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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의 해외진출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차를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뿐만 아니라, 그 차가 달리는 곳에 부품과 정비, 진단 데이터와 서비스까지 함께 뿌리내리냐는 것이다. AAG 2026에서 만난 중국 애프터마켓 기업들은 유럽과 아세안, 중앙아시아를 향한 다음 전략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8월 20일 중국 OEM이 보여준 자율주행과 스마트 섀시, 지능형 콕핏은 이들이 앞으로 상대해야 할 자동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광저우에서 중국 자동차산업의 '두 번째 글로벌화'를 봤다.
글 | 한상민 기자 _ han@autoelectroni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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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China 2026, 자동차 산업의 대전이(大轉移)
2026년 8월 19일 오전, 광저우 폴리 월드 트레이드 엑스포 센터 로비에 금색과 붉은색 사자 두 마리가 섰다. 제11회 Auto Aftermarket Guangzhou(AAG) 2026의 개막을 알리는 사자춤. 이날 문을 연 전시장에는 1,818개 기업이 모였고, 그 통로마다 중국산 브레이크 패드와 센서, 램프, 냉각시스템, 정비 데이터가 해외 바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8월 19일 오후, 누군가는 이 화려한 풍경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중국차는 많이 들어왔지만, 문제가 생기면 수리할 사람이 없습니다."
카자흐스탄 현지 관계자가 애프터마켓 전문가 다이천(Dai Chen)에게 전했다는 말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마주한 다음 문제를 이보다 짧게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는 이미 국경을 넘었지만 차가 팔린 뒤 필요한 부품과 정비, 진단 데이터와 서비스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AAG 2026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부품, 전기차가 아니라 '해외진출'이었다. 중국 자동차산업의 첫 번째 글로벌화가 자동차를 세계에 파는 일이었다면, 두 번째 글로벌화는 그 자동차가 달리는 곳에 부품·정비·데이터·서비스의 생태계를 심는 일이다.
2015년에 처음 열린 이 전시회는 올해 8만 5,000㎡ 규모, 7개 전시홀에서 열렸다. 전년 대비 전시면적은 6.3%, 참가기업 수는 2% 늘었다. 35개 강연과 포럼이 사흘간 동시에 진행됐고, 68개 국가·지역에서 참관객이 방문했으며 48개의 해외 바이어 대표단이 광저우를 찾았다.
전시장 안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소판 지도였다. 자동차 전조등의 차종별 호환표를 벽 전체에 붙여놓은 부스 옆으로, Changan·Chery·GAC·BAIC·Volkswagen 같은 완성차 브랜드 로고를 원형으로 둘러 붙인 부품업체의 협력사 벽이 서 있었다. 몇 걸음 더 들어가면 차량 래핑 필름 재단 소프트웨어 회사의 부스가 나왔는데, 세계지도 위에 중국 내 4만여 곳, 120여 개국 해외 1만 5,000여 곳의 누적 고객이 붉은 점으로 표시돼 있었다. 냉각시스템, 산소센서, 도어락 액추에이터처럼 자동차 한 대의 가장 작은 부분을 만드는 회사들이 통로마다 나란히 자리를 잡고 해외 바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의 이런 장면들은 이미 해외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중국 부품 공급망을 보여줬다.
개막식 리셉션에서 마이크를 잡은 Messe Frankfurt(HK) Ltd의 피오나 치우(Fiona Chiew) 총경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년간 AAG는 광저우를 기반으로 화남지역 자동차 애프터마켓과 글로벌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를 구축해왔습니다."
또, 공동주최사인 중국기계국제협력유한공사(SINOMACHINT)의 쑨룬하이(Sun Run Hai) 총경리는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규모 확대'와 '소비 업그레이드'라는 두 개의 엔진이 동시에 이끄는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라며 구조적인 진단을 했다.
