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모델을 바탕으로 더욱 뛰어난 성능과 특별함을 지닌 승용차를 만들면서 그룹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모터스포츠를 전담하는 회사에서 M 모델 개발을 한 데에서 알 수 있듯, BMW M 모델에는 모터스포츠 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지금의 BMW M은 모터스포츠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 정신과 기술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모터스포츠에서 검증된 기술, 노하우는 M 모델은 물론 전체 BMW 라인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BMWM(BMWM GmbH)은 BMW 모터스포츠(BMW Motorsport GmbH)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BMW가 한창 모터스포츠 활동에 힘을 기울였던 시기였다. 뮌헨의 랜드마크가 된 BMW 빌딩이 세워진 1970년대 초반 BMW는 새로운 경영진과 더불어 더욱 젊고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자동차라는 제품의 역동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은 언제나 모터스포츠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성장을 거듭하는 BMW가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모터스포츠 활동을 관리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바로 BMW 모터스포츠였다.

처음 35명의 직원으로 꾸려진 BMW모터스포츠는 작은 규모였지만 핵심 구성원들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들이었다. 출범한 뒤 오랜시간이 흐르지 않아 독자적인 작업장과 경주용 엔진 생산시설을 갖춘 BMW 모터스포츠는 당시 BMW가 적극 참여하고 있던 유럽 투어링 카 선수권 경주차와 포뮬러 2에 쓰일 엔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프로젝트로 1973년 유럽 투어링카 선수권 투입을 위해 3.0 CSL을 제작해 완성했다. 이 차는 보닛과 도어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변속기 케이스를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경주용으로 특별히 제작한 직렬 6기통 3.3리터 엔진을 얹어 크게 주목받았다.
 

모터스포츠의 중심

일반적인 모터스포츠 전문업체들이 경주차 제작과 기술개발에만 몰두하는 것과 달리, BMW 모터스포츠는 조금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73년 모터스포츠 시즌을 준비하면서, BMW 모터스포츠는 BMW 경주차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불러 모아 특별 훈련을 했다. 스위스 생 모리츠에서 열린 훈련에는 스포츠 강사와 심리학자가 참여해 시즌을 앞둔 선수들의 신체와 심리의 완벽한 준비를 도왔다. 이는 이미 이 시기부터 BMW가 자동차와 운전자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훈련 결과는 1973년 시즌에 뉘르부르크링 투어링 카그랑프리, 르망 24시간 레이스 투어링 카 부문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와 더불어 BMW 모터스포츠의 첫 프로젝트인 3.0 CSL의 우수성도 함께 입증됐다. 3.0 CSL은 이후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치며 1979년까지 국제적인 투어링 카 선수권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능으로 총 여섯 차례의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3.0 CSL은 특히 BMW가 새로 개발한 기술을 시험하는 도구로도 쓰였다. BMW 최초의 직렬 6기통 DOHC 24밸브 엔진이 쓰인 것도, 양산차에 쓰이기 훨씬 전에 혁신적인 ABS 시스템을 시험적으로 사용한 것도 3.0 CSL이었다. 이처럼 모터스포츠라는 극한 상황에서 시험하고 검증한 기술을 양산차에 반영하는 과정은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해온 전통이다. 그리고 BMW를 비롯해 많은 자동차 회사가 꾸준히 모터스포츠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동차 경주 선수들을 위한 훈련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자, BMW경영진은 훈련 프로그램을 일반 운전자에게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BMW를 모는 운전자라면 차와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그리고 BMW의 모든 모터스포츠 활동을 주관하는 BMW 모터스포츠가 그 프로그램의 운영을 맡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BMW 드라이버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의 참여를 통해 정식 커리큘럼과 훈련 코스가 구성됐다. 1977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독일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많은 BMW 운전자들을 더욱 높은 수준을 지닌 운전자로 키워냈다.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모터스포츠에 집중하던 BMW 모터스포츠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BMW 승용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생긴 애호가들이 모터스포츠에서 영향을 받아 더욱 높은 성능을 내는 승용차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일상적인 승용차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때로는 경주차 못지않은 고성능을 맛보기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한 BMW 모터스포츠는 조심스럽게 그런 개념의 양산차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일반 양산차를 바탕으로 개조한 경주차가 아닌 경주 전용으로 쓸 독립 모델의 생산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BMW M 모델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되는 M1이 바로 그 차였다.
 

