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토종 자동차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ISO 26262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분야다. 독일의 TUV SUD가 인증서를 발급했다. 이번 인증을 통해 모비스는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주요 고객사의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전장 서플라이어로서 경쟁력을 높여 향후 글로벌 마케팅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위기를 기회로
모비스는 지난 12월 10일 경기도 용인연구소에서 국제표준 인증기관 TUV SUD로부터 ISO 26262 인증서를 받았다. 대상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LKAS) 소프트웨어 분야다.
현대모비스 국제표준기술팀 SCCㆍLKAS 인증 담당 차종조 대리는 “예를 들어 모비스의 차체 자세제어(ESC)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2010년만 해도 10만 라인을 갖고 있었는데 다른 기능이 추가되면서 불과 2년 만에 2배인 20만 라인 이상이 됐다. 차량 1대의 소프트웨어 라인은 1,000~2,000만 라인에 달한다”며 자동차 전자화 속도와 이에 따른 위험요소 증대를 설명했다.
자동차 모델당 전기/전자 비중은 현재 20~30% 수준에서 2015년 40~50%로 확대될 전망이다. 즉 엔진,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등 주요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 오작동 가능성과 치명적 사고위험이 크게 늘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ISO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복잡도 증대에 따른 전장부품 안전도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 및 표준화된 설계를 통해 전장 시스템의 안전성 확보를 추구하는 ISO 26262 기능안전성 표준을 제정했다. ISO 26262는 2009년 표준 초안이 마련됐고 각고의 노력 끝에 2011년 11월 표준으로 제정됐다.
현대모비스는 ISO 26262 인증을 글로벌 톱5 서플라이어란 단기 목표 달성의 디딤돌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ISO 26262 제정 이전부터 기능안전성 전담 조직을 가동해 대응해왔고, 서둘러 SCC와 LKAS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추진했다.
기능안전성 표준 초안이 마련되던 당시 BMW와 같은 OEM들은 이 표준을 “기술 없는 부품사를 절반으로 줄일 툴”로 해석했었다. ISO 26262가 법적 구속력을 지닌 표준은 아니지만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전장품은 안전성에 대해 OEM의 신뢰를 얻지 못해 시장경쟁에서 뒤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 대리는 “ISO 26262 표준 제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선진업체들의 기술장벽이라는 등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현재의 기술과 비용 측면에서 많은 난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도로의 수많은 차들이 지금도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듯이 현재 제품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ISO 26262 인증은 한층 더 높은 품질의 차량을 만들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구체적 이유를 증명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발하고 프로세스를 구축하게 함으로써 모든 제품에 대한 고객의 제품 안전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비스는 2010년 경영층의 조속한 판단 하에 ISO 26262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TFT가 곧바로 구성됐고, 팀은 CEO 직속조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때문에 대응 2년 만에 국내 최초 인증이란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차 대리는 “안전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 증가나 일정 지연의 사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지만 경영층의 적극적 개입과 결단, 그리고 유관팀들의 유기적 협력 노력으로 빠른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증은 TUV SUD가 지난해 10월부터 약 40일 간 기본심사, 11월 12일부터 사흘간 최종 기술심사, 11월 20일 진천공장 생산 심사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이뤄졌다. 현대모비스는 ISO 26262가 요구하는 215개 항목을 만족시켰다.
차 대리는 “모비스는 SCC와 LKAS는 물론 자체 개발 중인 각종 전장품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외 OEM 영업 마케팅 활동에서 한층 유리한 환경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SW 기술력 확보
현대모비스의 인증은 두 가지 면에서 최초다. 만도헬라와 같은 합작회사가 먼저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지만 순수 국내 업체가 인증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증이다.
모비스의 ISO 26262 인증은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다. 표준이 제정된 지 1년여 밖에 안 돼 대부분 글로벌 OEM, 서플라이어도 아직 인증을 획득하지 못했거나 대응 중에 있다. 차 대리는 “사실 ISO 26262 제정 이전에도 유사한 표준이 있었고, 모비스는 전자식 브레이크(EBS), 전동모터 조향 시스템(MDPS), 에어백 시스템(ACU) 등의 안전 관련 섀시 제품들에 이를 적용해왔다”며 “그러나 당시의 기능안전성은 자동차 도메인 표준이 아니라 산업안전 표준인 IEC 61508을 기본으로 했다”고 말했다.
모비스가 인증받은 ASIL B등급의 SCC와 LKAS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레이다와 카메라 기반 안전 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와주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이다. 이 시스템들은 미국과 유럽 등의 신차안전도평가제도(NCAP)에서 고객사 모델의 ★★★★★ 획득, 이를 통한 모델 가치 상승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애플리케이션이다.
차 대리는 “기능이 하나의 소프트웨어 컴포넌트로 관리되면 다양한 ADAS 기술 적용에 매우 유리한데, SCC와 LKAS 등 ADAS 애플리케이션 기능이 확장되고 서로 통합되는 추세여서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 강화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며 “모비스는 인증 과정을 통해 성숙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확보함으로써 미래의 기술 통합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외에도 ISO 26262 인증은 향후 모비스의 생산 효율성 증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차 대리는 “효율적 성과는 기능안전성 프로세스가 특정 제품의 한 사이클에 적용되고 난 이후부터 고려될 수 있다”며 “처음 적용한 현 시점에서 기능안전성의 효율적 성과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최초 프로젝트 이후 변경 내용에 대한 영향 분석(impact analysis)이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듈의 재사용성 등의 고려를 통해 향후 제품 개발에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 테일러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 품목 적용
모비스는 현재 기능안전성 프로세스에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새로운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 연구개발 센터별 확장이 이뤄질 것이어서 인력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차 대리는 “예를 들어 BMW는 2012년 상반기 기준으로 기능안전성 센터팀에 40여명의 인력을 두고 있고 외부 협력 인원도 상당하다”며 “우리는 최초 조직을 구성할 때 시스템과 안전 표준 모두에 대한 이해력을 지닌 대상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들을 차출해 TFT를 구성했는데, 이제는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전개해 더 많은 세이프트 매니저(Safety Manager) 및 어세서(Safety Assessor)를 육성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모비스는 ISO 26262 인증 획득 품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4년부터 메카트로닉스 개발 전 품목에 적용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ACU를 비롯한 4개 안전 시스템을 대상으로 인증 추진에 나선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자동차와 기능안전성 기본 컨셉 및 시스템 레벨의 요구사양을 협력 개발하고 있고 적용 제품 개발에 있어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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