문제는 중국차가 세계로 나가는 속도를 정비망과 부품 공급, 데이터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더 어려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 중국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자동차는 과거보다 훨씬 고치기 어려운 자동차란 사실이다. 8월 20일, 같은 광저우의 무대에 오른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바로 그런 자동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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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0억 달러짜리 지도
이런 흐름을 가장 넓은 틀에서 짚은 사람은 매직큐브 오토애프터마켓(Magic Cube Auto-Aftermarket)의 창립자 다이천이었다. 8월 19일 오후 1시 30분 첫 발표자로 무대에 오른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애프터마켓 규모는 5,350억 달러다. 2022년 4,280억 달러에서 자라난 수치이며, 2032년에는 7,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장의 축은 세 가지다. 세계 자동차 평균 차령이 12.5년까지 올라간 점, 전기차와 지능형 차량 보급으로 전자부품 비중이 커진 점, 그리고 독립 애프터마켓과 디지털 유통채널이 완성차 순정부품의 자리를 잠식하는 점이다.
2008년 정비 체인 사업으로 이 업계에 들어온 그는 51개 정비점을 운영했고, 2015년에는 매직큐브 칼리지(Magic Cube College)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1,411명의 중국 기업인을 해외로 이끌었다. 2023년에는 eBay, TecAlliance와 함께 MCAA(Magic Cube Autoparts Alliance)를 만들었고, 지금은 세계 230곳 이상의 부품 유통업체를 회원으로 묶고 있다.
"이제 논점은 해외로 나갈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올바르게 해외로 나갈 것인가입니다."
이 한마디 뒤로 그는 세계 애프터마켓을 유럽,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러시아, 남미 여섯 권역으로 나눠 훑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규제와 인증이 촘촘한 유럽에서는 가격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옮겨가야 하고, 역내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 기후와 차량 사양에 맞춘 재설계가 필요하다. 정비 인프라가 정비 대상 차량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앙아시아에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공백 자체가 기회다.
두 번째 축은 전기차 부품이다. 초기에 보급된 전기차들이 운행한지 5~8년에 접어들며 배터리 성능 저하와 모터 노후화가 정비 수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신차 판매가 아니라 이미 도로 위에 있는 차량이 애프터마켓을 키우고 있다. 이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위치는 CATL과 BYD 두 회사만으로 세계 점유율 절반을 넘어설 만큼 이미 뚜렷하다.
이 모든 것을 로드맵으로 압축하면 3단계가 된다. 1~2년의 단기에는 터키나 모로코처럼 유럽 시장 접근성이 높은 국가에 조립공장을 세우고, 3~5년의 중기에는 BYD나 CATL처럼 이미 해외에 자리 잡은 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며, 5년 이상의 장기에는 독일·헝가리·스페인 같은 자동차산업 거점에 생산기지와 연구개발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기업의 정체성도 바뀐다. "유럽에 수출하는 중국 공급업체"가 아니라 "유럽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며 서비스하는 현지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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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다이천, 성커, 펑하이룽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이 크다는 것과 그 시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성장하는 시장일수록, 가격 경쟁력만 믿고 뛰어든 기업이 걸려 넘어지는 함정도 함께 커진다.
메콩연구소(Mekong Institute)의 란창-메콩 협력 전문가(Lancang-Mekong Cooperation Expert)이자 '성커의 해외진출 노트' 칼럼을 쓰는 성커(Sheng Ke)가 8월 19일 오후에 짚은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FMI(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아세안 애프터마켓은 2025년 312억 달러에서 2030년 465억 달러, 2036년 750억 달러로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8.3%다. 아세안 핵심 6개국에서 운행 중인 차량은 1억 대를 넘는다. 여기서 경쟁구도는 세 진영으로 나뉜다. 일본계는 수십 년간 구축한 순정부품 체계와 공식 정비망으로 중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유럽계는 럭셔리 세분시장에서 기술력과 브랜드 역사를 무기로 고급시장을 지킨다. 중국은 공급망 비용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신흥시장에서 빠르게 침투하는 중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국 부품기업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거치는 상태를 성커는 세 단계로 나눴다. 막 출발해 좋은 제품만 있으면 팔릴 것이라 믿고 무역상이나 대형 도매업체에 의존하는 단계, 매출은 붙었지만 유통업체의 반응에만 의존해 시장을 읽다 보니 정작 최종 소비자의 실제 수요를 알지 못하는 단계, 그리고 판매량이 정체되고 유통업체의 가격 압박이 심해지는 단계다. 이 마지막 상태를 '채널에 붙잡힌 상태'라고 한다.
