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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D.C. Russell Senate Office Building 전경. Photo by ajay_suresh
자율주행을 둘러싼 논의는 오랫동안 ‘안전한가, 위험한가’란 질문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미국 상원의 공청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제 질문은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더 유리한 규칙 아래 도입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현대자동차 김우진 파트장의 글은 그 변화의 결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미국이 왜 중국을 의식하는지, 왜 연방 차원의 프레임워크를 서두르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도 프라이버시와 사이버보안, 원격 운영, 접근성 같은 숙제가 왜 더 중요해졌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글 | 김우진 파트장, 현대자동차 R&D 본부 법규인증실
IN ENGLISH
미국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는 지난 2월 ‘Hit the Road, Mac: The Future of Self-Driving Cars’란 제목의 공청회를 실시했다. 이 공청회는 미래 교통기술의 주도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연방정부가 국가 차원의 안전 기준을 수립하고 자율주행차의 성장을 촉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네 명의 전문가들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 라스 모라비(Lars Moravy) 부사장,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링 부문
- 마우리시오 페냐(Mauricio Pena) 최고안전책임자, 웨이모
- 제프 패라(Jeff Farrah) CEO, 자율주행산업협회(Autonomous Vehicle Industry Association)
-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Bryant Walker Smith) 부교수,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미국 의회에서 자율주행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주로 연방 자율주행 규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의견과 이슈들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 공청회는 예년과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과거에는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대한 우려, 사회적 이슈 등을 토의하며 도입의 득과 실에 대한 입장이 분명히 맞서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번엔 자율주행차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방향임을 전제로, 미국이 이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도입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성격이 짙었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목적도 엿보였다.
이는 공청회 제목에서부터 드러났다. ‘Hit the Road, Mac’을 우리말로 옮기면 ‘이제 도로로 나가라, 맥’이라는 뜻이다. 1950년대 유명한 재즈 곡 ‘Hit the Road Jack’을 패러디하며, ‘이제 자율주행차가 도로로 나갈 때다’라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것이다.
약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수호, 중국과의 경쟁 전략, 데이터 프라이버시, 사이버보안, 원격 운영, 그리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글로벌 리더십 수호,
중국 견제 전략
최근 몇 년간 AI 기술이 주도하는 중국의 자율주행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자, 미국 정부의 공식 행사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중국과 관련된 이슈는 공청회 내내 언급됐다. 웨이모의 마우리시오 페냐 CSO는 모두 발언에서 웨이모가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제정한 중국산 커넥티비티 부품 사용 금지법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내내 중국 차량(지커)을 사용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페냐 CSO는 그때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웨이모가 직접 만들고 단지 여러 플랫폼(차량)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이라며, 법에 위배되는 커넥티비티 부품이 장착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많은 의원은 “미국이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등의 질문을 증인들에게 거침없이 쏟아냈다.
웨이모의 페냐 CSO는 법적 프레임워크 부재가 미국의 장애물로 작용할 경우, 중국이 세계 자율주행 기술 표준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라스 모라비 부사장도 미국이 규제와 표준을 주도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로보택시 상용화 확대를 노리는 상황에서 미국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혁신과 리더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공통된 경고였다.
미국의 리더십 확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규제 개선이 꼽혔다. 상원 위원회 위원장 테드 크루즈는 모두 발언을 통해 연방 차원의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없이 주별 규제만 존재하는 현재 상황이 미국 리더십에 큰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와 웨이모 역시 미국이 자율주행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법과 규제의 정비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라스 모라비 부사장은 현재 미국의 연방 자동차 법규가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OTA 업데이트 등의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며, 1958년 연방항공청(FAA)이 항공 혁신을 촉진한 것처럼 미국 교통부가 자율주행에 대한 국가 표준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군용기와 민항기가 급증하고 제트 여객기가 등장하며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항공 안전 규제가 관할별로 분산되고 내용도 노후화돼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Federal Aviation Act of 1958에 따라 FAA가 설립돼 항공 안전 규제 권한이 연방정부로 일원화됐고, 인증·운항 규제·관제·조종사 자격 등을 연방 단일 기준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웨이모의 페냐 CSO는 미국과 중국이 현재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자율주행은 항공우주 분야와 견줄 수 있는 거대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이 국가 제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하며 빠르게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가운데 미국이 국가 단위 자율주행 법제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표준을 중국에 넘겨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웨이모는 의회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기회를 갖고 있다며, ①범국가적 안전 프레임워크 구축 ②범국가적 안전 데이터 보고 체계 구축 ③연방안전규제 FMVSS의 현대화 ④AV Accessibility Act 추진을 우선순위로 연방 입법 활동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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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프라이버시
공청회에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이뤄졌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는 이미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사안이다. 특히 지난 2024년 GM의 고객 운행 데이터가 보험사에 제공돼 고객도 모르는 사이 보험료가 급증한 이슈가 불거진 이후, 미국 의회는 자동차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하는지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는 수많은 외부 카메라와 실내 모니터링용 내부 카메라가 장착돼 차량 안팎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데이터 프라이버시 이슈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공청회에서 한 의원은 웨이모 로보택시에 장착된 카메라가 총 몇 개인지, 그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관련 내부 정책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같은 질문은 테슬라 라스 모라비 부사장에게도 이어졌다. 웨이모와 테슬라 모두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에 그쳤으나, 미국 의회가 자율주행차의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앞으로도 높은 관심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이버보안
