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가능하지만, 스페셜리스트는 없다
Part 1. Interview with Roland Berger
2011년 06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 <han@autoelectronics.co.kr>

롤란트 베르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
안토니오 베네치(Antonio Benecchi) 파트너
 Q. PEV 도입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은.
A. 미국 역시 정부와 민간 부문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e모빌리티를 전개하고 있으며 각각의 스케이크홀더들은 매우 다양한 시각과 강도로 이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의 정부는 몇 단계의 레이어로 나뉘며 e모빌리티에 대한 적극성도 제각각입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e모빌리티는 환경, 경제, 에너지 및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문으로 인식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PEV(안토니오 베네치와 RMI는 PEV를 Pure Electric Vehicle로 한정하지 않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하는 Plug-in Electric Vehicle로 정의했다) 산업과 e모빌리티 시장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대통령에 선출되면서 2015년까지 100만 대의 PEV를 도로 위에 올려놓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입니다. 현재로선 PE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공급 부문의 제약으로 수요를 예측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미 정부는 강력한 배출 규제와 연비 표준 등과 같은 정책, 그리고 배터리 생산설비, EV 프로젝트, 인프라 파일럿 프로그램 등에 투자하며 목표 실현에 다가가고 있는 중입니다.     
각각의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e모빌리티에 대한 견해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캘리포니아주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리더들은 지난 수년 간 e모빌리티 정책을 수행해오며 연방정부보다 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으며, PEV가 당면한 이슈들을 이해하고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밖의 지역에서는 투자와 개발 계획을 실행하기 이전에 어떤 주에서 어떻게 e모빌리티를 추진하고 있는지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필라델피아의 경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PEV보다는 대중교통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Q. 자동차 산업은.
A.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최근 몇년 간 PEV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메이커들과 신규 전문 메이커의 두 가지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헤드쿼터가 어디에 있든 간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메이커들은 대부분 PEV 개발에 연관돼 있고,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PEV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몇몇 메이커들이 다른 메이커들에 비해 PEV 투자를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메이커들은 1~2년 내에 플러그인 하는 모델을 출시할 것이고, 2020년까지 중심 비즈니스에 PEV를 추가해 레거시에 포함시킬 것입니다. 물론 향후 수 십년 간 내연기관이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에서 절대적 위치를 유지하겠지만, PEV와 같은 혁신으로 인해 서서히 그 매력이 줄어들 것입니다.
반면 PEV 전문 메이커들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벤처 캐피탈 투자로 급성장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e모빌리티 전용의 창조적 모델로 특수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이 성공할 것이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은 실패하게 될 것입니다. EV스페셜리스트의 미래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서플라이어 관점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명확하게 PEV보다는 전기화의 트렌드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몇몇 리더가 된 티어 1들은 파워일렉트로닉스, 전기 모터(일부는 완전한 전기 파워트레인 시스템도 고려) 등의 관련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PEV를 향해 달리는 1세대 카 메이커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OEM들이 배터리와 같은 핵심 요소들을 그들의 EV 밸류체인 내에 포함하고 자체적으로, 또는 조인트 벤처를 통해 이를 개발, 생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전력산업은.
A. 지역 차원의 전력산업 또한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서던 캘리포니아 에디슨과 같은 전력회사들은 카 메이커, 기타 지역의 스테이크홀더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PEV의 사용과 충전을 이해하기 위한 파일롯 프로그램들과 커뮤니티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을 론칭했지만 대다수의 전력회사들은 e모빌리티가 그들 지역에, 특히 그리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고민하는 등 미래를 개척하는, 주도적이거나 적극적 자세와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예를 들어 PEV 적용에 요구되는 변압기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금 마련 등 e모빌리티와 관련되는 솔루션부터 개발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Q. 유럽과 북미 PEV 시장 전망은.
A. 2009년 롤란트 베르거는 미래의 PEV 시장 개발에 대한 보수적이고, 공격적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하여 이슈가 됐었습니다(AEM, 2010년 6/7월호 참고). 프레임워크 내에서 시나리오 간 중대한 차이점은 연료값, 정부의 개입, 인프라 가용성, 기술 비용의 전개 수준에 있습니다.