슬라이드 한쪽에는 붉은 글씨로 쓴 문구가 있었다. 이는 위험한 '가위 효과'로, 수출 물량은 지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브랜드와 이익은 함께 늘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함정은 세 가지로 구체화된다. 첫째는 채널 의존이다. 처음 진입하는 기업에게 현지 대형 도매상은 매력적인 파트너처럼 보이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실제 판매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는 유통업체의 것이 된다. 캄보디아 같은 시장에서는 거래대금 회수에 반년이 걸리기도 하고, 현지 도매상들은 오랜 인간관계로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100만 달러 규모의 대량 주문을 제시하는 고객도 반드시 좋은 고객은 아니다. 대량 주문을 미끼로 가격을 낮춘 뒤 공급업체를 종속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제품의 현지 적합성이다. 아세안에는 좌핸들과 우핸들 차량이 함께 존재하고, 같은 모델이라도 중국 내수용과 아세안용 사양이 다르며, 고온·고습·염분이라는 환경조건까지 고려해야 한다. 셋째는 컴플라이언스다. 인도네시아의 SNI 인증처럼 국가별 규제가 다르고, 브레이크 패드처럼 안전과 직결된 부품에서 인증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아세안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구조적인 기회가 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신에너지차의 해외진출이 있다. 태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이미 12%에 이르렀고, 아세안에서 경쟁력을 가진 중국 완성차 업체는 BYD, Chery, Geely 등이 있다. 완성차가 먼저 나가면 애프터마켓이 뒤따른다. 중국 부품업체는 차량이 팔린 뒤 시장을 찾아나설 것이 아니라, 완성차가 나갈 때부터 공급과 서비스 관계를 만들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8,000만 명으로 아세안 최대 시장이며, 아세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동시에 1만 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국가다. 물류 측면에서는 불리해 보이지만, 시장이 워낙 분산돼 있어 경쟁업체도 단기간에 전국망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먼저 제대로 된 유통망을 구축한 기업에는 오히려 진입장벽이 된다.
"인도네시아를 뚫으면 사실상 아세안을 뚫은 것과 같습니다."
실행 조언은 구체적이다. 회사의 최고 책임자가 직접 현지에 가서 최소 반년 이상 머물러야 하고, 매년 현장을 방문할 때도 관광객이 아니라 컨설턴트의 시선으로 정비소와 유통망을 관찰해야 한다. 최소 2년의 손실을 감당할 재무 여력 없이는 성급하게 나가서는 안 되며, 현지 산업협회의 시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약 20만 위안 수준의 예산을 선제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 현지 이공계 대학생들과 관계를 만들어 이들을 테스트와 시장 실행 인재로 키우고, 화교 네트워크와 중국어 소셜미디어에만 머무르지 말고 현지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현지 문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격으로 시장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가격만으로 시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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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기업에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표준
현지에 뿌리내린 뒤에는 더 어려운 문제가 기다린다. 나간 부품을 누가, 무엇을 근거로 고칠 것인가.
정비정보 플랫폼 아이반셔우(AIWrench)의 총경리 펑하이룽(Feng Hailong)은 8월 19일 오후, 바로 이 질문에서 답을 말했다. 그가 짚은 것은 중국 정비업계의 현실적인 문제였다.
작업량 판단 오류로 재작업이 발생하고, 숙련도 부족으로 부품을 반복해서 탈착하다 손상시키는 경우가 있다. 부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공급망 업체가 책임을 떠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공임 문제가 겹친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BMW 공식 서비스의 시간당 공임은 900위안을 넘을 수 있는 반면, 일반 정비업체가 받는 공임은 시간당 200위안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업자 임금과 임대료, 사회보험을 계산하면 1·2선 도시 정비업체의 실제 인건비는 결코 낮지 않다.
