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역학, BMW스타일 위한 또 다른 매직 툴
2012년 11월호 지면기사  / 글·사진|BMW



BMW 그룹이 추구하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핵심은 무게, 연비, 출력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며,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는 ‘연소장치, 에너지 관리, 공기역학, 경량화’의 네 가지 요소가 있다. ‘공기역학(Aerodynamics)’은 겉으로 보이는 외부 디자인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까지 포함된 BMW의 전체적인 디자인 역량과 내공이 드러나는 영역이다.

항공기와 다른 공기역학

현대적 개념의 자동차는 생산에서 실제 운전자가 사용하면서 생을 마칠 때까지 탄소 발생을 억제하고, 연료를 덜 태우면서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대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높은 엔진은 직접적으로 출력과 연비를 올려 연료를 적게 사용하게 한다. 한편 공기역학은 공기저항을 줄여 간접적으로 연비 향상에 기여하는 동시에 차의 스타일링과 운동성, 소음 및 진동 등을 제어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공기역학은 단순히 공기저항을 줄이는 차원에서만 다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기술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다. 단지 멋을 위한 스타일링뿐만 아니라 공기역학을 이용한 디테일은 차의 동적 성능은 물론 보이지 않는 기능적인 부분까지 좌우하는 많은 기술적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공기역학에 대한 연구는 항공기 분야에서 먼저 시작됐다. 항공기는 자동차보다 무겁고 빠르며, 하늘을 날기 위해 공기역학을 잘 이용해야 했다. 뜨게 하는 힘, 즉 양력(lift)을 잘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는 반대로 지면에 잘 붙어 달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다운 포스(Down Force) 효과를 높인 대표적 자동차가 스포츠카와 경주용차다. 물론 다운포스라는 자체도 다른 차원에서 보면 저항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와 항공기는 공기의 기술적 방향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고 기후에 상관없이 하나의 궤도를 달리며(도로), 드래그 측면뿐만 아니라 공기역학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완전한 진공이 아닌 상태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는 그 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유체(fluid)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저항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에 고속으로 움직일수록 작용하는 힘의 영향은 커진다.  이러한 항력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움직이는 물체는 전방으로 진행할 때 세 가지의 힘을 받는다. 하나는 추진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받는 드래그(Drag Force, X축), 두 번째는 추진 방향에서 상하로 받는 양력(Lift Force, Z축)과 다운포스(Down Force), 세 번째는 좌우 측면에서 받는 횡력(Side Force, Y축)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힘의 밸런스 차이에 의해 롤링, 요잉, 피칭이 발생한다.

그런데 공기역학을 이용한 설계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항공기보다 자동차의 공기역학이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항공기는 정해진 항로를 기준으로 항상 안정된 공간만을 찾아다니지만 자동차는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도로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만 봐도 어느 방향에서 불어올지 예측할 수 없다. 또 공기의 저항이 커지는 고속주행에서 갑자기 정지하거나 급한 방향전환 등이 필요한 때가 있는 것처럼 급변하는 주변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항공기와 자동차의 공기역학에서 또 다른 차이는 앞서 언급한 드래그 측면에 있다. 차의 하중과 노면의 마찰력에 의해 발생하는 구름저항 구간(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85 km/h) 넘어에서는 속도를 높일수록 강력해지는 공기저항(Drag Force)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런 공기저항에는 다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기 입자가 차의 전면부(차를 앞에서 봤을 때 보이는 표면적, 앞 유리나 프론트 그릴 등)와 부딪히면서 생기는 압력 저항(압력저항은 다시 전방과 후방의 두 가지 저항이 있음)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 입자가 바디의 표면을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마찰저항이다. 마찰저항은 순수하게 표면의 점성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원판(두께와 상관없이)과 올림픽에서 사이클 선수들이 쓰는 헬멧 앞쪽은 완전히 둥근 공같은 ‘구(球)’ 형태이고 뒤쪽으로 가면 원뿔이 되는 형태로 돼 있다. 전면 투영 면적은 같더라도 바람의 속도가 높을수록 구와 원뿔이 합쳐진 ‘구’보다는 원판의 저항이 훨씬 커지게 된다. 항공기와 자동차를 비교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항공기의 저항력은 자동차에 비하면 1/15~20에 불과하다. 실제로 자동차는 공기저항 중에 90~95%가 압력저항이지만, 항공기는 반대로 공기저항 중 80~85%가 마찰저항이다. 즉 형태(Shape)와 그 크기에 따라 저항의 지수가 달라지며, 따라서 설계의 차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대적인 자동차 공기역학 설계 개념

