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고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
2018년 07월호 지면기사  / 글│ 김익현 변호사 외 3인, 법무법인(유) 율촌 송무그룹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졌다. 특히,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의 주체 및 책임 분배의 문제, 제조물책임의 적용 문제, 형사책임의 귀속 문제, 보험 등 기타 제도의 정비 문제 등이 시급하게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글│김익현 변호사 _ ihkim@yulchon.com,
      장현철 변호사 _ hcjang@yulchon.com
      주병창 변호사 _ bcjoo@yulchon.com,
      배강일 변호사 _ kibae@yulchon.com
      법무법인(유) 율촌 송무그룹



들어가며


2018년 3월 18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Tempe)에서 시험운행 중이던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충격하여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보조운전자가 탑승한 상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공공도로에서 시험운전 중이었는데,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던 여성 보행자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조사결과 보행자가 야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주행방식이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서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6년 5월에도 시험운행 중이던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량과 충돌하여 자율주행차에 탑승 중이던 보조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번 사고는 도로를 건너던 보행자가 사망했다는 측면에서 그 후폭풍이 보다 큰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요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중단했다. 사고율이 0%에 근접한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어쨌든 멀지 않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졌다. 특히,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배상 책임의 주체 및 책임 분배의 문제, 제조물책임의 적용 문제, 형사책임의 귀속 문제, 보험 등 기타 제도의 정비 문제 등이 시급하게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향후 어떤 쟁점들이 문제될 것인지 간략하게 소개한다.

책임소재/비율 판단 방법

먼저, 이 사건의 경우 종래에는 그다지 많이 논의되지 않던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종래에는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단 자율주행차 측의 결함이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책임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주로 많았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물론 조사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보행자의 귀책사유가 클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자율주행차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고이지 않은가 하는 논란이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와 보행자 혹은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차 사이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 책임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어떻게 법적으로 판단해야하는가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이 점에 대한 심도 있는 법률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의 사고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평균인을 상정하고 사고 시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사람의 관점에서 상식에 기초하여 누구의 책임인지, 책임 비율이 얼마인지에 관한 법적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관련된 사고에도 마찬가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¹ 등 첨단 시스템을 사용하므로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인지능력과 대처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핵심적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고가 난 경우 책임 소재와 비율을 판단할 때 당해 자율주행 시스템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수준의 인지 능력과 대처 능력을 가졌는지, 통상적인 수준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갖춘 경우에 그 기능의 작용을 통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지 혹은 피하는 것이 불가능했는지, 어떤 결함이 개입되어 그런 기능의 구현이 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등 복잡한 판단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을 할 때는 종래와 같이 사람이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판단을 하기 어렵고, 자율주행 시스템에 관한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분석을 기초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자율주행차 관련 법적 문제의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자율주행차 측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의 법적 해결에 관한 종래의 논의를 소개한다.


1 자율주행차에는 주변 상황의 파악을 위해 각종 측정 센서와 카메라가 부착되는데, 라이다(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 또한 이러한 첨단 센서 중 하나로,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를 발사한 뒤 빛이 센서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사람(또는 물건 )과 자율주행차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민사상 책임 및 제조물책임

교통사고와 관련한 민사책임은 전통적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자책임, 민법상 운전자의 불법행위책임 등이 주로 논의됐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경우 주행의 주도권이 운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자동차라는 제조물로 넘어가면서 제조업자의 책임,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주행도로 관리주체 및 시스템 해커의 책임 등 다양한 주체들의 책임이 문제된다.

참고로,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단계를 5단계로 분류한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 자동차 단계, 1단계는 자동 브레이크, 자동 속도 조절 등 운전보조기능이 작동하는 단계, 2단계는 운전자가 운전하는 상태에서 2가지 이상의 자동화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되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한 단계, 3단계는 자동차 내 인공지능에 의한 제한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특정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단계, 4단계는 시내 주행을 포함한 도로 환경에서 주행 시 운전자 개입이나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 5단계는 모든 환경 하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이다.²

