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내비게이션이 보급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이제 내비는 길 안내는 물론 TV시청, 영화 및 음악 감상 등 운전자의 ‘길벗’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현재 내비 제조사는 70여 개나 된다.
특히 올해에는 지상파DMB 전국화와 TPEG (Transport Protocol Export Group) 서비스 개시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 시장을 지켜보던 대기업들도 2007년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올해 내비 시장은 기술과 덩치 면에서 강자들의 힘겨루기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규모는 150만 대로, 전체 등록 차량 대비 9.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비 장착률은 앞으로 2년 후면 전체 차량의 절반 가까이 도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판매율을 보이는 일본시장의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지상파DMB 전국화와 신규 서비스 TPEG 개시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국내시장은 치열한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70개 업체 난립, 대기업 가세
현재 내비게이션 제조사는 총 70여 곳. 수많은 제조사가 난립한 가운데 치열한 제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주요 업체는 손꼽을 정도. 팅크웨어, 카포인트, 현대오토넷, 파인디지털 등 주요 업체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PMP 제조사인 디지털큐브, 코원시스템, 맥시안, 유경테크놀로지스 등도 버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시장진출을 알려 주목된다. 얼마 전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 HP 등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는 지상파DMB 내비(LAN-SD460)에 이어 PDA에도 내비 기능을 추가한 복합단말 ‘N1’을 지난 1월 말경 출시했다. 이 제품은 PDA에 고객 선호도가 높은 GPS 내비게이션 기능을 기본 장착했으며, 지상파DMB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3.7인치 크기의 DMB 겸용 제품을 지난 1월 초 출시했다. 이 제품은 TPEG을 비롯해 3차원 맵(지도)을 내장하고 있으며 블루투스폰 연결 핸즈프리로 통화 및 문자메시지 수신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 HP는 지난해 12월 GPS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한 PDA 2종을 출시했다. 3.5인치 터치스크린에 아이나비맵을 탑재한 제품과 2.8인치 LCD에 비디오, 사진, 게임 등에 최적화된 PDA 각 1종씩을 선보인 것. HP는 기존 PDA 시장 공략과 함께 PMP나 내비게이션 시장이라는 틈새시장 개척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한편, MP3P 전문업체 레인콤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내비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위성 DMB PMP를 선보였던 SK C&C도 내년 상반기 중 내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제조사 10개 미만 남고 대부분 정리될 것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은 제조사 정리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입이 예상되면서 기존 중견기업들 중 자체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자연히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수많은 MP3P제조사가 난립했으나 중국산 저가 제품과 애플, 삼성전자 등 메이저 기업의 가세로 고사했던 전례를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업계 재편을 앞당길 전망이다.
올해 내비 시장은 단말기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세부적인 요소까지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시중에는 70여개 업체, 300여개 제품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기술력 확보와 차별화를 이룬 10개 미만의 기업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현재 내비 시장의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이해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내비 시장의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수익구조를 꼽고 있다. 현재 대부분 제조사들이 ‘매출 올리기’에 급급하다보니 출혈경쟁이 만연하고 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대한 AS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과 지도의 정확성, 디자인의 세련미, 소비자 편의 위주의 제품 제조 능력을 갖춘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터스,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들도 있다. 얼마 전 내비 맵 제조사 시터스는 거대한 잠재력의 땅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시터스는 중국 북경 DMB 방송사업자 ‘위에롱’의 TPEG 서비스 독점공급자로 선정, TPEG으로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형태로 지속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이 회사는 중국 TPEG 서비스 가입자는 2008년도 북경올림픽 개최를 기점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시터스는 TPEG 서비스 외에도 중국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에 맵 사업자로 진출한다.
중국의 올해 내비 단말 시장은 약 150만 대, 오는 2010년까지 약 1,00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터스는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유럽 및 북미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내비 시장 이슈 DMB,
TPEG 등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은 지상파DMB 전국화를 비롯해 TPEG 서비스 개시, PC, PMP, PDA, 휴대전화와의 연계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 머물던 지상파DMB가 올해 안으로 전국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DMB 겸용 내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상파 DMB 전국화는 내비는 물론 PMP, MP3P 등 다양한 소형 IT기기에게도 호재로 작용한다. 용산의 총판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까지 서울 및 몇몇 수도권과 여타 지방의 DMB 탑재 기기 판매율은 9:1 정도였다고 한다. 즉, DMB를 탑재한 내비, PMP, MP3P의 판매율은 지방보다 서울이 압도적이라는 것. 하지만 올해 DMB 전국화가 가능해지면서 상황은 5:5 수준으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DMB를 이용한 TPEG이 본격화되면서 내비를 이용한 부가 서비스 시장도 꽃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비게이션 산업에 이슈로 떠오를 TPEG 서비스는 지난해 10월말 ‘KBS-현대차’ 연합이 시작한 이후 ‘MBC-SK’ 연합과 YTNDMB 등이 속속 참여하고 있다.
TPEG은 실시간 교통흐름 정보가 매분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며 카메라 정보, 맛집 정보, 여행지 정보 및 이미지를 제공하는 등 부가 서비스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특히 TPEG 교통정보에 따른 경로안내 기능인 다이내믹 내비게이션, 기존 경로 저장 등이 장점이며 교통흐름 정보를 색상으로 표시해 쉽게 구분 및 확인이 가능해 도로 정체 현상도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내비는 홈 네트워킹과 연동돼 차량 안에서 다양한 원격 통제 기능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비는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면서 차량 안전과 보안, 날씨, 위치, 증권 등의 생활정보 서비스와 교통정보 서비스 등 각종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모바일 기기로 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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