"많은 사람이 정비업체에 데이터가 부족하고 트래픽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가장 부족한 것은 표준입니다."
슬라이드 한 장이 이 말을 실제 화면으로 보여줬다. 이에 따르면 배기가스 터보차저 냉각액 회귀관로를 탈거·장착·교체하는 작업 하나에 표준 공정번호가 매겨져 있고, 작업시간은 시스템 기준 53공시로 제시됐고, 시간당 단가 960위안, 참고 총액은 4,240위안이었다. 정비사가 경험과 감으로 판단하던 영역을 표준화된 공정과 시간, 가격으로 바꾼 것이다. 부품 위치와 회로도, 고장진단 이력, 정비 영상과 매뉴얼이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 통합돼 있어, 정비사가 화면을 열면 "이 부품을 교환하라"가 아니라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볼트를 어느 토크로 조여야 하는지까지 순서대로 안내받는다.
이 회사는 중국 국내에서 유럽·미국·일본계 주요 브랜드 대부분을 이미 지원하고 있고, 글로벌판에서도 BMW와 벤츠를 포함한 지원 브랜드를 꾸준히 늘려가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브랜드를 지원하느냐가 아니라, 중국에서 축적한 정비 지식과 작업 표준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해외로 가져간다는 방향이다.
"제품만 가지고 나가면 기억되지 않습니다. 기술과 서비스, 데이터를 함께 가져가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가격을 높이기 어려운 정비 데이터도 해외에서는 운영과 서비스를 결합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수 있다. 여러 브랜드의 정비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것 역시 개별 브랜드 데이터를 각각 구매해야 하는 해외 정비업체에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표준화된 도구로 공임의 가치를 재구축하고, 시스템화된 방법으로 인력 문제를 해결해 정비기업이 기술 서비스라는 본질로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합니다."
펑하이룽의 이야기를 정비업계만의 움직임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차의 해외진출을 따라 시험과 인증, 표준도 함께 국경을 넘고 있다. CATARC는 이미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아세안 자동차 표준·법규 연구센터를 출범시켰고,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기관과 차세대 자동차의 표준·법규와 시험·인증 협력을 추진해왔다. 2026년 6월에는 태국에도 동남아 시험·인증 서비스 거점을 마련했다. 차를 수출한 뒤 중국이 해외로 가져가려는 것은 이제 부품만이 아니라, 자동차를 시험하고 인증하고 고치는 ‘체계’ 그 자체다.
유럽의 중고부품이 중국의 원재료가 되는
글로벌화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AAG에서 만난 또 하나의 공급망은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서 중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독일에서 회수된 발전기와 스타터 모터, 조향장치 같은 중고 부품, 즉 코어(Core)를 중국의 재제조 산업과 연결하는 것이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라우딘 인터내셔널(Laudin Internationaler Handel GmbH)은 이 역방향 공급망 한가운데 있는 회사다. 실제 전시에도 참가했다.
독일 공급망은 세 기둥으로 이뤄진다. 첫째, 독일의 승용차 보유량은 약 5,000만 대이고 평균 차령은 10.9년이다. 차량이 오래될수록 발전기, 스타터 모터, 조향장치 같은 부품의 교환 수요가 늘어난다. 둘째, 독일의 정비 인건비가 높다 보니 문제가 생긴 부분만 수리하기보다 해당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셋째, 유럽에는 성숙한 중고부품 반환 체계인 코어 리턴(Core Return)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어, 재제조 가치가 남은 부품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회수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핵심 도전 중 하나는 중고부품 공급과 재제조 생산 수요의 불일치다. 코어의 가용성이 일정하지 않아 재제조 생산능력 계획이 흔들린다.