M1의 시작과 양산차

1978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인 M1은 모델 이름에 M을 사용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된 첫 모델이었다. 현대적인 BMW 디자인의 틀을 만든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폴 브라크(Paul Bracq)의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에 의해 완성된 디자인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매우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 걸작이었다. 3.0 CSL에 쓰인 직렬 6기통 3.5리터 277마력 엔진을 뒤차축 앞에 놓은 미드십 구동계를 도입했고, 최고속도는 시속 260 km, 시속 100 km까지 가속시간은 5.6초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독일에서 생산된 양산차 중 가장 빠른 것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이 차는 이후 M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차를 만드는 기틀이 됐다.

당시 M1은 모두 456대가 생산됐다. BMW는 이 차를 가지고 원메이크 레이스 시리즈인 프로카(Procar)를 개최했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한 차종만으로 치르는 경주다.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같은 성능을 내는 경주차를 몰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이 곧 성적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주 내내 손에 땀을 쥐는 짜릿한 승부가 펼쳐진다. 2년 동안 지속된 프로카 경주에는 당대 최고의 레이서로 손꼽히는 한스-요아힘 스툭, 니키라우디, 넬슨 피케 등이 출전해 열기를 더했다.

1979년에는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시판용 M 모델이 처음으로 출시됐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M5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M535i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2세대 5 시리즈(E28)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M535i는 당시 5시리즈 중 가장 고성능 모델이던 직렬 6기통 3.5리터 215마력 엔진을 얹은 535i의 고성능 버전이었다. 엔진 성능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성능이 강화된 브레이크, 차동제한 디퍼렌셜, 기어비 간격을 좁혀 가속 능력을 높인 변속기, 스포츠 시트 등으로 일반 5시리즈와 차별화된 성능을 보여줬다.




BMW 모터스포츠는 1970년대를 마무리하는 1980년에 또 다른 도약을 선언했다.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포뮬러 원(F1)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엔진 기술을 재확인하는 것은 물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목적이었다. BMW 모터스포츠가 개발한 F1용 엔진은 당시 규정에 맞춘 1.5리터 터보로, 무려 800마력의 최고 출력을 냈다. 이처럼 놀라운 성능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BMW모터스포츠가 F1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전자식 엔진 제어장치 DME(Digital Motor Electronics)의 역할이 컸다.

DME는 1979년에 BMW가 732i에 세계 최초로 사용한 기술로, 양산차와 모터스포츠 개발 부문 사이의 협력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했다. 1984년에는 BMW M 모델의 이미지를 확립한 또 하나의 모델인 M635CSi가 등장했다. 2도어 스포츠 쿠페인 635CSi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차는 앞서 선보인 M535i와 같은 방식의 이름을 썼지만, 엔진은 그대로 둔 채 다른 부분만 손질한 M535i와 달리 한층 더 성능이 높은 엔진을 얹은 고성능 모델로 만들어졌다.

M635CSi에는 M1에 쓰인 M88 엔진을 발전시킨 직렬 6기통 3.5리터 DOHC 엔진이 쓰였다. 최고 출력이 286마력으로 635CSi의 M30 엔진보다 최고 출력이 68마력이 높았고, 최고 속도 역시 635CSi보다 30 km 높은 시속 255 km였다.