위와 같은 단계와 관련지어서 각 단계별로 운전자, 운행자, 제조자, 매도인의 책임 분배를 달리 구성하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어쨌든 자율주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역할보다는 자동차의 역할이 커진다는 점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는 자율주행차에 내재된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 제조물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상 자율주행차의 결함에 관한 제조업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을 일부 소개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율주행의 결함은 결국 이러한 시스템 상의 결함이 주로 문제될 것이다. 그런데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물을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다른 동산이나 부동산의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자동차 또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이 제조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해는 이론이 없으나 자율주행 기술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가 제조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와 관련하여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궤를 같이 하여 2017년 9월 22일 ‘소프트웨어’를 제조물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정의규정을 개정하는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원유철 의원 등 10인 의안번호 2009568).
위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도 제조물에 포함되게 되므로 위와 같은 논의는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을 제조상 결함, 설계상 결함, 표시상의 결함으로 구분하는데, 자율주행차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결함 유형은 설계상 결함이라 할 수 있다. 설계상 결함은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 설계를 채용했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대체 설계를 채용하지 않아 제조물에 위험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 그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상 결함이 인정되기 위해서 피해자는 합리적 대체 설계 가능성을 제시해야 하고, 대법원 역시 같은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22092 판결 등).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각종 첨단 기술에 기초한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합리적 대체 설계를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돼 왔다. 그리고 이는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에 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2018년 4월 10일 시행 제조물 책임법(2017. 4. 18. 법률 제14764호로 개정된 것)은 제3조의 2를 신설하여,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증명이 어려운 분야에서 결함과 인과관계를 사실상 추정하는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위와 같은 우려는 일부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2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기존에 4단계 분류법을 소개했으나, Federal Automated Vehicle Policy 2016부터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5단계 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형사책임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의 형사책임 귀속과 관련하여, 전통적 형법이론의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자율주행차의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하는 문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사망사고에 대하여 누구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것인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험운전의 주체인 우버, 실제로 탑승하고 있었던 보조운전자인 우버 직원, 차량 제조사로 알려진 V사 등, 누가 이번 사고의 형사책임을 질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현재까지 학계에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전통적인 방식과 같이 인간으로서 탑승한 운전자를 자율주행차의 운전자로 보아 책임을 귀속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형벌의 대원칙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주행차의 보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자율주행차에도 운전자로서의 인간이 존재해야 하고, 그 사람에게 사고의 형사책임이 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율 주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비자의 구매 선택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및 대중화에 역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제조업자를 운전자로 보아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는 방법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율주행차도 제조물 책임법상 제조물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제조업자는 그에 따른 민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나,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업자의 항변과 면책을 다소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자를 형사책임의 귀속 주체로 명시함으로써 사고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견해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이러한 견해는 인간의 행위 능력을 전제로 하는 형사책임의 대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이는 결국 자율주행차 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제조사의 책임을 과중하게 설정하여 투자 유인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자칫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는 자율주행차만을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운전자를 확정하는 방법이다. 자율주행 단계에 따른 운전자 확정 방법이 이에 해당한다. 완전 자율주행 단계인 Level 5에서도 자동차에 탑승한 조작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완전 자율주행 이전 단계인 Level 3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차량 내 조작자에게 상시적 주행감시의무는 면제하더라도 비상상황 시 개입의무가 있으므로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이다. Level 4의 경우가 문제인데, Level 4의 개념 정의상 “자율주행 모드 상태로서 Level 4”와 “운전자주행 모드 상태로서의 Level 4”를 나누어 전자는 Level 5에, 후자는 Level 3에 대응을 시키자는 견해가 유력하다.

결국 위와 같은 논의는 소비자와 공급자, 즉 자율주행차를 구매하여 탑승하는 자와 자율주행차를 제조하는 자 사이의 책임 분배 문제이며, 형법의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형사책임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입법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이 특정 수준을 넘어섬을 전제로,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할 일이다.

보험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로 인한 사고율 감소, 책임 주체의 변화로 인하여 당장 자동차보험제도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자동차 보유자, 즉 자동차 소유자나 자동차를 사용할 권리가 있는 자로서 자신을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를 책임보험 등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여,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사망·부상, 재물의 멸실·훼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자동차 보험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자율성이 증가할수록 운행자 또는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할 여지는 적어지는 반면, 자율주행차 자체의 제조상 결함과 설계 상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 되는 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제조물 책임보험(실무상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따라 사고발생 위험성이 크게 감소하므로 보험료 인하, 보험가입자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정 기간은 자율주행차와 일반 자동차가 공존할 것이고,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를 모두 대체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소홀, 정비 소홀 등 자율주행차 보유자가 자동차 사고발생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자동차 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자율주행차 제조자 중 어느 쪽에게 물어야 할지, 만약 양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책임을 분담하도록 해야 할지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특히 외국의 경우에는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결함, 나아가 제3자의 해킹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할 수 있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자동차보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단계에 따라 보험 제도를 둘러싼 입법 논의와 해외 보험업계의 움직임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치며

율촌 송무그룹은 전문팀을 두고 자율주행차 관련 제반 분쟁에 대비하여 외국의 논의와 입법례, 선례 검토를 포함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문제에 관하여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법률 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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