다른 하나는 자동차 전자화와 소프트웨어 통합이 전통적인 재제조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다. 신세대 전자제어장치(ECU)와 스마트 시스템은 하드웨어를 물리적으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되살릴 수 없다. 차량과 통신하고 소프트웨어를 넣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제조사의 공식 인증 권한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은 펑하이룽이 말한 표준·데이터 문제와 다른 층위에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 자동차 부품의 가치가 더 이상 금속과 기계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품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접근권, 추적성이 함께 붙어야 재사용도 재제조도 가능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리고 8월 20일, 그 어려운 자동차를 실제로 만들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같은 도시의 다른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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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G 2026에서 Desay SV와 중국 시험·인증기관 CVC가 자동차 전자 품질·신뢰성 공동연구실 설립을 발표했다. CVC는 국가 스마트자동차 부품 품질검사시험센터를 운영하며 자동차 전장 시험·인증과 표준화를 수행한다.
자동차를 설명하는 말이 바뀌었다
브레이크 패드와 스타터 모터, 중고 코어와 정비 공임, 해외 유통망을 이야기하던 광저우는 8월 20일에는 자동차를 완전히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로보택시, 인공지능, 스마트 섀시, 지능형 콕핏, 생체신호, 디지털트윈이었다. 얼핏 두 자리는 서로 다른 자동차산업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8월 19일 애프터마켓 관계자들이 고민했던 자동차와 8월 20일 완성차 기업, 테크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자동차는 같은 차다. 오늘 완성차 업체가 만드는 차가 5년, 10년 뒤 애프터마켓이 고쳐야 할 차가 되기 때문이다.
둥펑(Dongfeng)의 왕덩펑(Wang Dengfeng)은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지능형 개체(moving embodied intelligent agent)로 정의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 드라이빙은 자동차의 대뇌, 스마트 섀시는 소뇌, 구동·제동·조향은 팔다리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브레이크가 브레이크였고 조향이 조향이었다면, 이제는 인지와 판단, 제어와 액추에이션이 소프트웨어로 이어진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는 뜻이다. 8월 19일 라우딘 인터내셔널이 신세대 전자제어장치와 스마트 시스템은 전통적인 재제조 기술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던 이유가 8월 20일 구체적인 자동차의 모습으로 나타난 셈이다.
샤오펑(XPENG)의 마자(Ma Jia)가 소개한 시트는 심박과 호흡을 읽어 운전자의 상태를 인지하고,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반응한다. 과거 애프터마켓에서 시트는 가죽을 갈거나 모터를 손보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센서와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부품 안에 들어온 시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걸 나중에 고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부품번호가 아니라 진단 데이터와 회로도, 소프트웨어, 작업절차, 캘리브레이션 방법이다. 8월 19일 펑하이룽이 던진 말, "정비기업에 부족한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표준"이란 것이 여기서 다시 깊이 다가온다.
립모터(Leapmotor)의 자오차오(Zhao Qiao)는 32개국 195개 도시에서 축적한 글로벌 자율주행 검증 데이터를 공개했다. 중국에서 만든 차를 그대로 해외로 실어 파는 단계를 지나, 각 지역의 도로와 기후, 사용 조건에서 차량을 직접 검증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뜻이다. 8월 19일 성커가 아세안 시장을 향해 던진 경고와 정확히 맞닿는다. 좌핸들과 우핸들이 섞여 있고 고온·고습·염분 환경인 아세안에서 중국 내수용 제품을 그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경고였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같은 문제를 차량 개발 단계에서부터 겪고 있다. 현지화는 애프터마켓만의 숙제가 아니라 중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숙제인 셈이다.
