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s Autonomous Driving Returns to the Starting Line
2026년, 현대차 자율주행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빅데이터 루프′에서 ′데이터 플라이휠′까지, 다시 짠 Atria 일정
2026-09-17 / 11월호 지면기사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2024년 현대차그룹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자동차를 말했다. 2년 8개월 뒤, 같은 원리가 '데이터 플라이휠'이란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현재 데이터를 모으는 전용차는 40여 대. 엔비디아 기반 차량은 2028년, 자체 개발한 Atria AI는 2029년 양산 목표다. 이번 미디어데이가 보여준 것은 완성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지난 개발 방식을 정리하고 데이터와 조직, 양산 일정을 다시 연결한 새 출발점이었다.

글 | 한상민 기자_han@autoelectronics.co.kr
IN ENGLISH





2024년 1월 8일, 라스베이거스. 송창현 당시 포티투닷 대표는 CES 무대에서 자동차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AI 머신"으로 규정했다.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모든 것(software-defined everything)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지속적인 머신러닝 인프라인 '빅데이터 루프'를 SDV와 차량 데이터 플랫폼에 통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이 도로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AI가 학습하며, 개선된 소프트웨어가 다시 차량에 배포돼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순환이었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데이터의 양과 학습 속도가 제품의 진화 속도를 결정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2년 8개월이 지난 2026년 9월 11일, 장소는 판교 포티투닷 본사로 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데이터 플라이휠'의 본격 가동을 말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경쟁의 기준부터 다시 정의했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며 그 결과를 얼마나 신속하게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명칭과 적용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빅데이터 루프와 데이터 플라이휠의 기본 원리는 같다. 수집, 학습, 검증, 배포, 재수집을 끊기지 않게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4년의 루프와 2026년의 플라이휠 사이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공개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현재의 방식과 양산 일정이었다. 동시에 2024년에 제시했던 비전이 이제야 구체적인 차량과 개발 절차, 조직 체계 위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기술 이전에 다시 연결한 것

현재 현대차그룹이 주야간으로 운영하는 데이터 수집 전용차는 40여 대다. 차 한 대당 매주 약 80시간씩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단순 합산하면 전체 플릿에서 주당 약 3,200시간의 주행 데이터가 쌓이는 셈이다. 도로공사와 악천후, 급격한 차로변경, 이면도로 주정차 차량처럼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자동으로 선별해 우선 학습시키고(Hard example mining), 실도로 검증에서 확인된 취약 상황을 반복 학습에 반영한다(Continuous training). 실제 주행 데이터를 3차원 환경으로 재구성해 위험하거나 반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 검증하고, 한국과 미국이 시차를 이용해 개발을 이어받는 Follow-the-Sun 방식도 운영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완성된 데이터 순환 체계의 성과 보고로 읽기는 이르다. 현대차그룹의 표현을 따르면, 주요 기술은 올해 초부터 플라이휠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기능이 해제되거나 중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는 단계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여러 차량과 조직의 데이터를 동일한 기준으로 축적하는 데이터 유니언(Data Union)도 앞으로 구축해야 한다.
현대차·기아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 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사실도 아직 데이터 규모를 뜻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스스로도 규모는 잠재력일 뿐이며, 나머지 요소가 갖춰지지 않으면 이 거대한 판매 플릿은 데이터 자산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금까지 모인 데이터의 절반 이상은 직진 차로를 정속 주행하는 반복 장면일 뿐이다. 판매 대수가 늘어난다고 학습 가치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연간 판매량을 실제 학습자산으로 바꾸려면 데이터 수집에 동의한 양산차, 표준화된 센서와 데이터 형식, 자동 선별, 학습과 검증, 차량 재배포가 하나의 닫힌 순환으로 연결돼야 한다.
중요한 변화는 개별 기술보다 이 연결에 있다.
Atria AI는 박민우 사장 취임과 함께 갑자기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말 임원인사에서 이미 Atria AI를 SDV 전략의 핵심기술로 공식화했다. 포티투닷에서 Atria E2E 시스템을 개발해 온 정성균 Atria 그룹리더는 이 모델이 처음부터 엔드투엔드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기능별로 나뉜 모듈러 방식에서 출발해 지금의 형태로 진화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Atria를 하나의 신경망이 차량 전체를 직접 지배하는 순수 E2E 시스템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공유 백본이 오브젝트 디텍션과 모션 프리딕션 같은 인지 기능, 차로 유지·변경과 경로 생성 같은 주행 판단을 함께 수행하지만, 여기에 액티브 세이프티와 드라이빙·파킹 알고리즘이 결합된다. AI의 판단을 안전한 차량 제어로 연결하는 가드레일과, 시스템 이상 시 차량을 최소위험상태로 이동시키는 최종 안전체계도 모델 밖에서 별도로 작동한다. 학습 기반 모델이 담당하는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양산차가 요구하는 결정론적 안전장치를 그 위에 겹쳐 놓은 방식이다.
플라이휠이라는 인식 자체는 2년 8개월 전부터 있었다. 부족했던 것은 실차가 아니라, 그 순환을 대규모로 돌릴 양산차 기반의 데이터 플릿이었다. E2E 개발도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박민우 체제에서 달라진 것은 이 기술이 학습할 데이터와 검증 환경, 조직과 양산 계획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은 방식이다.
이 재편이 필요했던 배경에는 전임 체제의 퇴장이 있다. 2025년 12월, 자율주행과 SDV 전환을 이끌던 송창현 전 사장은 사임했다. 회사는 "일신상의 사유"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일부 언론은 지지부진한 자율주행 상용화 성과와 개발 방향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이견을 퇴임 배경으로 지목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자체 조직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현대차와 계열사 내부에서도 그들이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내용과 역할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송 전 사장의 퇴임으로 기존 계획이 흔들렸고, 박민우 사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 내부 역량을 다시 결합한 독자 플랫폼 방향으로 재편된 것이다.
박 사장은 2026년 2월 첫 출근 직후 올핸즈미팅을 열고 '원팀'을 강조했다. 현재 AVP본부와 포티투닷은 개발환경과 업무 프로세스, 정보공유 체계를 통합해 사실상 하나의 개발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포티투닷과 현대차그룹 내부에 흩어져 있던 역량을 결합하는 작업이 플라이휠보다 먼저 필요했던 셈이다. 미디어데이는 Atria의 새 출생신고가 아니다. 이미 개발해 온 Atria를 실제 양산기술로 끌고 갈 조직과 데이터 체계가 어떻게 다시 짜였는지 말한 것이다.