매우 보수적인 “다운사이즈 모빌리티(Downsized Mobility)” 시나리오는 연료값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정부의 지원 수준이 낮으며, 충전 인프라가 제한적인 상태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2020년까지 유럽의 승용차 판매시장에서 PEV가 5.8%, 미국에서 1.5%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공격적인 “전기가 주도하는 미래(The Future Drives Electric)”란 시나리오의 경우는 연료값이 높고, 정부의 지원이 강력하며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충전 인프라 구축이 가속화 된다는 가정 하에 유럽에서 PEV가 19.6%, 미국에서 12.5%를 점유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현재 시장 상황으로 볼 때, 후자 쪽이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Q. 한국의 OEM들도 모든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앞으로는.
A. ‘전기 파워트레인은 다양한 파워트레인 기술 개발 옵션 중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거의 모든 카 메이커들의 현실입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누구도 어떤 기술이 승자로 남을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작업을 수행 중입니다. 물론 모든 기술에 기본적인 투자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각각의 OEM은 더 확실한 영역에 역점을 두고 차별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하이브리드 카는 분명히 타당한 선택이며, 특히 미국에서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이미 증명됐고, 지난 10년여 간 비용 문제를 해결하며 적어도 미국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가 됐습니다. 미국에 출시된 몇몇 모델들은 하이브리드 프리미엄이 없는, TCO를 통한 페이백(payback)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내연기관 차값과 동등한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혼다의 인사이트와 토요타의 프리어스가 양분했던 시장은 이제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수많은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었지만 연료값은 전기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하이브리드 카 시장도 매우 변덕스러워 가솔린값이 내려가면 침체하고, 최근과 같이 크게 오르면 수요는 드라마틱하게 증대됩니다. 고유가 시대에 하이브리드 카는 매우 경제적 수단이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 크게 각광받을 것입니다.
Q. PEV 전략은.
A. 장기적으로 연료값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PEV의 어드벤티지는 분명히 하이브리드 카를 능가하게 될 것입니다. 또 PEV의 잠재적 온실가스 저감 능력이 하이브리드 카에 비해 탁월한 점은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만일 한국이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저감에 강력하게 포커스 한다면 전기화의 밸류 프로포지션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PEV가 제한적일지라도 수년 내에 하이브리드 카의 밸류 프로포지션을 뛰어넘을 것이고, 수출시장에서 그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것입니다.
카 메이커들이 유럽에서 디젤차를 더 많이 팔고, 미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카에 집중하는 것처럼 한국의 OEM들은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지역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잘 짜 맞춰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OEM들은 지금도 PEV 전략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향후 몇년 간 한국의 기업들은 배터리 기술이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약진하는 것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고, 선발주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등 몇 가지 이익도 얻을 것입니다. 기존의 카 메이커나 새로운 메이커를 대상으로 한 R&D 협력과 조인트 개발 고려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Q. FCEV는 어떻겠나.
A. 연료전지차(FCEV) 역시 가용한 선택입니다. 많은 리딩 메이커들이 파워트레인 R&D에서 FCEV에 리소스를 할당하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솔루션에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은 피해야할 것입니다.
FCEV는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카나 PEV보다도 더 많은 과제들이 돌출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틀림없이 하이브리드 카와 PEV는 시장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인프라의 발전 측면에서 FCEV에 비해 유리합니다. FCEV는 단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솔루션이 될 수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의 지지자조차도 하이브리드 카나 PEV처럼 준비된 기술이 시간적 갭을 줄여 줘 브릿지가 돼 줘야만 FCEV가 당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 전문 메이커들의 장래가 불안한 것 같다.