스포츠 모델의 기준

같은 해, 뒤이어 나온 M5는 본격적인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만들어졌다. M535i와 달리 대형 알루미늄 휠과 바디 키트를 더해 고성능 모델다운 모습을 갖췄다. 이 초대 M5는 이후 BMW가 만든 모든 M 모델 뿐 아니라 고성능 럭셔리 세단의 형태를 제시한 모델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흔히 가족용으로 여겨지는 4도어 세단에 스포츠카 개념을 접목한 것은 이 1세대 M5가 처음이었다. M5를 시작으로 M 모델은 생산이 일반 모델과는 별도로 이뤄지기 시작했고, 그런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또 M5는 출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1986년, BMW M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모델로 꼽히는 M3를 선보였다. 직렬 4기통 2.3리터 DOHC 200마력 엔진을 얹은 M3는 시속 100 km까지 가속시간 6.7초로, 앞서 선보인 M 모델에 육박하는 성능을 과시하며 단숨에 소형 스포츠 쿠페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등장한 에볼루션과 스포츠 에볼루션 모델은 엔진의 성능이 한층 높아져 M이라는 브랜드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BMW 모터스포츠는 점차 모터스포츠 이외의 영역으로 발을 넓히면서, 모터스포츠라는 이름만으로는 회사가 하는 일을 대표하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움과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맞춤 제작을 하는 BMW 인디비주얼(BMW Individual)의 성장은 조직의 재구성을 불러왔다. 결국 1993년 8월에 이르러 회사 이름을 지금과 같은 BMW M으로 바꾸게 됐다. 이후로도 M 모델에는 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기술이 접목됐고,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모델이 더해질 때마다 혁신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1992년에 나온 2세대 M3에는 역대 M3 중 처음으로 직렬 6기통 엔진이 쓰였고, 1995년에는 흡기와 배기 밸브의 작동 시기를 연속으로 조절하는 첨단 가변 밸브 시스템인 더블 바노스(Double VANOS), 1997년에는 BMW 최초의 스포츠 모델용 변속기인 SMG(Sequential Manual Gearbox)가 쓰였다. 1998년에 첫 선을 보인 3세대 M5는 일반 5시리즈와 같은 라인에서 생산돼 완벽한 양산 고성능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M 모델 최초의 V8 엔진에 힘입어 3세대 M5는 시속 100 km까지 가속시간 5초대의 벽을 깬 4.8초의 기록을 자랑했다. 2000년에 선보인 3세대 M3는 뛰어난 핸들링과 성능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정 생산된 M3 CSL은 지붕에 탄소섬유 소재를 쓰는 등 차체 무게를 줄이는 한편, 엔진 성능을 높임으로써 가장 매력적인 주행감각을 지닌 차로 칭송을 받았다.
M5도 2005년에 4세대로 진화하며 새롭게 단장했다.





V10 5.0리터 507마력 엔진은 당시 BMW가 출전하고 있던 포뮬러 원 경주의 기술을 접목했다. 이 M5에 쓰인 SMG III 변속기는 변속 속도를 스위치로 조절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지녀 BMW M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해 나온 M6는 M5의 엔진과 기술을 대부분 이어받아 한동안 공백 상태였던 BMW 고성능 대형 쿠페의 맥을 잇는 역할을 했다. 4세대 M3는 2007년에 등장하면서 M-DCT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도입했다.

BMW 최초의 양산차용 듀얼클러치 변속기 역시 BMW M의 뛰어난 기술력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M 최초의 고성능 SUV인 X5 M과 X6 M은 2009년에, 최초의 고성능 디젤 모델인 M550d와 X5/X6 M50d는 2012년에 모습을 드러내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M의 정신과 기술력을 과시했다.

2011년에 선보인 5세대 M5는 성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라 V8 터보 엔진을 얹었다. 뒤이어 등장한 M4와 M3 역시 이전의 V8 엔진에서 V6 터보 엔진으로 바뀌었지만 성능은 더욱 좋아졌다.




BMW M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모델을 바탕으로 더욱 뛰어난 성능과 더불어 특별함을 지닌 승용차를 만들어 BMW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에서도 BMW만의 색깔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BMW의 모터스포츠를 전담하는 회사에서 M 모델 개발을 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BMW M 모델에는 모터스포츠 정신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지금의 BMW M은 모터스포츠와 별개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정신과 기술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M 모델에도 모터스포츠에서 검증된 기술과 노하우가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