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본지의 7, 8월호 이슈이기도 한 ‘첨단 안전’ 관련 빅뉴스가 잇따랐다. 최신 럭셔리 세단들은 브랜드와 모델의 이름값을 하듯 풍성한 첨단안전 기능을 포함했다. 글로벌 서플라이어와 카 메이커가 네바다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소식을 전했고 구글의 셀프 드라이빙 카는 운전면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연 으뜸은 포드의 패밀리 세단 퓨전이었다. 캠리, 어코드, 쏘나타와 경쟁하는 이 차는 럭셔리 세단에나 어울릴법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대거 장착하며 업계와 고객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미국의 전형적 가정의 차고를 점령하기 시작하는 데에는 13년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2025년을 목표로 도시교통 이슈의 해결과 자율주행의 추구를 말했던 포드의 빌 포드(Bill Ford) 회장. ‘이동성 블루프린트(Blueprint for Mobility)’는 단순한 선전 문구가 아니다. 포드는 자율주행을 향한 점진적 로드맵에 따라 패밀리 세단인 2013년형 포드 퓨전(Fusion)에 럭셔리 카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의 반자동 안전 시스템을 대거 장착해 올 가을 출시키로 했다.
자율주행으로 가는 길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관련 기술 장벽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한다. 단지 비용과 고객의 용인이 문제가 될 뿐이다.
카 메이커들의 테스트 차량들에는 어떤 운전자보다도 더 정확하고 멀리 도로와 차량 주변의 환경을 내다볼 수 있는 첨단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이들 센서들로 세상을 스캔해 3D로 재생성하고 이를 지능적으로 풀어 차가 스스로 컨트롤해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
움직이는 차량 간 고정된 기간망 없이도 노드들이 자율적으로 애드혹(ad hoc) 통신망을 구성해 해당 차량의 위치와 속도, 사고 등의 교통상황과 정보를 주고받게 해 도로 위의 수천 대 차량이 서로 협조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V2V(Vehicle to Vehicle) 기술의 표준도 이미 확정됐다.
그리고 이같은 성과들은 구글과 기타 기업들, 스트리트 뷰 이미지와 같은 첨단의 데이터, 위치 기반 기술과 결합돼 차에 보다 나은 정보 및 인지력을 부가할 전망이다.
‘정체(gridlock)’란 공통의 과제를 첨단 안전 및 통신기술, 나아가 자율주행차로 풀겠다고 천명한 포드 역시 현재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지 못하는 이유는 자동화된 지능과 센서의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포드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에 있다.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의 라이더(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가 최고의 기술을 불러 올 수는 있지만, 이미 최근의 차량에는 한참 더 저렴한 전, 후방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와 같은 장치가 제어 시스템과 연계돼 기대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운전자들은 차에서 직접 해야 할 일을 거대한 네트워크와 온보드 컴퓨터에 의해 지능화된 차에 맡길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렇다고 이들이 이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급격한 변화를 두려워할 뿐이다.
포드는 최근 몇 년 간 자율주행 및 반자동 안전 시스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해 왔다. 포드가 내린 결론은 고객들이 자동차에 대한 권리를 컴퓨터에 양도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그들의 차가 서서히 지능화되는 것은 환영한다는 것이다. 충돌경고 시스템, 자동 병렬주차, 음성인식 SYNC 시스템과 같은 최신 첨단장치 및 기능이 포드의 고객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드는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자율주행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애드리안 위틀(Adrian Whittle) 수석 엔지니어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들의 차에 무엇인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길 원한다. 10년이 가기 전에 자율주행차 역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닝포인트
자율주행차의 사회적 용인을 당기기 위해 포드는 하이엔드 럭셔리 카에만 국한됐던 첨단 기능을 대중적 모델에 넣기로 결정했다. 차값이 두 배가 넘는 럭셔리 세단에나 장착되는 기능이 2013년형 포드 퓨전에 장착되는 것이다.
레이다, 초음파, 광학 및 모션 센서 패키지는 전동 어시스트 스티어링(EPAS), ABS,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Electronic Stability Control, ESC)과 연계돼 미드사이즈 세단의 고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
위틀 수석은 “최신의 센싱 기술을 채택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들이 운전자가 지닌 감각을 확대시키며 패밀리 세단 유저들이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선사할 것”이라며 “퓨전의 론칭이 이 기술들을 더욱 보편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 퓨전은 차선이탈 경고(Lane Departure Warning, LDWS)가 아닌, 카메라로 전방을 감지해 스티어링 휠의 조향을 자동으로 잡아주는 차선유지 시스템(Lane Keeping System, LKS)을 장착한 최초의 대중 세단이다.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의 진동과 오디오를 통해 잘못된 조향에 대해 경고를 하고, 운전자가 이후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조향에 개입해 바로 잡는다.