엔비디아로 2028년을 열고 Atria에 1년을 더 준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투 트랙 전략은 이 재설계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3월 GTC에서 공개된 것은 현대차그룹의 SDV·플릿 역량과 엔비디아 DRIVE Hyperion을 결합한다는 협력의 큰 방향이었다. 이번 미디어데이는 이를 엔비디아의 플랫폼·소프트웨어, AVP본부의 양산·안전·품질, 포티투닷의 AI 모델·IP 개발이란 구체적인 실행체계와 2028·2029년 일정으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 트랙은 엔비디아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SDV 아키텍처에 통합해 2028년 상반기 레벨 2+, 하반기 레벨 2++ 차량 양산을 목표로 한다. AVP본부와 포티투닷, 모셔널이 각각 사용해 온 센서 체계도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표준화한다.
두 번째 트랙은 Atria다.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하는 E2E 기반 자체 시스템으로, 양산 목표 시점은 2029년 하반기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 일정을 확정치로 못 박지 않았다. 최초 양산차의 완성도와 각국의 자율주행 인증 절차에 따라 세부 일정을 유연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술은 같은 시점에 최종 승자를 가리는 경쟁 안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부터 자율주행 양산시장에 진입해 차량 통합과 검증, 양산 적용 경험을 먼저 확보하게 해주는 선행 트랙이다. Atria에는 1년이 더 주어진다. 그 시간 동안 자체 모델과 개발체계, 데이터 플라이휠을 고도화해 2029년 양산으로 연결한다.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은 특정 기능만이 아니다. 자체 AI를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기술의 진화 속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반이다. 엔비디아가 양산 속도를 앞당기는 역할이라면 Atria는 기술과 데이터 주도권을 내부에 남기는 역할을 맡는다. Make와 Buy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Buy로 먼저 시장에 진입하고 Make에 시간을 더 주는 전개다. 다만 엔비디아 기반 차량에서 얻은 데이터가 Atria 학습에 어느 범위까지 활용되는지, 두 시스템의 데이터 형식과 사용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 유니언도 우선 현대차·기아와 포티투닷, 모셔널 등 그룹 내부의 활용 효율을 높이는 단계에서 출발한다. 투 트랙의 성패는 두 개의 양산 일정을 지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차량에서 얻은 경험이 실제로 자체 AI의 학습 속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영상이 보여준 것과 남겨둔 것

