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3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ADAS 사업을 인수했다. 왼쪽부터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ZF CEO,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부문 사장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HARMAN International)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AG, 이하 ZF)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사업을 인수하며, 전장 시장에서의 기술적 포지션을 확장했다. 이번 거래는 15억 유로(한화 약 2조6천억 원) 규모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아니라, 하만이 디지털 콕핏 중심 기업에서 ADAS까지 아우르는 중앙집중형 전장 플랫폼 공급자로 진화하는 전환점이라는 데 있다.
하만이 인수하는 ZF의 ADAS 사업은 25년 이상 축적된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ADAS 전방 카메라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 왔다. 특히 다양한 시스템온칩(SoC) 벤더와의 협업으로 차별화된 ADAS 기술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ZF의 ADAS 사업은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방 카메라 기반 ADAS 솔루션을 공급해 왔으며, 단일 기능 중심이 아닌 확장형 ADAS 플랫폼을 통해 차급과 지역에 따른 요구사항을 폭넓게 대응해 왔다. 하만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ADAS 핵심 기술과 고객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였다고 할 수 있다.
하만의 변화: ‘인캐빈 경험’에서 ‘주행 영역’으로 확장
그동안 하만 전장 부문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디지털 콕핏, 카오디오를 중심으로 차량 내 경험(In-Cabin Experience)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왔다. 이는 기능별 ECU가 분리된 전통적인 차량 전자 아키텍처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SDV(Software-Defined Vehicle)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콕핏과 ADAS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개별 ECU를 늘리는 방식 대신, ADAS와 콕핏 기능을 통합한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소프트웨어 통합과 OTA 기반 기능 확장을 전제로 한다. 이번 ZF ADAS 사업 인수는 하만이 이러한 변화에 구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하만은 전방 카메라, ADAS 컨트롤러 등 주행 보조 핵심 기술을 자체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디지털 콕핏과 ADAS를 하나의 중앙 컨트롤러 아키텍처로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구조는 단순한 하드웨어 통합을 넘어, 소프트웨어 구조의 재설계를 전제로 한다. OTA를 통한 기능 업데이트, 차량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기능 확장, 유지보수 효율성 등은 SDV 전환의 핵심 조건이다.
ZF ADAS 사업이 보유한 카메라 기반 ADAS 기술과 하만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삼성전자의 IT·AI 기술이 결합될 경우, ADAS 기능을 포함한 통합 소프트웨어 스택 제공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별 기능 단위 공급에서 벗어나, 시스템 단위 파트너로서 하만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ADAS 및 중앙집중형 컨트롤러 시장이 2035년까지 연평균 약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통합 역량을 갖춘 전장 공급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 변곡점에서의 선택”이라는 하만의 시각
하만 CEO 겸 오토모티브 사업부문 크리스천 소봇카(Christian Sobottka) 사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디지털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 있는 전장 시장에서 중앙집중형 통합 컨트롤러를 공급할 수 있는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만이 단일 제품 경쟁이 아닌, 차량 전자 아키텍처 전환 국면을 전략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ZF 측 역시 ADAS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 하만을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ZF 마티아스 미드라이히(Mathias Miedreich) CEO는 하만의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이 ADAS 사업의 다음 단계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종합 전장 기업’으로의 다음 단계
이번 인수로 하만은 디지털 콕핏,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에 이어 ADAS까지 포괄하는 전장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이번 거래는 하만이 ‘차량 내부 경험’ 중심의 성공 공식을 넘어, SDV 시대를 대비한 구조적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콕핏 이후의 하만이 어떤 형태의 전장 아키텍처를 제시할지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ADAS 사업 인수 절차는 2026년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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