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SDV: LG Electronics on the Code-First Philosophy
Eclipse SDV, LG전자가 설명한 Code First SDV
표준은 회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26-07-21 / 09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표준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자동차 산업은 오랫동안 회의실이라고 믿었다. 문서를 만들고, 회의를 하고, 합의한 뒤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하지만 Eclipse SDV는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다. 먼저 코드를 공개하고, 함께 검증한 뒤, 그 경험으로 표준을 만든다. LG전자가 말한 'Code First'는 단순한 오픈소스 전략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협업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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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는 오랫동안 두 갈래 길밖에 없었다. 직접 만들거나(Make), 사 오거나(Buy). 그런데 지난 7월 1일 본지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Automotive Innovation Day 2026 무대에서 이철희 LG전자 SDV SW 플랫폼 프로젝트 리더 겸 Eclipse SDV Korea Ambassador는 이 오래된 이분법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희는 기존 선택지였던 Make와 Buy 사이에 Collaboration을 선택한 겁니다.” 
이 말은 그의 강연에 대한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LG전자가 왜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만들고, 경쟁사와 코드를 공유하며, ‘표준을 따라가는 나라’였던 한국이 ‘표준을 만드는 나라’가 되려 하는지의 답 모두가 이 세 번째 선택지, Collaboration에서 출발한 것이다.



Make와 Buy 사이에서

이철희 리더는 자동차 업계가 왜 이 낯선 세 번째 선택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설명했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해 각자 만들거나 아니면 사 와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각자 만들게 되면 소프트웨어 스택은 점점 늘고, SDV 시대가 돼 이는 더욱 늘어나는데 개발자 수는 한정돼 있습니다.”
Make의 첫 번째 함정은 인재 전쟁이었다. 이철희 리더는 두 번째 함정도 짚었다. 
“또, 소프트웨어 개발을 다 일일이 하다 보면 납기를 못 맞추는 경우가 생겼고요.”
그렇다면 Buy는 대안이 될 수 있었을까. 이철희 리더는 고개를 젓는다. 
“물건을 사 오는, 소프트웨어를 사 오는 입장에서 보면 버전에 대한 의존성, 다음 모델, 그다음 모델에 대한 미래 의존성까지 굉장히 부담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어떤 특정 플랫폼에 의존했을 때 그 플랫폼이 표준이 아니라고 하면 그건 더더욱 문제가 있죠.”
만들면 인재가 없고, 사면 미래를 저당 잡힌다. 이 딜레마 앞에서 자동차 업체가 도달한 결론이 협업이다. 이철희 리더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은 비유로 정리했다. 
“바퀴를 수십 번 만들고 수십 번 다시 발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2023년 3월,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Eclipse SDV Working Group이 출범했다. 그런데 이 조직이 내건 원칙은 협업이라는 부분에서 흔히 상상하는 것과는 달랐다.




오픈소스 조직 형태의 세 유형



“소스 코드 먼저 오픈해라”

자동차 산업은 원래 규제와 문서의 산업이다. 이철희 리더는 이 업계의 오랜 관행을 이렇게 짚었다. “이 업계에 계시는 여러분들은 문서를 굉장히 잘 만드십니다. 요구사항 문서, 회의 자료 그리고 회의를 위한 회의 자료, 뭐든 이렇게 잘 만들어요.”
문서 → 회의 → 표준 → 개발. 이 순서는 자동차 산업이 반세기 넘게 해 온 것이다. 회의에서 논의하고, 문서로 정리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표준으로 확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코드를 짠다. 문제는 이 순서 자체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다.
Eclipse SDV는 이런 순서를 통째로 뒤집었다. 표준을 정해놓고 그 표준에 맞춰 코드를 짜는 대신, 코드를 먼저 짜고 그 코드들을 서로 맞춰본 다음 표준을 확정한다. 즉 코드 → 검증 → 표준이다. 이철희 리더는 이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Eclipse SDV는 약간 다른 길로 가보자고 했습니다. 소스 코드부터 먼저 공개하자. 그리고 서로의 소스 코드를 맞춰보면서, 실제로 잘 맞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표준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여러 업체가 각자 짠 코드를 실제로 맞대어 보고 그 과정에서 검증된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
표준은 회의실에서 문서로 합의되는 게 아니라, 여러 회사의 코드가 실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만들어진다. 이게 이른바 ‘Code First’ 철학이다.
왜 이런 역발상이 필요했을까. 이철희 리더가 소개한 Eclipse Foundation의 태생 자체가 그 답이다. 2001년 IBM이 이클립스 IDE를 오픈소스로 공개했을 때, 업계는 오히려 이를 불신했다. ‘IBM이 오픈한 솔루션을 어떻게 믿고 쓰냐’는 우려였다. 그 불신을 넘어서기 위해 2004년 특정 기업이 주도하지 않는 벤더 중립 거버넌스 조직, 즉 Eclipse Foundation이 설립됐다.
이철희 리더는 이 역사를 이렇게 요약했다. 
“오픈소스가 아니라 오픈 컬래버레이션을 해야된다라고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게 이 발표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서가 아니라 코드로, 위계가 아니라 신뢰로, 자동차 산업이 표준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Eclipse Trustable SW Framework의 6대 원칙



