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mler Truck Cuts Ties With the Past to Connect the Future
다임러트럭, 미래 연결을 위해 과거를 끊다
40년의 복잡성을 걷어내고 AI·SDV의 엔지니어링 기반을 다시 세우다
2026-08-24 / 11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Siemens Realize LIVE APAC에서 이틀에 걸쳐 다임러트럭이 보여준 것은 두 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논리였다. 첫날의 비전이 예지정비와 디지털 트윈으로 가는 미래였다면, 둘째 날 발표는 그 미래를 지탱할 PDM부터 다시 세운 과정이었다. 40년에 걸쳐 복잡해진 제품 데이터 체계를 걷어낸 다임러트럭의 선택은 SDV와 AI 시대를 준비하는 모든 전통 OEM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글 | 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IN ENGLISH

연관기사: 산불에서 공장까지, PLM은 어떻게 AI의 판단을 행동으로 연결하는가




Siemens Realize LIVE APAC 첫날, 무대 옆 대형 스크린에는 "Engineering the Future of Trucks"란 문구가 걸려 있었다. 짙은 남색 조명 아래, 다임러트럭 이노베이션 센터 인디아(DTICI)의 라다크리슈난 코닥칼(Radhakrishnan Kodakkal) 매니징 디렉터 겸 CEO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무대를 가로질러 걸어 나와, 10년 뒤에도 계속 진화하는 트럭의 미래를 말했다.
다음 날 전체 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다임러트럭의 디비야 무랄리다란(Divya Muraleedharan) 디퓨티 제너럴 매니저와 만시 토나피(Mansi Tonapi) 시니어 솔루션 아키텍트가 보라색 조명 아래 나란히 섰다. 한 사람은 크림색 재킷을, 다른 한 사람은 스트라이프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두 사람이 꺼낸 이야기는 40년 된 PDM을 걷어낸 기록이었다.
두 세션을 나란히 놓으면 40년간 복잡해진 과거의 시스템으로 앞으로 10년 이상 진화할 트럭을 만들 수 있는가란 질문이 떠오른다. 코닥칼이 예지정비와 디지털 트윈, 가상검증으로 이어지는 목적지를 보여줬다면, 무랄리다란과 토나피는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부터 바꿔야 했는지를 공개했다. 코닥칼이 남겨둔 엔지니어링 기반의 빈칸을 다음 날 발표가 채웠다. 비전은 무대 위에서 완성되지만, 기반은 무대 밖에서 완성됐다.







미래의 트럭은 출고 후에도 설계된다

코닥칼은 브라질 외딴 지역에서 농산물을 운송하는 물류회사를 가정해 설명했다. 지금은 트럭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자가 경고등을 보고 무엇이 고장 났는지 짐작해야 한다. 그가 그리는 미래에는 트럭이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정비소에 필요한 부품 정보를 미리 전달하며, 지금 당장 멈춰야 하는지 며칠 더 운행해도 되는지까지 판단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지정비라는 기능 자체가 아니다. 트럭이 팔리는 순간 개발이 끝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코닥칼은 이렇게 말했다.
“트럭은 한번 판매되면 10년, 혹은 그 이상 고객과 함께합니다. 그 10년 동안 기술이 얼마나 많이 진화할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상용차가 10년 이상 운행되는 동안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규제가 매년 바뀐다고 말했다. 인도의 커넥티비티 프로그램을 검토하다 발견한 것도 같은 문제였다고 했다. 올해 규제 하나, 내년 또 하나, 그다음 해 또 하나. 이런 변화를 차량에 계속 반영하려면 설계와 운영, 정비 데이터를 다시 개발로 연결하는 폐쇄 루프가 필요하다.
그가 화면에 띄운 트럭은 CFD 해석으로 그려진 와이어프레임이었다. 파란 선으로 이뤄진 차체 위로 붉고 노란 열유동 곡선이 흘렀다. 가상검증이라는 말이 그렇게 그림 한 장으로 표현됐다.
그런데 이런 루프를 만들려면 차량보다 먼저 엔지니어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차가 똑똑해지기 전에, 조직이 먼저 똑똑해져야 했다.