항공기의 기체는 볼펜 타입이라고 할 수 있고 서로 비슷하다. 이에 비해 자동차는 각 브랜드마다, 각 모델마다 모양이 많이 다르다. 고속주행이나 연비 절감만을 고려해 유선형만을 고집했다면 아마 자동차의 모양은 거의 같아져야 하겠지만, 서로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려야 하는 만큼 자동차의 스타일링 디자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동차에서 스타일링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고, 또 스타일링을 포함한 공기역학의 다른 기능적인 요소들도 중요하다. 어쨌든 예전의 모델들과 최신형 모델들을 비교해보면 공기저항 계수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1920년대 주류를 이루던 차들은 공기저항 계수가 0.8에 달했다. 1940년대에 와서야 0.6, 196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0.4 이하까지 떨어졌다. 1980년대부터 대부분 차들의 공기저항 계수는 0.35 수준 이하다. 1990년대는 0.3 이하의 차들이 대거 등장했고, 현재는 0.27까지 내려간 양산차들이 많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자동차의 공기역학적인 설계 개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공기저항을 줄여서 연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행안정성이며, 세 번째는 진동과 소음의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다. 카 메이커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동시에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스타일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자동차(버스나 트럭을 제외한 승용차) 설계 시 공기역학적으로 더 중요시 했던 포인트는 주행안정성, 소음과 진동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차가 달리다보면 뒤쪽에서 일어나는 소용돌이로 인해 차의 좌우가 흔들릴 수 있다. 예전에 공기역학적으로 잘못 설계된 차들에서는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그리고 급회전이나 급감속 시에 차의 뒤쪽이 물고기가 꼬리를 치듯 좌우로 흔들리는 피시 테일(Fish Tail)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런 현상은 단지 앞뒤 무게 배분, 노면과 서스펜션 사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공기의 흐름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실제로 차체 주변의 공기 흐름에 의해 롤링, 피칭, 요잉이라는 세 가지 모멘트가 발생하고 그런 현상들은 주행안정성을 저해하는 원인과 커다란 관련이 있다.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롤링, 피칭, 요잉은 항공기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롤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항공기에서는 중심축이 하나로 모아진다고 할 수 있지만 자동차에서는 다르다. 자동차에서 롤링은 롤의 중심축이 좌우 바퀴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을 때를 말하고, 피칭 역시 피칭을 이루는 중심축이 앞뒤 바퀴 사이에 있을 때를 말한다. 따라서 제어하는 방법이나 역학적인 계산이 달라진다. 자동차의 스타일링 디자인은 단지 보기에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즉 정적인 미의 한계를 넘어 언제나 동적인 제어의 개념이 함께 고려되는 것이다.

공기역학 기술 개발을 위한 BMW의 발자취

역사적으로 유럽의 메이저 카 메이커들이 그랬듯이 BMW가 공기역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1930년대부터다. BMW는 328 로드스터를 비롯해 항공기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1940년대부터 윈드 터널(Wind Tunnel)에서의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전설적인 레이싱카 BMW 328 밀레 밀리아 등 클래식 모델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기에 나온 차들은 다분히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지닌 차들이 많았다. 1950년대에서 60년대 사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화려하면서 개성적인 스타일링을 가진 자동차들이 크게 부각됐다. 이 시기에 브랜드마다 스타일을 통한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970년대 BMW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공기역학을 많이 적용했다.

자동차 업계의 공기역학 역사에서 연비는 큰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나 1973년 세계적인 유류 파동이 일어난 이후 실질적으로 연비가 좋은 차들을 만드는 게 이슈가 됐다. 덩치 크고 멋있는 차들에서 작고 연료를 덜 먹는 실용적인 차들이 나타난 게 이때부터다. 그리고 저탄소가 중요시 되는 최근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는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멋진 디자인을 갖고 있으면서 공기역학적인 성능이 높은 차를 만들어야 했다. 이전까지 피닌파리나의 윈드 터널을 이용해 데이터를 얻었던 BMW는 1979년 뮌헨 부근 애쉬하임(Aschheim)에 독자적인 윈드 터널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윈드 터널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 공기역학적 괄목할만한 성장을 시작했다.