코드보다 사람

하지만 코드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협업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철희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소스 코드를 GitHub에 누구든지 올릴 수 있죠. 근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수정,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목표가 다른 기업이나 이해관계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협업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솔로, 싱글 벤더 프로젝트죠.”
이철희 리더가 정의하는 진짜 협업, Open Collaboration은 다른 기준을 요구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프로젝트의 방향과 규칙에 함께 합의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지탱하는 것이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도 사람이 없으면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멈추게 됩니다. 경쟁사끼리 코드를 공유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했던 이유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협업의 핵심은 코드가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사람 간의 신뢰입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LG전자와 보쉬, 현대모비스처럼 서로 경쟁하거나 갑을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신뢰 때문이다.
오픈소스가 안전한지 묻는 질문에도 이철희 리더는 같은 논리로 답했다. 세이프티나 시큐리티에 대한 걱정 이면에는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책임지는지 모른다는 신뢰의 부재가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기술로 막는 대신, 증거를 쌓아 신뢰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표준을 따르는 데서, 만드는 것으로

이런 철학은 이제 한국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LG전자가 2025년 12월 서울에서 주최한 Eclipse SDV 커뮤니티 행사에는 OEM, 티어 1, 반도체 업체, 클라우드 업체, 스타트업, 대학까지 약 120명이 모였다. 이철희 리더는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오픈소스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LG전자가 오픈소스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이철희 리더는 이렇게 정리했다. 
“첫 번째는 표준입니다. 표준이 만들어진 이후에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먼저 진입해서 비차별화 영역 안에서 우리가 표준을 만들 것인가, 그래서 저희는 후자를 선택했고, 표준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번째, 저희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혼자서는 절대 SDV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LG전자의 Pullpiri·Timpani는 그 결정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LG전자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자체 오픈소스 프로젝트 SSAM을 공개했고, 81개 회원사가 참여한 표준화 협력체 K-SDV가 SDV 표준을 위한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2026년 5월 말, SDV 국가표준, 오픈소스 기반 AI-SDV 플랫폼, SDV 미들웨어 개발을 주제로 총 3개 국책과제를 공고하며 여기에 힘을 보탰다. 세 과제 모두 42개월, 각각 149.9억 원 규모다. 자동차 업체 개별의 선택이었던 오픈소스가 이제 국가 단위의 표준화 전략으로 옮겨간 셈이다.
“한국도 이제 SDV 표준을 만들어서 어떻게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이철희 리더는 이 흐름을 이렇게 말하며 세 문장으로 메시지를 정리했다. 
“첫 번째, SDV는 절대 한 기업이 다 만들 수는 없다고 봅니다. 두 번째, 오픈소스의 핵심은 코드가 아니라 협업입니다. 세 번째, 한국은 더 이상 따라가는 위치가 아니라 표준을 함께 만드는 위치로 이동하고, 더 빠르게 가야 합니다.”
이날 강연에 따르면, SDV 시대의 경쟁은 더 이상 누가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보유했는가가 아니다. 누가 더 빨리 표준을 만드는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느냐다. LG전자가 말한 Code First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었다. 그리고 그 표준은 더 이상 회의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철희 리더의 AID 2026 폐막 강연은 어쩌면 Eclipse SDV가 말하는 Collaboration을 가장 먼저 보여준 사례였는지도 모른다. 당초 본지는 Eclipse Foundation의 유럽 관계자에게 강연을 요청했지만 이미 일정이 잡혀 참석이 어려웠다. 그래서 Eclipse SDV 측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LG전자의 이철희 리더를 연사로 연결했다. 강연자는 바뀌었지만 Eclipse SDV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대로 이어졌다. Collaboration은 이철희 리더의 발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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