다임러트럭은 두 번 태어났다

2021년 12월, 다임러트럭은 다임러 AG에서 분리돼 독립기업으로 출범했다. 무랄리다란과 토나피의 발표는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분사 당시 물려받은 것은 약 1,500개의 애플리케이션과 오래된 PDM이었다. 독립 시스템을 세우는 데 주어진 시간은 3년 반. 가장 쉬운 길은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지만, 발표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슬라이드에는 "과거의 복잡성을 다시 만들지 말자"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렸다.
슬라이드에는 달 표면에 선 우주비행사 사진이 걸렸고, 캡션으로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달려 있었다. 분사를 단순한 IT 분리 작업이 아니라, 과거를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본 셈이다.
“우리는 새로운 회사였지만, 동시에 레거시를 안고 있는 회사였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일생일대의 기회였습니다.” 무랄리다란이 말했다.
그 기회는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있지 않았다. 독립기업이 된 지금이라면 무엇을 다르게 설계할 것인지, 레거시가 없는 회사라면 어떤 시스템을 선택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묻는 데 있었다.
목표는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됐다. 표준화, 조화, 그리고 플랫폼. 지역별 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하고, 사업부별로 흩어진 프로세스를 하나로 조화시키며,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단위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지멘스의 Teamcenter를 새 플랫폼의 기반으로 삼고 완전한 클라우드 기반 환경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택했다. 새 시스템의 이름은 PLATON이었다. 분사는 다임러트럭에 단순히 자유를 준 사건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을 강제한 사건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발표팀이 이 작업을 'PLM 전환'이 아니라 'PDM 전환'이라고 불렀다는 점이다. PLM은 요구사항부터 설계, 검증, 제조, 서비스까지 제품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훨씬 큰 개념이다. 그런데 이 세션이 다룬 것은 그 생애주기를 떠받치는 아래층, 즉 제품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반이다. 새로운 기능을 PLM 위에 얹기 전에, 40년에 걸쳐 복잡해진 제품 데이터 관리 체계부터 다시 세우는 작업인 셈이다. PLATON은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앞으로 확장될 PLM의 백본이었다. 첫날 코닥칼이 그린 AI와 디지털 트윈의 미래까지 시야를 넓히면, 그 출발점에 놓인 엔지니어링 데이터 기반이기도 했다.







복잡성은 옮기는 게 아니라 걷어내는 것이다

“제가 경험한 일부 마이그레이션은 복잡성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한 시스템의 커스터마이징과 레거시 프로세스를 다른 시스템의 새로운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었죠.” 무랄리다란이 말했다.
다임러트럭이 피하려 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데이터를 옮기면서 기존 시스템이 40년에 걸쳐 만들어낸 예외와 타협까지 그대로 복제한다면, 플랫폼만 새로워질 뿐 엔지니어링의 복잡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프로젝트의 규모는 상당했다. 미주·유럽·아시아 세 대륙, 7개 사업부, 900만 개 객체, 123테라바이트의 파일, 5,200개의 BOM. 여기에 60개 이상의 연계 애플리케이션이 실시간과 배치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었다.
토나피는 이 규모의 이전이 왜 어려운지를 네 가지로 설명했다. 사업부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프로세스를 조화시키는 일, 방대한 레거시 데이터를 법적 보관 목적까지 고려해 이전하는 일, 60개가 넘는 연계 시스템의 통합, 그리고 기존 엔지니어링 클라이언트를 새 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생산 현장까지 전 과정을 검증하는 일이었다.
초기 접근은 기술 검증에 치우쳐 있었다. PoC는 있었지만 전사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결과물은 없었고, 사업부 사이의 조화 전략과 MVP 기준도 분명하지 않았다. 여기에 시간 압박과 이상적인 해법 사이의 간극이 겹쳤다.
그러자 다임러트럭은 접근법을 바꿨다. 모두의 요구를 보존하는 대신 실제로 확장 가능한 결정을 내리는 쪽을 택했고, 애자일 개발만으로 풀기 어려운 전환의 마감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품질 게이트 기반 접근으로 전환했다. 이때부터 빅뱅 전환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들어왔다.
완벽한 해법을 기다리다 시간을 놓치는 대신, 반복 검증을 전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완벽보다 진전(Progress over perfection)이었다. 그러나 검증까지 타협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가장 큰 저항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었다. 각 사업부는 자신의 프로세스가 특수하며 보존돼야 한다고 여겼다. 발표팀이 꼽은 답은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분명히 하고, 모든 사업부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 책임과 주인의식을 나누는 것이었다.
토나피는 이 과정에서 흔히 과소평가되는 요소로 현업의 조기 참여를 꼽았다.
 “비즈니스 조직을 처음부터 참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현업의 피드백을 받고,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완성된 시스템을 현업에 전달하고 적응을 요구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각 사업부가 검증과 의사결정에 일찍 참여하면서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전환의 주체가 되도록 한 것이다. 다임러트럭과 지멘스 양쪽에서 전문가를 찾아 안정적인 팀을 꾸리고, 복잡한 프로세스 안에서도 병렬 작업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명확히 했다.
이것은 PDM 교체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예외와 타협을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빅뱅은 하루였지만, 성공은 반복에서 나왔다

