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출’을 잃어버린 토요타
TOYOTA FORGOT THE IMPORTANCE OF ZERO EMISSION
2019년 05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TOYOTA FORGOT THE IMPORTANCE OF ZERO EMISSION
‘무배출’을 잃어버린 토요타

 
토요타가 4월,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약 2만 3,740건의 특허기술을 무상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차량 전동화 관련 토요타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실시권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토요타가 보유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활용코자 하는 국내외 기업에 기술 지원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리드에서 수소연료전지차로 바로 전환하려던 토요타의 파워트레인 전략이 급격히 진전되는 배터리 전기차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글│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사상 가장 유명한 기술 표준 전쟁은 비디오테이프다. 단순화하면, 크기, 화질, 음향 등 거의 모든 기술면에서 앞섰고 시장까지 먼저 선점했던 소니의 베타맥스(1975)가 후발주자이면서 기술도 떨어지는 VHS에 의해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시장서 퇴출당한 것이다. 폐쇄적인 라이선스(기술제공 및 컨텐츠 관련) 정책으로 베타맥스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렌탈 중심의 VCR 시장에서, 후일 비디오테입 대여 시장에서 고가와 컨텐츠 제약을 이유로 완전히 밀려버린 것이다.

 
시스템 공급 선언

지난 4월 3일 토요타 자동차는 전격적으로 하이브리드 카 등 전기차에 대한 약 2만 3,740건의 자사 특허기술을 무상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카 등) 전기차 보급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모터, PCU(Power Control Unit), 시스템 제어 등 차량 전동화 관련 토요타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실시권(심사 진행 중인 특허를 포함)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기자동차를 개발·제조하기 위해 토요타가 보유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활용코자 하는 국내외 기업에 기술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토요타의 테라시 시게키 부사장은 ‘차량 전동화 기술을 통한 협조’라는 토요타의 새로운 시책과 결단에 대해 “하이브리드 카 등 전기자동차 보급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토요타의 차량 전동화 시스템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지금이야말로 협조해 해결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향후 10년 동안 단번에 보급이 확대되면 전기자동차가 일반화될 것이고 여기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연비 규제와 2030년을 바라보며 토요타는 자사의 앞선 풀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 이 기술의 공유를 도모해 더 많은 하이브리드를 보급해 지구환경에 공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대해 대다수 언론,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중심 시대를 더 길게 가져가기 위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의 ‘갈라파고스화(고립)’ 위기감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토요타는 장기적으로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전개하면서 수소연료전지차로 단번에 넘어가려는 정책을 일관되게 펴왔다. 그러나 세계 시장은 배터리 전기차란 상징성과 마일드 하이브리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배터리, 48V 협공

자동차 파워트레인 시장을 베타맥스 Vs VHS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기술경쟁의 승패는 소비자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바꿔 말하면 다수의 공급기업이 어떤 기술을 주도적으로 시장에 내놓느냐는 것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경쟁 브랜드들의 배터리 전기차 공략으로 친환경이란 ‘상징 타이틀’을 잃는 한편, 마일드 하이브리드란 협공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 카 브랜드들은 대대적인 전기화(배터리 전기차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배경에는 강력한 배출 규제, 도시 규제, 도시이동성, 차량 오너십의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북미시장에는 수많은 카 메이커들이 배터리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고, 닛산, 테슬라, 쉐보레,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이 번갈아 가며 ‘무배출’ 차량의 왕관을 바꿔 쓰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배출’과 저렴한 ‘충전비용’을 마치 비디오테이프 대전의 ‘녹화시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철옹성 같았던 토요타 ‘프리어스’의 명성과 상징성은 온데간데없는 것이 돼 버렸다.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시민의 각성과 함께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주행거리 제약, 충전의 불편함과 같은 (기술적) 요인은 갈수록 핵심 고려사항이 아닌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이것 또한 배터리 기술의 진보, 대대적인 충전 인프라 확대로 빠르게 개선돼 가고 있다.

이들 지역에 토요타의 배터리 전기차는 없다. 심각하게는, 북미 친환경의 대명사였던 ‘프리어스’의 경우 차주들이 테슬라 모델 3 배터리 전기차로 갈아타면서 고객 이탈이 대거 이뤄지고 있다.
또한 무배출은 아니지만, 유럽을 시작으로 기존 엔진 차량의 구조를 활용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연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토요타의 풀 하이브리드 영역을 갉아먹으며 메이저 경쟁 기술로 합류하고 있다. 특히 이 기술들은 대형 티어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적용 카 메이커, 모델이 크게 늘고 있다. 이 기술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처럼 인프라와 관계없기 때문에 어떤 지역 시장에도 광범위하게 보급될 수 있다.

때문에 토요타는 시스템 공급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고립되면 핵심 부품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고 이는 전반적인 전기차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무배출의 상징성

2030년을 향한 각국의 연비 규제는 실로 가혹한 수준이다. 유럽은 2030년부터 주행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양을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많이 보급하는 것이 환경에 대한 공헌으로 이어진다”는 토요타의 말에 잘못된 것은 없다. 하지만 “판매하는 절반의 차를 무배출 배터리 전기차로 하는 것이 현실적일까?”라는 테라시 부사장의 반문은 다른 느낌을 준다. 이것은 카 메이커가 대중을 상대로 할 말이 아니다.

카 메이커는 이유를 막론하고 더 빠르게 무배출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차도 중요하지만) 당장 가능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배터리 전기차에 하이라이트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실행해야만 한다.
과거의 토요타 프리어스가 해냈던 것처럼 기술적인, 현실적인 요소만이 답은 아니다. 지금은 ‘무배출’의 가치가 현실성보다 강조된다. 이것은 지역, 시장, 규제 수위와 관계없다. 토요타의 훌륭한 기술은 고립의 위기를 극복하기에 앞서 이 ‘무배출’의 의미를 다시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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