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거 않고도 다른 디바이스 동시 이용 가능한 멀티 USB 모듈
자동차의 멀티 디스플레이,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적용에 따라 모바일 기기의 편리한 사용을 위한 멀티 USB 포트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차량용 USB 멀티 포트 기술력을 지닌 회사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굿텔은 이 분야의 리더, 최종 제품을 양산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ASIC화를 목전에 둔 FPGA를 구현한 것만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월, 굿텔(Goodtel)의 야심찬 발명품을 만나기 위해 안양 사옥을 찾았다. 전자 회로도를 닮은, 또 어떻게 보면 육각형 벌집 모양 같은 벽면을 지닌 굿텔의 거대한(?) 9층짜리 사옥을 보면서 이 회사의 실력을 기대했다. 그리고 김병득 전무 일행에게서 회사와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낭비 없이 최소의 재료로 가장 단단하고 최적의 공간에서 새로운 기능성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벌집 모양의 육각형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굿텔의 차량용 USB 인터페이스 모듈이 꼭 그렇게 생각됐다.
통신 전문가
굿텔의 김병득 전무, 이현일 이사, 김홍성 수석연구원, 정윤섭 수석연구원, 김진택 부장 등과의 만남은 5층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굿텔은 2003년 자본금 10억 원으로 출발한 회사다. 그동안 회사는 이동통신용 안테나와 중계기, 컨트롤러, 모뎀, 블루투스, 패시브 소자 등 포트폴리오로 100명의 임직원, 연매출 300억 원 규모의 중견 통신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 비즈니스도 활발히 전개해 이미 인도, 일본, 태국, 베트남 등지에 비즈니스 거점과 생산설비를 두고 있고, 최근 중국시장에도 노크하고 있다.
김병득 전무는 “굿텔은 다수의 특허, TS 16949, ISO 14001, TL 9000 등 국제인증은 물론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챔버를 보유한 이동통신 분야의 강자”라며 “국내시장을 벗어나 4G 기지국 안테나 등에 대한 잠재력이 큰 해외로 포커스를 옮기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굿텔의 자동차 부품 사업은 2015년부터 시작됐는데, 이미 타타대우의 상용차 부문과 중국의 로컬 OEM들에 대해 차량용 안테나 개발 계약을 마쳤다. 2018년부터 제품 공급이 예정돼 있다. 따라서 차량용 안테나가 자동차 부품 비즈니스의 시작점이면서 빠르게 성과를 낸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 전무는 “전장 분야에 진입한 것이 2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아직 주요 제품은 글라스, 폴, 샤크, 샤크 라디오 안테나 정도와 USB 인터페이스 모듈”이라면서 “그러나 이 외의 다양한 전장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젠 뽑지 않아도 돼!
굿텔이 개발 중인 차량용 USB 인터페이스 모듈은 자동차 사업 론칭의 핵심 중 하나다. 자동차에 요구되는 새로운 아이템이면서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고, 굿텔 스스로가 시장의 선두권에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라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USB는 기술적으로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규격은 물론 이에 대응하는 인터페이스를 잘 알아야 한다”며 “때문에 멀티 통신에 대한 기술력을 갖춘 우리가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자동차에는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같은 스마트폰의 편리한 기능, 콘텐츠를 헤드유닛으로 불러와 가능하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음성명령과 터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장착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카플레이에 이어 최근 안드로이드 오토가 상용화되면서, 아직까지 내비게이션 기능은 예외이지만 다양한 앱과 기능,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의 이용에서 그동안 USB 인터페이스와 관련해 상당한 불편이 있었다. 이런 차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헤드유닛과 연결되는 데이터 및 충전용 USB 1개 포트, AUX와 SD 단자, 그리고 충전 전용 USB 1개 등 4개 포트를 지원하는데,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던 중에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다른 디바이스를 이용하려면 폰을 포트에서 뽑은 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운전부주의를 줄이는 것이 명분인 시스템이 오히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면서 불편까지 초래한 것이다.
김진택 부장은 “예를 들어 아이폰으로 구동하는 카플레이는 다른 기기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면서 단일화된 USB 호스트로 기능하려 하기 때문에 외장 메모리나 폰과 같은 다른 기기를 사용하려면 카플레이를 중단하고 포트에서 탈거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굿텔의 USB 인터페이스 모듈은 이같은 이용의 불편을 없앤다. 카플레이를 하면서도 다른 기기를 연결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전무는 “굿텔이 개발하는 USB 모듈을 이용하게 된다면 2개의 USB는 데이터와 충전 기능 모두가 되고 애플 카플레이 및 다른 기기의 사용 시 포트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AUX, SD 포트도 지원해 외장 메모리를 꽂은 상태로도 카플레이 등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다른 폰의 음악, 영상 및 다른 디바이스도 탈거 없이 재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드유닛과 스마트폰은 양방향 통신하는 USB 모듈에 따라 데이터 통신 포트의 구분 없이, 각각을 선택해 작동시킬 수 있다. 이는 USB 모듈 내에 호스트 투 호스트 브리징 기능의 허브 IC를 통해 가능해진다. 본래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는 호스트와 디바이스를 구분한다. AVN이 호스트이기 때문에 양방향 통신을 위해서는 호스트 체인지가 필요하고, 또한 호스트끼리는 통신이 안 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위해 호스트 투 호스트 브릿지가 요구된다. 기존 채널은 1개 포트만 이렇게 구현됐었지만 굿텔은 모든 포트를 이렇게 구현했다.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굿텔은 업계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분석하고 반영해 지난해 말 FPGA 버전 설계를 완료하고 보드를 만들었다. 중요한 특허도 출원 중이다. 특허는 올 초 심사가 마무리될 것인데, 주요 내용은 멀티 입력과 단일 출력, SD Slot, AUX의 USB 전환 가능성, 각각의 USB 포트 모두가 호스트-디바이스 모드로 동작할 수 있는 점이며 이에 대한 블록도 형식에서의 세부적 내용들이다. 올 초면 결과가 나온다.