2026년 4월 13일, 다임러트럭은 새 시스템 PLATON으로 한꺼번에 전환했다. 결과는 전 세계 7,000명의 사용자, 123테라바이트의 이전 데이터, 7차례의 주요 테스트 사이클, 1만 5,000건이 넘는 테스트 케이스였다.
규모만 보면 전형적인 빅뱅이다. 그런데 발표에서 강조한 것은 숫자보다 역설이었다. 전환은 하루지만, 준비는 하루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검증은 기본 객체와 속성에서 시작해 하위 제품 구조, 버스와 트럭의 제품 구성, 사업부별 특수 규칙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테스트 역량은 30%에서 60%, 90%, 최종 100%로 단계적으로 올라갔다. CAD 파일이 실제로 열리는지, BOM 구성이 완전한지, 사업부 사이의 데이터 공유 규칙이 유지되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한 결과였다.
“마이그레이션 전략은 빅뱅이었지만, 우리의 단계와 검증은 반복적이었습니다.” 토나피가 말했다.
마지막 슬라이드의 제목은 "PLATON is LIVE — Where We Are Today"였다.
이 슬라이드는 발표의 정직함을 보여줬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무랄리다란이 말했다.
강력한 사전 계획 덕분에 빅뱅 전환은 예상보다 순조로웠고, 안정적인 운영 체계와 향후 PLM으로 확장할 기반도 마련됐다. 그러나 버그 수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모든 것을 테스트하지는 못했으며, 전 지역과 시간대에 걸친 성능 안정화도 남아 있었다. PLATON은 가동됐지만 전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미래는 도메인 전문성과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결합하는 조직의 것

다시 첫날 코닥칼의 발표로 돌아가면, 그가 말한 미래의 전제조건이 보인다.
AI가 트럭의 상태를 판단하려면 실시간 운영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차량이 어떤 사양으로 생산됐는지, 어떤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는지, 어떤 조건에서 검증됐는지 알아야 한다. 실시간 데이터와 40년간 쌓인 도메인 지식이 연결돼야 한다.
“미래는 도메인 전문성과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결합할 수 있는 조직의 것입니다.” 코닥칼이 말했다.
두 발표를 나란히 놓으면 그 말의 전제가 보인다. AX는 AI 기능을 하나 더 얹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AI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제품과 데이터, 프로세스 사이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이때 과거를 끊는다는 것은 과거의 지식을 버린다는 뜻이 아니다. 다임러트럭이 걷어내려 한 것은 40년 동안 쌓인 제품 지식이 아니라, 그 지식을 가두고 있던 커스터마이징과 예외, 지역별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복잡성이었다. 미래의 트럭은 과거의 엔지니어링 지식을 필요로 한다. 다만 과거의 시스템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임러트럭은 미래를 연결하기 위해, 둘을 분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세션이 끝난 뒤 무랄리다란에게 이런 전환이 전통적인 대형 OEM에서도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다임러트럭 역시 여러 제품군과 많은 사용자를 가진 만큼 전환이 결코 쉽지 않았다며 답을 분명히 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규모 자체가 장벽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 규모와 함께 축적된 복잡성을 어디까지 걷어낼 수 있느냐다. 다임러트럭이 미래와 연결되기 위해 먼저 끊어낸 것은 과거가 아니라, 과거가 남긴 복잡성이었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