헬로(Hello Inc.)는 레벨 4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소개하며 차량 판매를 넘어 운행과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로봇 손을 이용한 콕핏 내구성 테스트, 딥시크(DeepSeek) 기반 디지털트윈으로 조명을 개발하는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자동차라는 제품만 지능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방법 자체가 인공지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AAG의 큰 테마는 애프터마켓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차 기술이다. 그러나 시간축을 조금만 옮겨놓으면 모두 같은 이야기다. 둥펑이 말한 지능형 섀시도, 샤오펑이 보여준 센서화된 시트도, 립모터가 세계 각지에서 검증하고 있는 차량도 언젠가는 정비소의 리프트 위에 올라간다. 애프터마켓의 다음 경쟁은 부품을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자동차를 누가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펑하이룽이 정비의 표준을 말하고 라우딘 인터내셔널이 전통적인 재제조의 한계를 지적했던 이유다. 중국 완성차가 자동차를 바꾸는 속도만큼, 중국의 애프터마켓도 함께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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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두번째가 쑨룬하이, 우측부터 두번째가 피오나 치우 총경리.
다리를 놓는 사람들
전시장을 다시 걸어 나오는 길, 부스들은 여전히 붐볐다. 헤드램프 호환표를 벽 전체에 걸어놓은 부스, 원형으로 완성차 브랜드 로고를 두른 협력사 벽 사이로 이베이 모터스(eBay Motors)의 부스가 나왔다.
"이베이가 중국 자동차부품 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는 문구 아래, 파트너사 오렌지 커넥스(Orange Connex)의 물류 네트워크가 배너로 걸려 있었다. 상담 테이블에는 중국 기업 관계자들이 둘러앉아 입점 절차와 물류 조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부품을 만드는 회사부터 데이터를 파는 회사, 배송을 책임지는 회사까지, 해외진출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축은 메세 프랑크푸르트(Messe Frankfurt)의 전시 네트워크다. 중국 기업에게 이 네트워크가 의미 있는 것은 각각의 전시회가 따로 떨어진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광저우에서 해외진출 방법을 배우고 첫 바이어를 만난 기업은 몇 달 뒤 자카르타에서 현지 유통업체를 만나고, 쿠알라룸푸르와 호치민에서 또 다른 아세안 시장을 시험할 수 있다. 메세 프랑크푸르트가 이 기업들에 파는 것은 어쩌면 전시부스 몇 칸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반복해서 접속할 수 있는 경로다. 적어도 AAG에서 본 메세 프랑크푸르트의 역할은 상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중국 공급망의 시장 진입 인프라 쪽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AAG 입구에는 이 회사가 아시아 각지에서 준비 중인 자매전시회 안내판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9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오토메카니카 자카르타(Automechanika Jakarta)를 시작으로, 12월 상하이, 이듬해 상반기 베이징과 쿠알라룸푸르, 청두, 그리고 호치민까지 이어지는 일정. 광저우에서 만난 중국 공급업체와 해외 바이어가 몇 달 뒤 다른 도시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다.
다이천이 2017년부터 메세 프랑크푸르트와 협력해 만든 MCAA의 해외 네트워크, 성커가 강조한 현지 뿌리내리기, 펑하이룽이 제시한 정비 표준과 데이터, 라우딘 인터내셔널이 보여준 역방향 공급망은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 부품을 파는 것에서 시작해 정비 데이터를, 표준을, 신뢰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현지에서의 정체성을 파는 것으로 옮겨간다. 피오나 치우가 개회식에서 말한 "글로벌 자원을 연결하는 다리"는 여기서 비로소 실제 의미를 얻는다.
피오나 치우는 개회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11년째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과거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지난 10년간 축적한 산업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쑨룬하이는 "이 전시회를 모두가 매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오랜 친구' 같은 자리로 만드는 것은 더욱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만난 것은, 중국 자동차산업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더 이상 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차가 팔린 뒤 5년, 10년 동안 그 차를 고치고, 부품을 대고, 데이터를 제공하고, 고객을 유지하는 일까지 함께 짊어지려 하는 이야기였다. 8월 19일과 20일, 광저우 폴리 월드 트레이드 엑스포 센터의 서로 다른 무대와 통로에서 오간 이야기들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다음 과제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줬다. 완성차 수출이 이미 증명된 속도라면, 애프터마켓의 해외진출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지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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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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