사이버보안은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역시 자율주행과 마찬가지로 미국 연방 차원의 단일 규제가 없고, NHTSA가 제조사들의 자발적 준수를 요구하는 가이던스 문서를 배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웨이모와 테슬라의 사이버보안 대응 수준을 질의하자, 두 증인 모두 문제없다는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테슬라의 라스 모라비 부사장은 보안 연구자들이 취약점을 발견해 공식 보고하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완성차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 지커의 차량을 활용한 로보택시 개발 과정에서 사이버보안 우려가 제기되자, 웨이모의 페냐 CSO는 외부와의 접점 자체가 없어 사이버 공격이 불가능하며 실제로 공격을 받은 이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원격 운영
공청회에 참석한 민주당 에드 마키 의원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춘 베테랑답게 웨이모의 원격 운영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이어갔다. 이 장면은 공청회의 백미로 남았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일대 대규모 정전 사태 당시 웨이모 로보택시들이 그대로 멈춰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원격 운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율주행차의 원격 운영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법규가 없고, 기업들도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에드 마키 의원은 작심한 듯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웨이모가 실제로 원격 운영자를 고용하고 있는지, 그들의 역량과 자격, 그리고 근무지가 어디인지를 상세히 물은 결과, 웨이모가 고용한 원격 운영자 일부가 필리핀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드 마키 의원은 미국에서 운행되는 로보택시에 원격 접속할 수 있는 인력이 해외에 있다는 것은 심각한 안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로보택시 상용화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미국 내에서 보전하지 않고 해외에서 창출한 것 역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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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의 실태
공청회가 끝난 이후에도 웨이모의 해외 원격 운영자 고용 사실은 여러 전문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필립 쿠프만 교수는 웨이모가 공청회에서 원격 운영자 관련 질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언론의 추가 취재를 촉구했다. 조지아주 버디 카터 하원의원은 숀 더피 교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웨이모의 해외 원격 운영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 카터 의원은 미국 도로에서 운행하는 로보택시의 통제권이 미국의 사법권 밖에 있고 미국 도로 환경과 법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력의 영향을 받는 것은 심각한 안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청회 직후 웨이모의 라이언 맥나마라 부사장은 약 10페이지 분량의 서한을 작성해 에드 마키 의원실에 제출했다. 서한에는 웨이모가 약 70명의 원격 운영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필리핀·애리조나·미시건의 원격 센터에서 근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복잡하고 긴급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모두 미국에 근무한다고 밝혔다. 웨이모 측은 원격 운영이 차량을 직접 제어하거나 상시 모니터링하는 방식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원격 운영자들은 로보택시로부터 특정 정보에 대한 요청이 들어올 때만 대응하며, 로보택시는 이 지원을 채택하거나 무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차량을 직접 제어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레이턴시 문제에도 덜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필리핀 원격 센터의 레이턴시는 평균 250 ms로 인간의 눈 깜박임(100~400 ms)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 이후
에드 마키 의원의 집요한 질문 덕분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웨이모의 원격 운영 실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로보택시 기업의 원격 운영 실태는 규제 당국과 언론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모든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부족한 역량을 원격 지원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 또, 비용 최소화를 위해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미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의 해외 텔레오퍼레이터 활용이 일반화된 다른 산업과 달리, 안전에 민감하고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자율주행 산업에서의 해외 원격 운영 인력 활용은 쉽게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공청회에서는 교통약자 접근성 이슈도 다뤄졌다.
지난해 7월 발의된 AV Accessibility Act는 로보택시 이용 과정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 대비 불편함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에 장애인의 접근성을 법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핵심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로보택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도 일반 라이드헤일링 서비스에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이 있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장애인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다.
공청회에서 웨이모와 테슬라를 대표한 증인들은 휠체어 접근 차량 보유 현황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현재 운행 중인 웨이모 로보택시 중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 비율을 묻는 질문에 페냐 CSO는 답변하지 못했다. 테슬라가 오스틴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에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라스 모라비 부사장은 그렇다고 인정하며, 아직 기업들이 로보택시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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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브라이언 워커 스미스 교수는 이번 공청회에서 특정 기업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증인이었다. 다른 증인들이 소속 기업의 성과와 가능성을 피력한 반면, 브라이언 교수는 좀 더 사회 전반의 관점에서 발언했다.
그는 자율주행이 모든 안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과 정책의 역사는 언제나 옛 문제를 새로운 문제로 대체하는 과정이며, 그 새로운 문제가 이전보다 덜 나쁘기를 바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존경받는 엔지니어들은 겸손하게 정부와 다른 연구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판단하는 가장 좋은 기준은 그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의 신뢰성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진짜 운전자는 회사이며, 신뢰할 수 있는 회사는 자신의 안전 철학을 설명하고 왜 그것이 합리적으로 안전한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피해를 즉각적이고 공개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했다’는 식의 불투명한 소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교수는 안전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이라고 말했다. 일회성 테스트와 인증·승인 절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차량이 도로 위에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입증해 나가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연방 정부가 이를 감시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통일된 연방 규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연방 규정의 부재 속에 주정부가 자체 규제를 통해 기업들의 안전한 자율주행차 운행을 지원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공청회는 지금까지 수차례 진행된 것과 다른 비장함이 느껴졌다. 미국이 자율주행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노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마주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자율주행차의 최우선 가치는 안전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고, 기업들이 이 문제를 투명하게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도 분명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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