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노래를 재생해줘(Play Madonna)”라고 주행 중 운전자가 말로 요청하면 차의 오디오는 “마돈나요(Did you say ‘play Maddona?)”라고 확인 한 후 해당 아티스트의 곡들을 찾아내고 플레이시킨다. 모바일폰에 문자 메시지가 오면 친절하게 읽어준다. 간단한 문자 메시지도 말로 하면 문자로 바꿔 보내준다.
코드명 브리스톨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 기술연구소 플랫폼설계팀의 전경택 책임연구원은 차에 음성인식 기능이 이식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동차의 주행 안전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운전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주행 중 모바일폰 통화, 문자 메시지 이용 금지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차내에 첨단 기능이 늘고, 멀티미디어 기기와의 연결 요구가 증대되면서 이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안전 운전을 저해하는 행위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운전자와 차 간 효율적이고 안전한 소통(interactive)을 지원하는 시스템, 방법을 찾는 기술 HMI (Human Machine Interface)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 모비스, 마이크로소프트(MS) 3사가 공동개발한 음성 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UVO가 미국 라스베가스 CES에서 기아차 소렌토에 탑재돼 최초 공개됐다.
UVO 개발 프로젝트는 포드가 SYNC를 통해 차에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성을 극대화하고 음성 컨트롤 HMI로 차량 안전성을 높이며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한데 대해 현대기아자동차가 자극받으며 2008년 5월 MS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시작됐다.
전책임은 “UVO는 현대기아차의 텔레매틱스 전략에 따라 기아차부터 적용된다. UVO의 개발에서 기아자동차는 시스템 사양과 컨셉을 설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을 제공했으며 모비스는 실제 차량에 적용해 구현할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2008년 봄에 공동개발 MOU가 체결됐지만 UVO의 본격적인 개발은 2009년이 다 돼서야 진행될 수 있었다. 이는 기아와 모비스가 MS와 관계된 포드의 SYNC, 피아트의 블루앤미(Blue&Me)를 능가하면서 차별화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플랫폼 선택 단계에서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MS에는 SYNC나 블루앤미 외에 브리스톨(Bristol)이나 탈라데가(Talladega)와 같은 다양한 코드명을 지닌 차량용 멀티미디어 플랫폼들이 있었다. 이 코드명들은 하나같이 자동차 산업에서의 MS의 야망과 컨셉을 담아, NASCAR(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의 수퍼 스피드웨이(Speedway) 명을 채택한 것이었다. 기아와 모비스는 최종적으로 당시 미완성이던 브리스톨 플랫폼을 선택했다.
전책임은 “현대기아와 MS가 MOU를 맺고 나서 MS의 어떤 플랫폼을 적용해야할 지 고민하는 데에만 6개월을 소모했다”며 “선택한 브리스톨의 특징은 뉘앙스(Nuance)가 아닌 MS가 자체 개발한 음성기술 엔진이 차량용 시스템에 최초 적용된 점과 하나의 CPU에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 통합 시스템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MS 입장에서도 UVO는 특별했는데 이는 멀티미디어 시스템 개발에 직접 참여한 첫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SYNC와 블루앤미의 경우엔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헤드유닛을 별도의 서플라이어들이 개발했고, MS는 음성인식 기능 등을 포함한 블랙박스만 따로 만들었었다.
전책임은 “예를 들어 차세대 SYNC가 어떻게 개발될지 모르지만 SYNC는 하나의 기기에 블루투스, 음성인식 모듈 등 각각의 부속기기를 연결한 형태다. 이에 따라 개발 효율이나 가격 결정력 등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우리의 UVO는 개개 부문을 하나로 통합해 모든 기능을 구현한 첫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의 CPU는 MS 플랫폼 레퍼런스에 따라 프리스케일의 칩을 채용했다. 차량용 낸드플래시는 모비스의 경우 마이크론 제품을 채용해 왔지만 UVO를 개발하며 하이닉스 제품으로 교체했다. 마이컴은 현대기아차의 벡터 CAN 표준에 따라 NEC 제품을 채택했고 LCD는 LG에 의뢰해 4.3인치 패널을 특수 제작했다. 데크 메카는 필립스 제품이다.