윈드 터널에서는 전면부를 중심으로 한 공기저항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력 특성을 시험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측면에서 불어오는 횡력에 의한 영향, 차 아래쪽으로 흐르는 공기에 의한 영향, 대각선으로 흘러가고 넘어가는 바람의 영향 등 바람에 의해 작용되는 거의 모든 힘을 측정한다. 또 공기의 흐름이 자동차 냉각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바람에 의해 차체가 뜨는 현상을 파악하며,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연구나 그와 연관되는 디자인 개발도 이뤄진다. 1990년대부터 BMW 모델에서는 ‘비례와 형태’에 대한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1991년에 선보인 E36 3시리즈는 현대적 개념에서 공기역학의 획기적인 결실로 등장한 모델 중 하나였다. 기존 모델에 비해 앞부분과 A필러를 포함한 앞유리의 기울기, 특히 루프라인에서 이어지는 C필러의 기울기, 트렁크의 높이, 모양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윈드 터널에서의 테스트와 그동안 축적된 여러 데이터를 산출한 결과가 적극 반영됐다. 이후의 차들은 공기역학적으로 성능이 더욱 개선됐다. 다이내믹을 강조하는 BMW는 2000년대 들어서 투어링카 레이스를 중심으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공기역학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윈드 터널과 모터스포츠라는 실전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공기역학적 데이터는 다시 새로운 양산차에 적용돼 기능적으로 공기를 다스리는 기술들로 전이됐다. 

소음 다스리기 위한 음향적 분석

BMW는 1988년 뮌헨 근교 무자흐(Moosach)에 또 다른 개념의 윈드 터널 설비를 구축했다. 이는 윈드 터널에 무향실의 원리를 결합해 자동차 메이커 중 최초로 고속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차 내부의 공기 음향(Aero acoustic)을 측정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종전까지는 고속으로 달리면서 공기로 인한 소음을 정확히 측정하는게 어려웠다. 공기역학 테스트를 하는 기존의 윈드 터널에서도 빠른 기류에 의한 주변 소음이 너무 커 차 내외부의 소음을 측정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BMW의 고성능 무향 터널에서는 카트리나 같은 허리케인과 맞먹는 바람의 세기도 작은 속삭임 정도로 들린다. 이 설비로 차체의 내외부에서 기류에 의해 발생되는 소음의 근원을 음향 탐침을 통해 정확히 찾아내고 원인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에어로 어쿠스틱 분야는 BMW의 독보적 강점이다. 에어로 어쿠스틱 윈드 터널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고감도의 마이크로폰 탐침을 손에 쥐고 바닥 페달에서 지붕 둘레의 도어 실과 뒷유리 통풍구에 이르기까지 차의 내부를 샅샅이 점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차에 부딪히는 난기류를 최소화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차체 표면이 틀어지거나 굴곡이 생긴 곳에서는 기류의 층을 만드는 경계면이 생겨나고 이곳에서 기류가 나빠져 폭포소리 같은 굉음을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채찍을 빠르게 휘두르면 소위 칼만 와류 현상에 의해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데, 길고 가느다란 안테나를 가진 차들은 고속에서 몹시 불쾌한 휘파람 소리를 냈다. BMW의 엔지니어들은 안테나 둘레에 전선을 나선형 계단처럼 꼬아 올려서(흔히 말하는 돼지꼬리 안테나) 와류 현상을 왜곡시키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 저주파에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음향적인 설계가 배려돼, 선루프 앞부분의 V자형 홈 등을 개발했다. E36 3시리즈의 경우 헤드램프와 보닛 사이의 좁은 틈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헤드램프 유리의 상부 모서리를 따라 미세한 소재를 넣어 와류를 만듦으로써 틈새로 들어오는 기류를 막아 소음을 해결했다. 아웃사이드 미러는 극도의 음압이 아웃사이드 미러의 후반부에 형성되어 운전석과 조수석의 머리 부분의 창문을 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웃사이드 미러의 외부 틀을 절묘하게 디자인해 바람을 유리창이 아닌 방음이 되는 도어 쪽으로 우회시켰고, 아웃사이드 미러와 차체 사이의 연결부위를 정확하게 계산된 다수의 마이크로 와류를 통해 기류 속에서 하나의 덕트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어 차내로 들어오는 소음을 최소화했다.
한편 소음을 너무 차단해 무음지대가 되는 차의 실내가 오히려 불편하거나 불안함을 야기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 소음의 데시벨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에어로 어쿠스틱에서는 어느 정도의 소음 수준이 자동차에 가장 좋은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에어로 어쿠스틱 성능을 최적화시켜 만든 최초의 차가 4세대 5시리즈(E39)였다.



