. 조명 실험은 그중 측정·검증의 한 갈래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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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명 참가자의 야간 실차 관찰실험 결과, 102.5 cd/㎡를 넘어서자 식별성 개선은 멈췄지만 인지부하와 눈부심은 계속 증가했다.
제품이 달라졌다면 측정법도 달라져야 한다
측정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는, 조명이 더 이상 하나의 목적에서 완성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명은 기존 시험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제품이 아니다. 차량 전폭을 가로지르는 2m 이상의 램프가 나왔고, 하나의 발광면에 여러 기능 영역과 고밀도 LED 모듈이 들어간다. 기존 평가는 여전히 법규가 지정한 몇 개 지점의 광도와 배광을 재는 데 머물러 있다. 린 교수는 이를 "새로운 도전이 체계의 반복 개선을 강요한다"고 정리했다. 규제가 먼저가 아니라 제품이 먼저 바뀌고 측정 체계가 뒤쫓아가는 상황이다.
긴 발광면에서는 발광중심을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항저우 위안팡광전은 머신비전으로 각 발광점의 공간좌표를 직접 찾는 방식을 제안했다. 영상측정과 좌표변환을 결합해 수평·수직 위치오차까지 확인한다. HUD도 사정은 비슷하다. 차량마다 곡면유리와 표시영역이 달라 고정된 시험장비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상하이 푸잔즈넝은 유연한 검사 아키텍처를 구축해 신차 양산과 애프터마켓, 해외 납품에 대응했다. 다축 플랫폼과 이미지 알고리즘, 데이터 추적을 결합한 이 접근은 검사를 단일 지점의 파라미터 측정에서 제품 전 과정의 품질관리로 옮겨놓고 있었다.
렌즈가 특정 각도의 태양광을 좁은 영역에 모으는 집광현상도 새로운 과제다. 국부적으로 에너지가 쌓이면 내부 소재가 변색되거나 변형되고, 심하면 기능 자체가 망가진다. 완성된 램프의 초기 광학 성능만 재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린 교수가 소개한 시험 절차는 세 단계였는데, 자연 태양광에 가까운 빛으로 사전 조사하고, 서로 다른 고도각과 방위각에서 렌즈 모듈이나 램프 전체를 스캔하고, 고온 환경을 재현해 극한 조건에서의 저항력을 평가하는 순서다. 그녀는 태양광 집광을 램프의 전 수명주기 안전검증 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표는 측정에서 멈추지 않았다. 픽셀 헤드램프용 실리콘 집광기와 폴리우레탄 열용융 접착제 사례를 들며, 스마트 램프의 경쟁력이 광학 성능뿐 아니라 원가와 생산효율, 장기 신뢰성에서도 결정된다고 짚었다. 더 지능적인 조명을 규모 있게 만들려면 그걸 구성하고 밀봉하는 재료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측정범위 역시 출고 시점에서 멈출 수 없다. 스마트 램프에 센서와 제어기,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들어갈수록 평가할 대상도 열과 재료, 전자장치와 알고리즘, 생산편차와 사용기간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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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보행자 횡단 유도 정보를 직접 투사하는 DLP 인터랙션. 다만 도로 요철과 의미 오독 위험은 아직 남은 과제다.
조명은 신호를 넘어 의미를 전달한다
린 교수는 미래 차량 조명이 독립적으로 조명이나 신호 기능만 수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센서, 도메인 컨트롤러, 카메라, 도로 환경, 클라우드 데이터와 협업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픽셀 조명이 대표적으로, 적응형 주행빔(ADB)은 그 픽셀 단위의 정밀함을 광학 성능과 실시간 환경 감지에 결합해, 맞은편 차량만 동적으로 가리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식별등은 법규 준수와 외부 식별성을 통해 주행 모드를 전달하고, eHMI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의도를 해석해 보행자와 다른 도로 이용자에게 정보를 조직해 전달한다.
"미래의 차량 조명 시스템은 '도로를 비추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를 조직하고' '의도를 해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이해 가능한 광신호를 통해, 교통 참여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낮춰야 합니다."
DLP 투사형 조명도 같은 맥락이다. 차량은 도로 위에 차선변경 안내와 사각지대 경고, 보행자 횡단 유도 같은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다만 도로 요철과 차량 자세 변화가 투사 선명도에 영향을 주고, 의미 오독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법규가 어디까지 허용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투사형 상호작용은 이상적인 렌더링 이미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실제 차량과 실제 도로에서 검증하고 표준화된 평가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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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콕핏은 '건강'과 '편안함' 같은 감각적 개념을 정량화하고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CRT 프레임은 차주의 실제 피드백을 제품 정의지표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조명의 다음 스펙
린 교수의 시야는 조명이 직접 손대지 않는 영역까지 넓어졌다. 자율주행이 사람의 역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운전에서 여러 차량을 감시하고 필요할 때 개입하는 일로 바꾼다는 사례였다.
무인차량 원격조작에서는 조작자가 직접 작업자에서 원격 감독자로 바뀌면서, 안구운동과 뇌파, 근적외선 신호를 함께 이용해 인지피로와 조작위험을 읽는 복합지표가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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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던진 질문은 빛이 잘 보이는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답을 만든다. 그 빛이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가까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남교통대학은 내인성 광감수성 망막신경절세포(ipRGCs)가 매개하는 광생물 효과가 각성도, 인지 수행능력, 정서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조명이 시각 신호를 넘어 사람의 생리 리듬 자체를 건드릴 수 있다는 근거다. 상하이해양대학이 제안한 경량 관계인식 네트워크 MEXNet은 이 문제를 반대 방향에서 다뤘다. 조명 인간공학 분석을 아예 알고리즘 설계 안에 넣어 실제 광환경이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을 짚었다. 실험실에서 정확히 작동하던 감지 알고리즘이 역광이나 야간, 터널과 불균일한 조명에서는 성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말하려던 것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 것이다.
건강 콕핏 파트에서는 CCRT라는 프레임이 등장했다. 사용자 경험을 위한 공학적 번역기. 실제 차주의 피드백과 주관평가·생리지표·객관수치가 입력으로 들어가 전 시나리오 실차시험과 다원 융합분석을 거치면 제품 정의지표와 핵심 통점이 출력으로 나온다. 통점은 공간, 동적 승차감, 멀미, 시트 압력 네 가지로 모인다. 캐빈 내부 조명도 이 틀 안에 있다. 운전 시나리오와 탑승자 요구에 따라 동적으로 조절되는 상호작용, 밝기와 색온도·리듬광이 주는 편안함과 정서조절까지 조명 역시 "건강"과 "편안함"을 정량화할 대상이다.
"건강 콕핏은 환경, 온습도, 진동, 시트 지지력, 시각 부하와 다중 모드 생리 데이터를 함께 다뤄야 합니다. 평가방법을 세워 '건강', '편안함', '고급감' 같은 감각적 개념이 정량화되고 검증되고 공학적으로 구현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다시, 102.5 cd/㎡
조명은 시스템이었지만, 그 바닥의 기준은 사람이었다. 102.5 cd/㎡는 그 기준을 숫자 하나로 보여준다. 더 밝게 만들 기술은 있었지만, 그 이상에서 사람은 더 잘 보지 못했고 눈부심과 인지부하만 커졌다. 파란불은 법규로 지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빛이 대신하려던 과제는 다음 세대의 eHMI에도 그대로 남는다. 사람은 표시를 실제로 빨리 알아보는가.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가.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가. 102.5 cd/㎡는 정답이 아니라 이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다. 차량이 먼저 판단하고 반응하는 시대일수록 마지막 기준은 사람이어야 한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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