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V2X, 자동주행, 자율주행 이슈 등에 대한 도로안전 기술의 시발점인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이 업계의 동의하에 기본장착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도로교통안전청(NHTSA),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와 미국 신차 판매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10개 카 메이커는 그들의 모든 모델에 AEB를 기본화 하기로 합의했고, 빠르면 연초 세부적 기본장착화 일정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보급을 빨리하기 위해서다.”
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마크 로즈킨드(Mark Rosekind) 청장의 말이다. 지난해 9월 미 교통부(DoT) 산하 NHTSA, 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는 10개 카 메이커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에서 판매하는 그들의 전 모델에 AEB를 기본장착키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계획, 언제쯤 카 메이커들이 이를 실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V2X, 텔레매틱스, 차세대 콕핏, 인포테인먼트 등 커넥티드 카 시장을 빠르게 전개시키고 전 세계적인 도로안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도로안전 관련 규제나 정부의 신차안전도평가와 같은 유도 장치 없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술은 준비됐고 시장과 업계의 요구가 일치하고 있다.
IIHS에 따르면, NHTSA와 IIHS는 카 메이커들과의 AEB 기본화를 위한 ‘세부일정’을 연초 중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는 탁월, 장착은 1%
전 세계 교통당국, 안전기술 관련 종사자, 카 메이커 등은 AEB의 높은 예방안전 효과를 통해 휴먼에러에 기인하는 추돌사고 수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IIHS에 따르면 AEB를 통해 상해보험 청구를 35%까지 낮출 수 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에 따르면 시티 세이프티 기술이 적용된 볼보 차량의 전방 추돌사고에 대한 지급 청구율은 그렇지 않은 차량보다 28% 낮다.
IIHS의 러스 레이더(Russ Rader)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IIHS의 안전평가 프로그램과 함께 AEB 보급이 가속돼 왔는데, AEB 장착과 함께 총 48개 모델이 2016년도 ‘최고 안전 차량(Top Safety Pick+, TSP+)’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며 “럭셔리 모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격대의 차종이 이를 획득했고, 2015년 전체 모델의 25% 이상이 최소한 AEB를 옵션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AEB의 기술 효과가 탁월해도 아직 보급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미국의 전체 신차 판매 차량의 단 1%만 AEB를 장착한다. 많은 모델에 옵션으로 채택되고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이번 합의의 중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대림대학교의 김필수 교수는 “메이커 입장에서는 대개 고급차 옵션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지만 대중차 개념에서는 수동적”이라며 “더욱 소비자 중심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HTSA는 도로안전성 향상이란 명분과 업계의 요구 속에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같은 안전 그룹으로부터 줄기차게 추돌사고를 줄이기 위한 AEB 등 ADAS, 충돌회피 기술 장착 법제화 압력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NTSB는 카 메이커들에게 모든 승용차와 상용차에 전방충돌 회피 시스템(FCA)을 장착할 것을 권고했다. NTSB 측은 “안전벨트를 사는데 요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충돌을 예방하는 기술에 돈을 지불해서는 안된다”며 의무장착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NCAP에 이같은 기술 테스트 항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NHTSA
NHTSA는 AEB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NCAP의 활용이다. AEB의 NCAP 적용은 세계적이다.
김 교수는 “유로 NCAP, IIHS는 지명도가 높고 색깔은 다르지만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미 2013년부터 유로 NCAP에 AEB 평가항목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종전 계획을 조금 늦춘 2017년부터 KNCAP에 고속도로, 도시, 보행자 모두에 대한 AEB 평가를 반영키로 했다.
미국의 US NCAP 프로그램은 NHTSA와 IIHS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IIHS의 안전등급 경우엔 유럽에 1년 뒤진 2014년부터 AEB를 포함했고, 미국의 AEB 보급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1월 NHTSA는 2019년부터 신차안전도평가제도(US NCAP)에 AEB를 포함하겠다고 하며 일단은 권장기술에 포함시켰다. 향후 NHTSA의 NCAP에서 AEB는 운전자가 대처하지 않을 때 임박한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한 CIB, 운전자가 추돌을 피하기에 충분한 제동을 하지 않았을 때 추가적인 제동력을 지원하는 동적 제동 지원 DBS, 그리고 보행자에 대한 자동제동 등으로 나뉘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NHTSA의 성능사양에 준하는 AEB가 전방충돌 경고(FCW), 차선이탈 경고(LDWS) 등과 함께 우선적으로 NCAP의 권장 안전기술 사양에 포함됐지만, 이의 실효성이 약하고 평가항목에 포함되는 데는 3년이란 시간을 기달려야만 한다.
나아가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통한 AEB의 의무화는 복잡한 입법과 시행과정으로 최소 7~8년은 기다려야만 한다.
사실상 NHTSA 단독 주도로는 조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옵션 이상이 필요
레이더 부사장은 “NHTSA는 AEB를 권장하고 있고 2019년에 시작되는 ★★★★★안전등급에 AEB를 포함할 예정인데, NHTSA가 정부 기관이다 보니 IIHS가 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며 “반면, 올해 미국에서 IIHS의 TSP+에 지명되기 위한 차량은 트랙 테스트에서 매우 높은 등급의 AEB 효과를 거둬야만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NHTSA는 IIHS 그리고 아우디, BMW, 포드, GM, 마쯔다,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토요타, 폭스바겐, 볼보 등 10개 카 메이커와 합의를 통해 법제화 이전에 AEB 보급을 촉진시킬 방법을 찾았다.
NHTSA는 현재 이들과 기본장착을 위한 표준과 일정 확정에 나서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게 되면 2014년 기준 전체 신차 판매 중 57%를 차지하는 10개 카 메이커와 함께 미국의 신차 약 60%가 AEB를 장착하게 된다. 게다가 NHTSA와 IIHS는 현재 10개 카 메이커 외의 다른 메이커들, 트럭 산업과도 AEB 장착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
레이더 부사장은 “NHTSA, IIHS는 카 메이커들과 AEB 기본화에 대한 타임라인 설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으로 연초 이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업계가 환영하고 있다”말했다.
지난해 10월 전미트럭협회(ATA) 이사회는 제조사에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신차에 AEB를 장착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 NHTSA는 자발적 또는 규제로 할 것인지의 접근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보험 연계
한편, 기술에 대한 보험료 할인혜택이 소비자의 안전기술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럽의 영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는 AEB와 관련된 보험할인 혜택이 가능해졌고, AEB 성능에 따라 차별적 보험률이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AEB 보급을 늘리기 위해 몇몇 보험회사들이 AEB를 장착한 차량에 대한 보험 프리미엄 할인 제공을 시작하고 있다.
레이더 부사장은 “미국에서 보험산업은 도로와 자동차 안전에 매우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보험업계는 IIHS에 재정자금을 대고 있고 보험회사들은 다양한 안전기술 영향력에 대한 IIHS의 연구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의 경우 다른 요소는 보험 할인 혜택을 주고 있으나 새로운 안전기술에 대한 부분은 아직 미약해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 소비자 중심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시장의 빠른 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NHTSA의 안전규제 접근방식이 바뀌고 있다. NHTSA는 차체 자세제어 시스템(ESC)이나 후방 카메라의 경우와는 달리 변화의 속도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AEB에 있어 법적 강제보다는 NCAP 제도의 적극적 활용과 업계와의 합의를 통한 새로운 의무화 전략을 펴고 있다. 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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