바람을 이해하고 유도하는 능력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5세대 3시리즈(E90)의 테일라이트 커버는 측면과 후면의 각도가 거의 90°다. 공기역학 측면에서 봤을 때 공기가 흐르는 마찰면이 끝나는 지점 뒷부분에는 무조건 그 안쪽으로 공기의 소용돌이(Vortex)가 발생한다. 그런데 BMW는 이런 원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가령 비가 온 뒤 트렁크를 열게 되면 그 안에 맺혀있던 물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공기역학적 설계를 통해 거의 1 mg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물이 모두 빠져나가도록 디자인했다. 이밖에도 디테일한 디자인을 더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어 좋은 성과를 거둔 예가 많다. 지금도 많은 차들이 면과 면의 하이라이트를 살리기 위해 앞뒤 휠 하우스를 칼로 잘라낸 듯하게 하는데, Z4의 경우 휠 하우스 상단부는 그 모양을 살리고 하단부는 바람이 타이어를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도록 굴려 그 주변으로 흐르는 공기를 매끄럽게 유도했다. 또 리어 스포일러의 높이도 기존보다 5 mm를 낮춰 고속에서 바람의 힘으로 차를 누르는 공기역학적인 혜택을 누리면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적화했다.
덩치 큰 SUV들은 연료는 많이 먹고, 빨리 달리면 위험한 차로 여겨졌지만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걸고 등장한 X5는 이같은 선입견을 깨도록 만들었다. 2006년 선보인 2세대 X5(E70)는 0.332의 공기저항 계수를 기록하며 BMW SAV의 가치를 높였다. 같은 해에 소개된 BMW 수소연료자동차 H2R은 0.21로 이 분야에서 세계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자유의 상징인 컨버터블은 어떨까. 3시리즈 컨버터블이 좋은 예다. 컨버터블은 오픈된 상태로 달려도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이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 즉 외부 공기가 승객을 직접 때리지 않고, 아름다운 여성의 긴 머리카락이 뒤쪽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소용돌이로 인해 시야를 가리지 않게 만들어야만 한다. 대개 컨버터블은 뒤쪽에서 역류하는 공기의 소용돌이를 줄이기 위해 윈드 디플렉터(Wind Deflector)를 덧대거나 세워 바람을 제어한다. 그러나 BMW 3시리즈 컨버터블은 윈드 디플렉터 없이도 소용돌이가 거의 생기지 않도록 공기역학적으로 제어한다. 60 km/h로 달릴 때도 여성의 긴 머릿결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의 실내 유입이 최소화돼 있다. 1987년형 3시리즈 컨버터블은 크기가 지금의 차보다 작은데도 불구하고 공기저항 계수가 0.39였다. 전면투영면적(Cross-section A)의 값은 1.86이다. 2009년형 3시리즈 컨버터블은 0.27, 2.08이다. 실제로 토털 드래그 값을 뽑으려면 두 값을 곱해야 하는데, 구형은 0.7254, 신형은 0.5616이 나온다. 차가 커도 공기저항은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



10g짜리 종이도 감지하는 고정밀 윈드 터널

총 5개의 윈드 터널을 운영하던 BMW는 2009년에 본사와 BMW 월드가 위치한 뮌헨 컴플렉스에 또 하나의 새로운 공기역학 테스트 센터(ATC)를 오픈했다. ATC에는 실차 크기(Full-Size)와 축소 모형(scale models)을 모두 테스트할 수 있는 위, 아래 두 개의 윈드 터널이 있다. 계단처럼 돼 있는 겉모양처럼 터빈이 위 아래로 배치됐다. 메인 윈드 터널은 바람 방향이 옆으로 도는 방식이고 최대 시속 300 km의 바람을 낼 수 있다. 에어로 랩은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도는 방식이고 최대 측정 속도는 시속 280 km다. 얼마 전 한국을 지나간 태풍 볼라벤의 순간 최대 풍속이 53 m/s(190.8 km/h), 2005년 미국 뉴 올리언 주를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풍속이 56.7 m/s(204 km/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ATC 내에 부는 바람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음향적인 경량 구조들은 엔진 앞부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풀리나 벨트 구동에 의한 소음, 크랭크 케이스와 실린더 헤드의 소음 등 쾌적하지 못한 고주파 영역과 주행 소음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벌크 헤드에는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재질과 달리 특수 성형된 재질을 넣어 탁월한 중량 감소 효과와 소음 차단 능력을 갖추게 했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손대지 못했던 소음 원인 중 하나인 오일 팬 내에서 나오는 석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오일 팬을 단층구조가 아닌 다층구조의 캡슐화를 통해 소음을 줄였다. 이렇게 만든 오일 팬은 크랭크 샤프트 하우징이나 크랭크 샤프트에서 나오는 공명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이처럼 철판과 철판 사이에 성형된 소재를 넣는 방식(Molded Form), 멀티 레이어의 원리가 차의 곳곳에 적용됐다. BMW는 볼트 하나에서 차체와 구동장치, 실내와 제어 시스템, 나아가 차의 사전 설계에서 완성된 차의 액세서리 파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방위적인 차원에서 경량화를 추구해왔고, 또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거대한 날개를 가진 메인 윈드 터널의 터빈은 최고 300 km/h로 달릴 때와 같은 바람을 만들어낸다. 또한 바람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맞을 수 있는 최신의 턴테이블과 다양한 압력 센서를 비롯해 첨단 장비들을 이용해 공기저항에 의한 40여 가지 이상의 변화들을 정밀하게 측정해낼 수 있다. 더욱이 이곳의 장비들은 실험용 차의 표면에 무게 10 g의 종이비행기를 올려놓아도 그 효과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정밀하며 매우 미세한 공기의 X, Y, Z 축 움직임까지 측정한다.




