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Q. KOTI는 한국의 전기이동성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A. 본원은 국내 교통물류 전분야의 정책과 기술을 개발해 교통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절감, 교통경쟁력을 제고함은 물론 이동시 발생되는 교통 불편을 해소해 국민 편의 증진을 목표로 하는 국책기관입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전기이동성(e-mobility) 또한 KOTI의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전기차연구센터를 종합교통·전기차연구실로 승격시켜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기이동성을 연구하는데 있어 우선은 저탄소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기존의 수송체계를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전략 연구를 수행 중이거나 준비 하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물론 지식경제부, 환경부와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교통전략 및 추진계획 수립, 전기차 수요 전망 및 이용자 행태분석, 녹색자동차 이용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전기차를 이용한 차량공유제, 대중교통분야의 비접촉 충전기술개발 연구 등입니다.
Q. 전기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은.
A. 정부는 2004년에 친환경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에 관한 법률(환친차법)을 제정했고 이에 따라 2005년 제1차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또 2010년에 저탄소녹색성장법을 제정하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가차원의 시행계획도 마련했습니다. 2011년에는 지자체 단위의 전기차 마스터플랜(서울시)이 처음 발표됐고, 지경부가 주관하는 광역경제권 전기차선도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이러한 전기차 관련 정책이 계획대로 잘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이행점검도 시행된 바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2가지 법률은 각각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환친차법은 한국 최초의 그린카 개발 계획 및 지원법으로 5개년 단위의 실행 계획을 지닙니다.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와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핵심기술 개발이 주 내용이고, 보급지원 계획 등도 포함됩니다. 반면, 2010년에 제정된 저탄소녹색성장법은 글로벌 이슈인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의무를 규정한 기본법이며 나아가 국가, 지방정부, 민간의 책임과 의무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의해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30% 저감한다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특히 교통부문에서는 34%를 감축키로 했습니다.
이같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무공해배출차인 전기차의 보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바로 2가지 법률에 기초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2010년 12월에는 그린카 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대책 계획이 발표되면서,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 보급, 2015년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의 10% 점유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렇듯 법률적 기반조성과 추진계획의 수립이란 측면에선 선제적 대응을 했다고 봅니다. 다만 전기차 보급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최근의 정책 추진상황을 어떻게 보나.
A. 국내 최초로 전기차 상용화의 테이프를 끊은 CT&T 등의 저속전기차의 몰락(?)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시스템, 제도, 사람들의 인식이 맞물리면서 이 차들이 도로를 달려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국가가 전기차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제도가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내에서 저속전기차가 원활히 다닐 수 없고, 공공기관의 투자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또 정책의 초점이 메이저 카 메이커 등 대기업의 이해에 우선됐습니다. 이에 최근 전기차 정책 방향 재설정을 위해 KOTI는 전기차 관련 전문가 13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전기차 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중심기구, 즉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부재했던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고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녹색성장위원회나 국무총리실과 같은 기관이 정책을 총괄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전기차 정책 추진에서 중요한 선택 사항 중 하나는 과연 녹색성장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하는 궁극의 목표가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인지, 아니면 온실가스 저감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래도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했습니다. 반대 의견의 경우는 산업 활성화가 우선돼 국가적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전기이동성 전개는 선진국을 뒤쫓는 데에서 벗어나 선도하는 위치에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이슈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전기차 정책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Q. 그 외 어떤 의견들이 제시되었나.
A.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 요소는 잘 아시다시피 차량가격, 배터리 충전시간, 인프라 구축 등입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에 민감해했습니다. 소비자의 지불 가능한 가격(Willingness to pay)은 저속전기차가 1,500만 원, 소형 전기차가 3,000만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현대기아차의 블루온(BlueOn) 가격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CO₂ 기반의 자동차세 개편, 무료주차 및 통행권 보장, 세제 혜택 등도 중요하지만 보조금 지급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금은 전기차 보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데, 추진방식은 컨소시엄 형성을 통한 민간주도의 방식, 지자체가 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추진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국내 실정에 부합되는 적절한 보급방식을 찾아 추진하되, 지역별 나누기식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과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FTA 등 자동차시장이 개방되고 있는데.
A. 도로에서 외국산 자동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한미간 FTA 타결로 조만간 국내에 더 많은 외국산 자동차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선 현대ㆍ기아차 외에도 르노삼성, GM코리아와 같은 합작회사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 대를 보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시행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기차 차량가격 인하와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쟁을 통해 가격이 인하되고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안도 준비돼야 할 것입니다.
Q. 교통측면에서 전기차는 어떤 의미인가.
A. 기존의 자동차 체계에 전기차가 추가된다고 말하기 보다는 향후 전기차 기반의 도시교통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전기차 등의 개인 승용차가 대중교통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고, 전기 트램, 온라인 전기버스 등 지하철 외의 전기 기반 대중교통 수단이 등장할 것입니다. 카 셰어링 같은 시스템을 포함한 개인이동성은 이들 대중교통 시스템과 원활히 연계될 것입니다. 이같은 미래는 전기차와 IT 기술의 발전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회적 용인이 필요할 것 같다.
A. 전기차 기반의 미래교통이란 승용차와 대중교통의 밸런스를 뜻하기도 합니다. 개인 이동성의 욕구는 도시의 현실과 상충됩니다. 차를 소유하고 유지하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교통체증, 주차난, 포화의 대중교통이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생발전의 컨셉이 중요하지만 현실은 대단히 왜곡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것이 심하게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우리 경우엔 국가가 승용차 부문에 대단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도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면 거주자우선주차지 한 면을 만드는데 서울시가 5,000만 원 이상을 투입하고 저렴한 값에 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버스전용차로, 트램 등 도로를 점유하는 대중교통 확대에는 크게 반대합니다. 향후에도 이같은 권리문제가 일어날 것입니다.
운전자들의 사고방식, 자동차 문화의 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자동차 소유에 대한 개념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운전의 매력, 신분의 상징과 같은 이미지보다는 이동수단 본연으로서의 가치가 날로 커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고는 세대가 거듭할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카 메이커의 마케팅, 신비즈니스도 선진시장에서부터 이같은 변화에 서서히 대응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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