현대차그룹은 Atria AI를 탑재한 SDV 테스트베드가 서울 도심을 주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박민우 사장과 정성균 GL이 동승해 고속도로·간선도로·교량·도심 구간을 지나며 개발 과정과 판단 로직을 직접 설명하는 영상, 그리고 혼잡한 출근시간대의 강남, 대형 차량 통행이 많은 잠실, 비가 내리는 판교에서 촬영한 3편의 원테이크 영상이 함께 공개됐다. 여기에 정차 차량 회피, 갑작스러운 끼어들기, 비보호 좌회전, 혼잡 구역 보행자 감지, 이면도로 대향차 대응 등 10개의 대표 에지 케이스를 담은 별도 영상도 포함됐다.
공개된 구간(레벨 2++ 수준)에서는 운전자 개입이 없었다. Atria가 일부 복잡한 도심 상황에서 차량과 보행자, 차선과 신호를 종합해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새로 정비된 데이터 수집과 반복학습 체계가 Atria의 도심주행 개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보여준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 편의 영상만으로 기술 성숙도를 판단할 수는 없다. 전체 시험주행 거리와 개입 및 해제 횟수, 촬영한 영상 가운데 공개본을 선택한 비율, 같은 구간의 반복 성공률, 센서 구성과 정확한 ODD는 공개되지 않았다. 영상은 Atria의 개발 현황과 특정 시나리오 대응을 보여줬지만 양산 준비 수준 전체를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다.
VLA는 아직 시뮬레이션 검증 단계다. 공개 영상도 실제 차량을 운전한 결과가 아니라 주행 로그를 입력해 상황 해석과 언어적 추론을 평가한 것이다. 실차 테스트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 시작된다. 자체 시스템 개발에서 현재 양산을 겨냥한 주축은 Atria E2E이고, VLA는 그 이후를 준비하는 연구 축이다.
Atria의 다음 단계가 VLA 연구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Atria AI 탑재 SDV 페이스카를 연내 광주광역시에 투입해, 레벨 4 기술 요소를 실차에서 사전 검증할 계획이다. 여기서 확보한 복잡한 국내 도로의 주행 시나리오는 다시 데이터 플라이휠에 연결해 학습과 검증에 활용할 계획이다. 당장의 양산 축이 레벨 2+와 레벨 2++라면, 같은 데이터 기반 위에서 레벨 4 실증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플라이휠 그 이후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 영상보다 중요한 것은 플라이휠의 실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본격 가동'이라고 표현했다. 주요 기술은 올해부터 연결되기 시작했고, SER과 데이터 유니언은 단계적으로 더해진다. SER은 수동 요청과 급가속·급제동 같은 이상상황 자동 감지, 자율주행 해제 시점을 계기로 이벤트 전후 15초 동안의 센서·차량신호·Atria 내부 처리 결과를 기록해 무선으로 전송하고, 어노테이션까지 자동으로 연결한다. 현재 40여 대인 수집차를 언제 몇 대의 양산차로 확대할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2024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개선되는 AI 머신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2026년에는 그 학습을 실제로 돌릴 데이터 플라이휠의 작동 방식과 Atria의 양산 일정을 내놓았다. 두 발표 사이에는 기술개발만 있는게 아니다. 리더십이 바뀌었고 조직이 다시 묶였으며, 독자개발만으로 시간을 맞추는 대신 엔비디아와 Atria를 2028년과 2029년에 차례로 배치하는 로드맵을 만들었다.
박민우 사장의 말대로 자율주행 경쟁의 본질이 학습 속도라면, 현대차그룹의 진짜 시험은 이번에 공개한 도심주행 영상 이후에 시작된다. 40여 대의 전용차를 연간 700만 대의 잠재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엔비디아로 먼저 얻은 양산 경험을 자체 기술 진화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5년 안에 그동안 경쟁사들이 쌓아온 누적 데이터 양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2028년 엔비디아 기반 양산 시점을 대입하면 2033년 무렵이라는 계산이 나오지만, 현대차그룹이 직접 못 박은 시점은 아니다.
그 전망이 2029년 Atria 양산 시점까지 얼마나 실현돼 있을지가 현대차그룹의 진짜 시험대다. 그래서 판교 미디어데이는 최종 답이 아니다.
다음 답은 2028년 양산차가, 그리고 2029년 Atria가 내놓아야만 한다.

AEM(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매거진)



<저작권자 © AE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자평 쓰기
  • 로그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