BMW는 지금까지 축적한 윈드 터널 데이터를 이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도 공기역학적으로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BMW의 엔진니어들이 팀워크를 이뤄 윈드 터널 내에서 디자인 설계와 공기역학 설계라는 두 가지 개발과정을 거의 동시에 해내 빠른 시일 내에 훌륭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ATC는 BMW 기술 센터와 나란히 지어져 그 주변에 있는 6,000명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일하면서 작업 능률을 높인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새로운 데이터 모델을 대상으로 디자인과 공기역학 분야의 수정 작업을 모두 마친 데이터 모델 결과물은 도출까지 3개월이면 충분하다.




ATC의 오픈 시기에 맞춰 BMW는 ‘에어 커튼’이라는 매우 흥미로운 공기역학 기술을 공개했다. 에어 커튼은 범퍼 하단부의 좌우 바깥쪽에 범퍼를 통과하는 좁은 통로(흡기 채널)을 두고, 이곳으로 들어온 공기가 다시 휠 하우스 안쪽의 가느다란 공기구멍을 통해 빠져 나오는 고속의 공기 흐름이 타이어와 휠의 표면을 따라 바깥쪽으로 흐르면서 타이어와 휠을 덮는 커튼처럼 작용한다. 5시리즈 스케일 모델을 대상으로 공기저항 계수를 실험해본 결과 정지해 있을 때는 0.29, 주행할 때는 0.28, 그리고 에어커튼 기능을 적용했을 때는 0.27까지 낮아졌다. ‘에어 커튼’ 기술은 이미 다른 경쟁사들의 벤치마크 대상이 되고 있다. 또 비슷한 시기에 BMW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스’라는 신개념 공기역학 기술을 선보였다. 5시리즈 GT에 처음 적용한 ‘에어벤트 컨트롤’이 그것이다. 속도 영역이나 필요에 따라 라디에이터로 들어오는 공기를 막아 전체적인 기류의 흐름을 더 매끄럽게 제어해 공기저항을 줄인다. 통상적으로 공기저항을 10% 줄이면 연료소모는 2~3% 줄일 수 있다. 저연비 시대에 이런 부분에서의 이점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차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어 커다란 힘이 된다.




자동차의 토털 드래그 비율을 보면, 공기저항의 40%가 차의 전체 면적과 모양이 차지하는 비율이고 30%가 휠 하우스 부분이다. 20%는 에어 인테이크(프론트 그릴과 범퍼 하단에 뚫린 공기구멍), 그리고 나머지 10%가 기타 엔진 쿨링이나 브레이크 쿨링 등이다. 차의 모양과 크기에서 발생되는 기본적인 공기저항 40%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더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60%가 다른 부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 분야에서 얼마나 공기저항을 줄이는가, 즉 토털 드래그의 제어 수준에 의해 차의 연비 및 성능마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역학 개념을 적용한 BMW의 모던 디자인은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BMW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전략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 중 하나인 ‘에어 커튼’ 기술은 최근 공개된 뉴 BMW 7 시리즈에도 적용돼 있다. 앞 범퍼의 좌우 가장자리에 LED 안개등보다 바깥쪽에 위치한 수직형 공기흡입구들은 에어 커튼을 구성하는 외형적 장치다. 이곳을 통과한 바람은 범퍼의 뒤쪽에 마련된 에어 채널을 통과한 뒤 다시 앞바퀴의 바깥쪽으로 돌아나가면서 앞바퀴의 측면 주위에 생기는 거친 공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제어해 고속주행 시 연료 소모를 더 줄인다.

BMW는 공기저항 계수를 0.24 수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역시 BMW가 추구해온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연장이다. 물론 BMW는 그들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의  스타일링과 안정성, 운전자가 듣기 좋아하는 적절한 소음 레벨을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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