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40% 이상의 미국인이 운전 중 졸거나 잠든 경험이 있는데, 퓨전의 운전자 경고 시스템(Driver Alert System)은 전방 카메라를 이용해 졸음 운전자와 일치되는 차량의 움직임 패턴을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정차 및 휴식을 권하는 일련의 경고를 보낸다. 시각적 경고의 경우 인스트루먼트 패널 위에 커피 잔 아이콘이 표시된다.
풀드리프트 보상(Pull-Drift Compensation) 시스템은 급격한 크로스윈드(crosswind) 현상과 요철의 영향에 의한 조향의 변화에 차가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EPAS와 연결돼 작동된다. 시스템이 차량의 방향 변화를 감지하면 운전자가 직접 대처하지 않더라도 스티어링 각 센서가 이를 포착하고 EPAS로 보정한다.
충돌경고 연동 ACC(ACC with Collision Warning)는 전방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레이다 센서를 이용하며, 이 추가적 정보를 엔진 출력 저감과 제동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에 적용해 자동적으로 차량 속도를 가감속한다. 만일 센서가 차간거리가 급격히 감소되는 충돌 상황을 감지하면 운전자가 조향 또는 제동으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시각 및 오디오 경고를 보낸다.
능동 주차지원 시스템(Active Park Assist)은 APAS와 차량 각 모서리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에 의해 작동하며 병렬주차를 돕는다. 센서가 주차된 차와의 간격, 주차 공간을 측정하고 나면 조향이 자동화된다. 운전자는 단지 가속 패달과 제동만 하면 된다.
아무리 주의력 높은 운전자도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볼 수 없는 사각지대의 위험에 노출되지만 포드 퓨전은 사각지대 정보 및 교차로 경보 시스템(Blind Spot Information System with Cross-Traffic Alert)을 통해 운전자를 보조한다. 차는 차량 후방 모서리의 레이다 센서를 통해 후방과 사각지대를 볼 수 있다. 이 센서들은 예를 들어 차선을 변경할 때, 주차공간에서 후진해 빠져나오려 할 때의 위험상황을 운전자에게 미러의 경고등을
통해 알린다.
자유의 종말
어떤 사람들은 자동차 스스로가 많은 일을 직접 담당하도록, 특히 고성능 차량에 많은 기능을 부가하는 것은 미국과 같이 자동차에 열광적인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짐 맥브라이드(Jim Mcbride) 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실제와 정반대다. 자동 시스템의 수요는 스포츠카와 럭셔리 카에서 가장 높다.
또 미국의 평균적인 운전자들은 가정과 직장의 통근에 차를 이용하고 있고, 이 때 차량의 범퍼와 범퍼가 맞닿는 교통체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는 운전의 즐거움이나 스릴을 만끽할 수 없으며, 반대로 자동 기능이 매우 유익한 편의와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텅 빈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ACC나 LKS 등의 자동 기능을 버튼 터치 한번으로 꺼버릴 수 있다.
맥브라이드 연구원은 “미국의 대부분 운전자가 하루 53분 이상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피곤해 하고 있다”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히 10년 전 2050년의 미래사회를 그린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는 도시 내 개인교통을 단순한 이동수단 개념의 자기부상차 마그레브(magnetic-levitation)로 그렸다. 또 등장하는 승용차(전기차)는 교외로의 이동에만 쓰였다. 포드는 언젠가는 ‘운전의 자유’가 아예 옵션이 아닌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빌 포드 회장은 전 세계 40억 대 차량에 대한 ‘이동성 블루프린트’를 제시하며, 모든 차가 다른 차, 다른 교통 네트워크와 접속해 자율 이동하는, A에서 B지점으로의 이동 기능이 최우선되는 개인교통까지 전망했다.
이처럼 포드가 상상하는 자율주행차는 전체의 교통 시스템 하에서 최적의 교통 패턴을 창조하는, 개인 운전자가 무시되는 일종의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계약의 개념에서 내다본 차다. 이미 런던과 같은 도시들은 러시아워 혼잡통행세, 에너지 비효율 차량에 대한 통행금지와 같은 다양한 제약 조건을 승용차에 적용하며 미래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포드는 갈수록 혼잡해지는 도시의 미래가 스티어링 휠에서 운전자의 손을 떼게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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