MS표 음성인식
UVO의 컨셉에서 기아자동차, 모비스, MS 등 3사는 모두 ‘안전’을 강조했다. 차량 내에서 멀티미디어 기기를 보다 안전하게 사용하고 다양한 텔레매틱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UVO의 개발 목표였다.
전책임은 “UVO는 ‘Your Voice를 줄인 말로 음성으로 각종 기능을 컨트롤 해 주행 중 운전자가 오디오 등의 조작을 위해 손을 스티어링 휠에서 떼거나 시선을 옮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방지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UVO는 MS가 개발한 음성인식 엔진을 채용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 모비스, MS는 그들이 원하고 구현하고 싶었던 기능과 사양을 폭넓게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의 음성인식 시스템들은 ‘라디오’라고 말하면 라디오로 전환되고, ‘시디’라고 하면 시디로 전환해주는 수준이었지만 UVO는 아티스트를 말하면 이와 관련된 곡들을 빠르게 소팅하고 리스트한다. 물론 곡명을 말하면 바로 찾아 재생해준다.
새 엔진으로 UVO의 음성 컨트롤은 매우 간소해졌고 에러는 감소했다. 운전자의 요청에 따라 시스템은 빠르게 콘텐츠를 찾아 동작시킨다. 또 MS의 인텔리전트 마이크로소프트(Intelligent Microsoft) 음성 기술은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면서 개인 프로파일 생성을 위해 음성 명령자의 목소리를 학습한다. 두 명의 프로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
전책임은 “MS와 관계된 다른 시스템과 비교하면 UVO의 음성 시스템은 검색 기능이 크게 강화됐고 음악, 통화를 비롯해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들도 음성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가 커졌고, 못 알아듣거나 잘못 알아듣는 에러를 줄일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변경됐다”고 말했다.
음성 컨트롤 기능과 관련해 모비스 측은 UVO 시스템의 품질을 검증한다. 또 음성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마이크의 성능, 위치와 방향, 마이크 신호와 음성인식 엔진의 매칭 등 음성인식 이전의 튜닝 작업을 수행했다.
전책임은 “마이크에는 지향성과 무지향성 마이크가 있다. 핸즈프리의 경우 운전자의 시선 방향, 머리 방향에 관계없이 소리를 잡아내야 하는 반면 음성인식은 지향성이다. 우리는 하나의 마이크로 핸즈프리와 음성인식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또 주행 중 소음 대책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UVO의 한국시장 론칭과 관련해 전책임은 한국어 음성인식 시스템이 완벽치 않고 숫자인식 등 다양한 해결 과제가 남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커넥티드 시스템
UVO의 사양은 미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성이 극대화됐고, 이와 관련한 조작 또한 직관적이고 사용에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전책임은 “연령대별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의 차이가 컸다. 젊은 사람들은 깊게 들어가더라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결해 많은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길 원했고, 장년층은 단순화시켜 중요한 기능을 쉽게 쓸 수 있는 HMI를 바랬다. 우리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했다. 특히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소비가전 시장의 대세란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차량용 OS로 윈도 임베디드 CE 6.0을 적용했다. 아이폰을 포함한 모바일폰, 아이팟 등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차량 간 연결성을 부여했다. 운전자가 음성으로 오디오는 물론 블루투스로 연결된 모바일 기기들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했다.
4.3인치 컬러 터치스크린 TFT-LCD 모니터는 시인성과 사용 편리성을 향상시킨다. 터치스크린과 음성 컨트롤을 이용함에 따라 각종 스위치 개수를 과감히 줄여 고급스럽고 편리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모니터는 차량 후진 시에 후방 카메라로도 전환된다.
오디오에서 UVO는 기존 차량 오디오들이 MP3, PMP, 아이팟 등 외부 모바일 기기를 연결시키기만 한데 반해 1기가의 내장 메모리를 기본 장착해 ‘버추얼 CDC(5장)’와 같은 기능을 구현한다. 최대 250곡까지 저장할 수 있다.
UVO는 특히 다양한 최신 기능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형태로 쉽게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한다.
전책임은 “1세대 UVO는 CES에서 선보여진 것으로 기아차를 통해 곧 북미시장에 론칭된다. 2011년으로 계획된 2세대 시스템은 블루투스를 이용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이 될 것”이라며 “텔레매틱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유닛 내에 모뎀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UVO는 모바일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텔레매틱스를 구현할 것으로 911 긴급 서비스, 차량진단 등의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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