A. EV 스페셜리스트인 신흥 OEM들이 수면 위에 떠오르기 이전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들이 기존의 자동차 산업에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100년이란 역사의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차의 낮은 진입 장벽이 이같은 회사들을 유입시키고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봤었습니다. 그러나 비용의 시너지, 글로벌라이제이션, 규모의 경제, 막대한 투자 등 산업의 요구에서 전기차도 자유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극소수의 독립적 OEM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하거나 흡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산업 외부의 대기업들이 EV 메이커가 되려는 시도를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비즈니스 영역이며, 대개의 회사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를 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파트너십 또는 M&A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좋은 옵션이 될 것입니다. 제로 상태에서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예를 들어 목표하는 뚜렷한 니치마켓, 미래의 기회를 보장할 뛰어난 기술 등 명백한 밸류 프로포지션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e모빌리티의 밸류체인을 놓고 볼 때 예를 들어 배터리 제조사 등과 같은 기업이 OEM으로 성공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NEV(Neighborhood Electric Vehicle) 전망 또한 불투명합니다. NEV는 틈새 애플리케이션으로 제한될 것이며, 대중화를 위해서는 속도, 항속거리 등 전통적인 차량의 기능을 갖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Q. 미국시장이 한국의 전기차 관련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을까.

A. 미국의 PEV와 NEV 시장은 많은 플레이들이 활동하고 있고 경쟁적입니다. 예를 들어 매우 커진 배터리 캐파처럼 자동차 산업에 다양한 방식으로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고, 리딩 컴퍼니들이 거의 모든 영역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매우 도전적일 것으로 생각 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력, 규모의 효율, 파트너십을 통해서라면 한국의 플레이어들도 미국의 전기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기업이 고려해볼 만한 부문으로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고, 명백한 시장 리더가 없는 EVSE(Electric Vehicle Service Equipment) 영역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Q. 충전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많다. 
A. 성공적인 e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기 전까지 이 문제는 EV충전 프로바이더들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입니다. 단순히 각각의 충전설비를 인스톨해 수익을 얻는 순수한 EVSE 프로바이더의 경우엔 리스크가 낮을 것이지만,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은 향후 몇년 간 높은 설치비용, PEV 보급대수에 기반한 서비스 수입, 막대한 운영비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게다가 전력회사들을 비롯해 대다수 환경이 한밤중의 충전을 장려할 것이기 때문에 충전 프로바이더들의 시장 잠재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e모빌리티는 향후 다른 국가, 지역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보고 학습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몇몇 전력회사가 충전소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력사들은 충전소를 통해 추가적인 전기 판매로 이익을 얻고, 이를 통해 충전소에 대한 투자 여유를 확보합니다. 미국의 몇몇 도시에서는 리테일러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주차장에 무료 충전을 제공하며 PEV 차주들을 유인하고 쇼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OEM들의 카 셰어링 시도를 어떻게 보나.
A. 카 셰어링은 PEV에 대한 매우 훌륭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카 셰어링은 e모빌리티와 충전 이슈를 푸는 스윗스팟(sweet spot)입니다. e모빌리티는 단지 PEV에 국한된 것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포함해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모든 것이 해당됩니다. 따라서 PEV를 다른 교통수단들과 연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장기간 대여하는 식의 렌털 서비스뿐만 아니라 단거리 여행이나 고정된 거점을 기반으로 높은 밀도의 도시환경에서 유연하게 활용되는 카 셰어링은 자연스럽게 PEV와 연결될 것입니다. 게다가 대도시의 시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갈수록 승용차를 반드시 소유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카 셰어링이 OEM의 중심 시장을 약화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임러와 같은 OEM들은 몇 가지 이유에서 카 셰어링 애플리케이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카 셰어링은 예를 들어 집카(Zipcar)나 아이고(I-Go) 같은 플릿 사업자들이 대량 구매하는 초기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수요처이면서 고객들에게 PEV와 신기술을 친숙하게 하고 동시에 대규모 테스트를 가능케 하는 효율적 모델입니다. 더 나아가 OEM들은 카 셰어링에서 신규 비스니스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이동성의 니즈 변화에 대응하며 OEM들은 단지 차를 파는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반복적인 수익(recurring revenue)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입니다. 
Q. 끝으로 AEM 독자들에게 한 말씀.
A. 한국에서 중단기적으로 PEV의 잠재력이나 어필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 파워트레인 기술은 전 세계 자동차 산업, 발전 산업, 정부에게 있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에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을 매우 빠른 속도로 따라잡아 리더의 자리에 합류한 만큼, 새로운 기회 포착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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