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구스 벡터 인포마틱 사업개발 시니어 매니저 (Peter Guse, Senior Manager Business Development, Vector Informatik GmbH)
지난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서 “전기차 충전 및 전력망의 도전과 기회(EV Charging and Electricity Grid: Challenge and Chance)”를 주제로 발표한 피터 구스(Peter Guse) 벡터 사업개발 매니저와 충전 인프라 분야의 현황과 도전, 그리고 전기차 시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글 | 윤 범 진 기자_bjyun@autoelectronics.co.kr
충전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도전과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Guse 건물이 현재 10년 이상 되었다면, 이 건물에 주차된 전기차를 동시에 모두 충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충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면 사실상 모든 전기차 충전이 가능합니다.
공동주택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12시간 차를 세워두고, 오피스 빌딩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세워둡니다. 이 시간에 전기차의 충전 부하를 분산하면 주차된 모든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일반적인 완속 충전의 경우 2 ~ 4 kW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충전 관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벡터는 이런 충전 관리 시스템을 제공해 분산형 충전을 지원합니다.
기존 그리드(Grid)에 부담을 주지 않고 EV 충전소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Guse 우리는 충전 인프라를 공공 충전 인프라와 상용 또는 민간 충전 인프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 충전 인프라는 전기 용량이 제한된 경우가 많고 재생 에너지원과 통합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충전 관리 시스템을 적용하면 충전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그리드의 부하를 보다 균등하게 분산시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용 충전 인프라는 여러 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충전 관리 시스템은 사용 가능한 충전 지점 간에 충전 부하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 공공 충전 인프라에 존재하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운전자가 장거리 여행 중 즉시 충전하고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경우 공공 충전소를 이용하게 됩니다. 공공 충전 인프라는 피크 시간대에 높은 충전 수요로 인한 피크 부하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는 현재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차 충전으로 인한 전기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간헐성으로 인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발전 제어’에서 ‘소비 제어’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충전 관리 시스템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재생에너지의 저장장치로 사용하면 전력망의 안정화도 가능해집니다.
요약하면, 최대한 많은 전기차가 전력망에 연결되어 충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고, 또 전기차에서 망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그래서 망을 안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기차는 문제의 원인이자 동시에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EV 운전자가 충전에 실패한 주된 이유로 충전기 고장을 가장 많이 지목했고 충전 카드 인식 불가와 충전기 자리 부족을 꼽았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고장 및 장애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DC 고속 충전기에서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Guse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충전기의 50%가 1세대 제품입니다. 나머지 절반 정도만 출시 1년 정도 된 아주 최신 모델입니다. 최신 충전기일수록 더 안정적이고 고장이 적습니다. 특히, DC 충전기는 고전류, 고전압이므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합니다. 전자파 교란으로 인해 통신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초반에는 이런 충전기 제조사들이 고전압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했기에 대처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2세대 충전기는 이 문제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충전기 사업에 뛰어든 덴마크나 독일의 경우 구세대 모델을 신모델로 모두 교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기계적인 불안정성이 내재화되어 있던 CCS 1 시스템에 기반한 충전기가 많고,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CCS 1 시스템의 경우 기계적 접촉 불량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신뢰성이 높은 테슬라 NACS 커넥터로 전환하는 상황이고, EU에서는 기계적 안정성이 개선된 CCS 2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경험은 여전히 가솔린 차와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전기차 충전의 미래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나요?
Guse 어떤 전기차, 개인형 전기 이동수단이든 대부분 충전 시설이 있는 주택 중심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 집에서는 야간에 충전하고 장거리를 뛸 때만 공공 충전소를 이용할 것입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 사용자 경험 문제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입니다. 실제로 독일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테슬라의 뛰어난 장점 중 하나는 충전 경험입니다. 테슬라는 각종 인증이나 카드 태그 등의 과정이 필요 없이 차량에 충전기를 연결하면 충전이 되고 계정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가 됩니다. 이제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제공하고 있고 벡터에서도 이런 플러그인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 경험은 점점 더 개선될 것입니다.
앞서 그리드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을 벡터가 해결해 줄 수 있나요?
Guse 이와 관련해 벡터는 충전소 관리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4, 5년 전에는 단지 전기차 충전만 할 수 있게끔 해주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충전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하는 것은 그리드 안정화, 즉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때 충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수요 반응 충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변동 요금제를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전기차 운전자가 태양광이 풍부할 때, 또는 잉여 전력이 있을 때만 충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벡터 시스템으로 그리드 망 사업자들이 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충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습니다. 즉 부하가 높을 땐 충전을 줄이고 부하가 낮을 땐 충전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망 사업자와 발전사, 전기차 사업자들 간의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벡터 솔루션이 이 연결을 도와줍니다.
이제 전기차 시장에 관해 이야기해보죠.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은 정부 보조금, 규제와 함께 성장해 온 ‘공급자 중심 시장’이었다면, 이제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고 보입니다. OEM과 서플라이어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Guse 주목할 점은 전기차가 경상용차보다는 승용차 위주로 전개돼왔다는 점입니다. 이제 전기차가 보편화 되면서 보조금이 줄어 기존 차보다 가격이 비싸진 상황입니다. OEM은 앞으로 좀 더 상용차에 집중하면서 전기차를 전개할 것입니다. 현재 승용 전기차는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인상을 줍니다.
EV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데, 그 일환으로 배터리 내재화가 필요할까요?
Guse 전기차 가격은 생산량이 점점 많아지면서 점차 하락하고 있습니다. 물론,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장 비싼 부품입니다. BYD와 테슬라 같은 OEM은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소규모 OEM은 판매 물량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내재화가 대단히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BYD나 테슬라 같은 볼륨 메이커는 실제로 배터리를 내부에서 생산하고 있고, 벤츠나 BMW 같은 소량 생산 메이커의 경우는 앞으로도 외부에서 배터리 셀을 조달하고 조립만 내부에서 할 것입니다.
배터리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현재 킬로와트시(kWh) 당 약 250유로에서 300유로로 이미 절반가량 하락했습니다.
EV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부정적 시각도 있고요. 이 상황이 지속될까요?
Guse 유럽도 마찬가지로 승용 전기차의 민간 판매량이 줄고 있습니다. 주된 이유는 보조금 중단이나 삭감 때문입니다. 반면, 전기 상용차는 정부 보조금이 줄었음에도 등록 건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기 상용차의 잠재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도시 근교나 시내에서 고속 화물운송 같은 물류 목적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런 목적의 전기차는 3.5톤급입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보면, 전기 상용차 판매량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반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줄고 있습니다. 승용 전기차가 다시 인기를 얻으려면 아무래도 가격이 더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저희 내부적으로 계산해 본 결과, 전기차는 연간 4만 킬로미터(km) 이상 운행해야만 내연기관차보다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일반 승용 전기차의 경우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1만 킬로미터 미만이어서 경제성이 떨어지나, 상용차 경우는 전기차가 오히려 비용 경쟁력이 있습니다.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