데모 보드는 A4용지 크기만했다. 이것이 ASIC화되면 손톱만한 크기로 줄어든다. 즉, 훨씬 저렴한 비용, 더욱 작은 패키지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엔지니어들이 원했던 모든 기능을 살리고 불편을 없애면서 미래의 편의에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굿텔은 설명에서 그들의 제품을 통합형 모듈, 종전의 것을 분리형 USB 인터페이스 모듈이라 불렀다. 양자 간의 차이는 기술적, 기구적 차이, 입출력 부문이 얼마나 시스템에 효율적이냐에 대한 것이다.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와 함께 적용돼 있는 거의 대부분의 분리형 USB 모듈은 USB & AUX, SD슬롯, 충전 전용 USB 등 각 3개의 별도 장치로 돼 있다. 반면 통합형은 데이터 통신 및 충전의 2개 USB와 AUX와 SD Slot이 1개의 ALL-IN-ONE 타입으로 되어 있다. AUX와 SD는 옵션으로 USB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출력 부분도 USB 1개로 돼 있다.
3개의 별도 장치로 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금형, 기구, 조립 공수가 증가하고, 모듈의 후면에도 4개 출력 포트에 대한 각각의 케이블 및 조립 공수, 복잡성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 통합형은 입력이 1개의 모듈에서 이뤄지고 출력도 단 1개 포트(전원 제외)로 되기 때문에 그만큼 금형, 기구, 조립, 케이블 공수가 절감된다.
정윤섭 수석은 “PC에는 여러 개의 USB 포트에 대한 출력 허브가 들어가 있다. 이를 응용했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차량 시스템에서는 입력이 4개면 출력도 4개이지만 굿텔은 FPGA 안에서 허브를 응용해 4개 입력을 1개 출력으로 모든 데이터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ASIC 및 모듈화 과제
각종 IT, 모터쇼에서 만나는 자율주행차, 프리미엄급 차량과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시장의 확대와 대형화, 멀티화되는 카 디스플레이 트렌드는 굿텔의 USB 모듈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즉, 아직까지 이 기술이 시장 상황보다 빠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우리의 USB 모듈은 현재 꼭 필요한 것이 아니지만 분명히 편리한 것”이라며 “도로안전 상의 권고사항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USB 두 개 포트를 모두 사용해 예를 들어 화면을 분할해 하나는 운전자가, 다른 하나는 탑승자가 그를 위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능이 될 수 있고, 이는 멀티 디스플레이를 앞당기는 주행의 자동화와 OEM의 프리미엄 차별화 전략과 함께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려면 USB 인터페이스 모듈이 요구되고, ASIC화를 통해 원가와 크기가 줄어야 한다. 그런데 제품화를 위한 ASIC화가 굿텔의 최대 고민이 되고 있다. 굿텔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데 시장(고객)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ASIC FAB 공정(50, 80, 90)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최소 7억 원에서 1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것은 고객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나 칩 메이커라면 가능할 수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 이제 발을 담근 국내 업체인 굿텔로서는 시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선뜻 ASIC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USB 프로토콜, 데이터 연동 시험 등에 대한 이해와 FPGA를 이미 구현한 굿텔이 만일 ASIC화를 선언한다면 7~8개월이 소요되는 공정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 상용 제품으로 2~3번째가 될 것이다.
김 전무는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시장에는 델파이가 유일한 업체이고 USB 2포트 트렌드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굿텔에게 그 밖의 이슈가 있다면 기술확장성 측면에서 USB 3.0, 3.1에 대응하는 것인데, 이는 중대 이슈는 아니다. 굿텔에게는 단지 480 Mbps, 5G, 10G 등 데이터 속도의 차이로만 여겨진다. 굿텔은 당분간 USB 2.0(480 Mbps)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480 Mbps는 LTE보다 빠른 속도다. 5G대의 USB 3.0의 데이터 속도를 요구하는 콘텐츠는 당분간 차에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델파이도 USB 2.0을 기반으로 한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차량용 USB 멀티 포트 기술력을 지닌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제품을 출시한 업체는 한 곳에 불과하다. 굿텔이 이 분야의 리드하거나 최종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ASIC 이전의 FPGA를 구현한 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