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프리어스를 상기하라!
“이제 시작, 장기 에너지 시스템서 봐야”
2012년 09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IEA 탈리 트리그 에너지 애널리스트

글로벌 전기차 보급은 이제 시작됐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 C40 기후리더십그룹 등은 “전기차 도시 사례집(EV City Casebook)”이란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전기차 및 인프라 보급 현황과 주요 정책 등을 소개했다. IEA의 탈리 트리그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전기차를 토요타 프리어스가 론칭된 당시와 비교하며, 에너지 시스템과 연계한 장기적 관점에서 봐줄 것을 당부했다.

INTERVIEWEE:
탈리 트리그(Tali Trigg)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2010년 IEA에 합류했다. 교통과 관련 기술 스페셜리스트로 특히 전기차와 개발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 시점의 WTW 배출을 문제 삼아 전기차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
 

Q. 한국에서는 과연 전기차가 친환경차, 차세대 자동차가 될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주행거리가 제한적인데다 배터리 성능 개선 여지가 크지 않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 전기 생산까지 감안한 well to wheel CO2 배출량을 고려할 때 친환경적이지도 않아, 이런 차에 보조금을 대줘가며 장려할 필요가 있겠냐. 전 세계 카 메이커가 내연기관의 개선, 하이브리드 카, 연료전지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A. 전기차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제기한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로 유망 기술을 완전히 일축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승용차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제거할 무엇인가를 해내야만 하는데, 전기차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카를 포함한 연비가 보다 향상된 차들이 주된 임무를 담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2030년 이후 하이브리드 카 역시 CO2 배출량을 50 g 이하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기후변화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전기차에 대한 전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현재 전기차는 도로교통 부문의 탄소 저감을 위한 최선의 옵션입니다. 전기차의 제한적인 주행거리가 문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시간이 가면서 향상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전 세계 국가, 심지어 매일의 주행거리가 가장 긴 미국의 차들조차 90% 이상이 100 km 미만에서 주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자동차에 쓰이는 화석연료의 대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궁극적으로, 전체 에너지 시스템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기차는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의 가속화에 따라 개인 교통수단의 CO2 배출량을 크게 저감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의 CO2 배출 저감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전기이동성을 전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카 메이커들 모두가 전기차에 포커스하고 있기 때문에, 연료전지차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말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수소를 이용하는 연료전지차는 분명히 또 다른 미래 옵션이긴 하지만, 이 역시 해결해야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전기차가 보다 나은 리드타임(lead-time)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디에서 잘한 것이 반드시 다른 데에서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적절하고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을 해당 지역에 전개해야할 것입니다.

Q.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을 전망하면.
A. 이는 전망 근거를 어디에 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모든 국가의 전기차 보급 계획을 말한다면, 2020년에 700만 대가 팔리고 전체 2,500만 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신차 판매의 10%를 점유하는 것이지만 전체 자동차 수의 2% 수준일 뿐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판매량은 2020년까지 매년 두 배씩 증대돼야만 합니다. 지난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가 약 5만 대 팔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엔 10만 대가 팔려야만 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 감소 등과 같은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말하자면, 현재의 전기차 판매 추이는 과거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카인 프리어스가 처음 시장에 론칭된 이후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Q. 서울은 7월 현재 총 81대의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세계 도시와 비교한다면.
A. 최근 전기차 이니셔티브(Electric Vehicles Initiative, EVI)와 파트너들은 전 세계 전기차 보급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3개 대륙 9개국의 16개 도시에 대한 전기이동성 추진 정책, 인센티브 프로그램, 시범사업, 소비자 행태 등을 조사해 “전기차 도시 사례집(EV City Casebook)”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중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매우 야심찬 초기 전기이동성 추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현재 암스테르담에는 750대가 넘는 전기차와 350곳 이상의 공공 충전소가 있습니다. 특히 인구 대비 공공 충전소의 비율은 세계 최고입니다. 올해 말까지 3,000대의 전기차가 도시 내에 보급될 것이고, 2015년이면 1만 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웨덴은 140곳의 충전 포인트를 구축하고 100대의 전기차를 보급했습니다. 2015년까지 1,500대를 보급할 계획입니다.



" 전기차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 대해 신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초기 시범 단계에 있다. "

Q. 서울은 2014년까지 3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려 했지만 1만 대로 수정했고, 이 역시도 더 낮출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지적되기도 했는데.
A. 서울의 종전 보급 계획 대수에 대해 평한다면, ‘전기차 도시 사례집’에도 나와 있듯이 이것은 전기이동성에 대한 세계 도시들, 서울의 적극적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서울은 적합한 이유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것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well-to-wheel (WTW) CO2 배출과 관련해, 전기차를 보급할 때 전력 생산 부문의 발생량을 포함하는 모든 영역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현재 세계의 특정 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전기차가 전력 수요에 압박을 가하고 WTW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관점에서 전기이동성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만 합니다. 첫째, 전기차는 일반적인 내연기관과 달리 파워 그리드의 탈탄소화의 진행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깨끗해집니다. 둘째, 현재의 전기차 보급은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어 전기차란 신기술의 이해를 향상시키기 위한 초기 시범사업 단계에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장기적 관점에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WTW 배출을 문제 삼아 전기차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전체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전력 부문의 노력이 성취된다면 전기차는 실제로 거대한 잠재력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전력 산업은 전기차에게 매우 높은 탄소배출 저감과 낮은 비용이란 이점을 실현시킬 것이다. 연료전지차 관련 이슈 역시 사용보다 생산 관점에서 본다면 저탄소 수소 생성이 가능해야만 저탄소 배출이 가능해집니다.  

Q. 한국은 그린카 세계 4대 강국을 목표로 잡았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 및 경기회복, 균형재정, 전력수급 등의 이유로 내년 전기차 사업 예산이 크게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어떻게 보나.   
A. 한국이 공업대국이고, 특히 자동차 제조와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적 강국이란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같이 야심찬 목표를 수립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한국 정부가 전기차 관련 예산을 축소하려 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제가 뭐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력 공급 위기가 전기이동성 추진을 약화시키는 이유라면 이해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2,5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된다고 해도 전력 수요는 1%도 안될 것입니다. 적어도 세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Q. 한국의 국가 충전 인프라 구축 로드맵이 곧 마련될 것 같다. 다른 국가들의 전기차 및 인프라 시장 개발 상황은 어떤가.
A. 아일랜드와 퀘벡과 같은 몇몇 국가 및 지역은 EV 로드맵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전기차의 대규모 보급으로 가는 길에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보다 향상된 이해를 돕고 사업 추진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현재 전기차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2%인 노르웨이를 예외로 할 때, 그 어떤 나라도 내세울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새로운 것이고 시장이 성숙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전기차의 보급은 경기침체로 인한 국가 및 가계 재정의 심각한 제약 속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량 판매의 감소는 일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의 전기차 판매는 토요타가 프리어스 하이브리드 카를 시장에 론칭했을 때와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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