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들이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차량 특허로 중무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차량을 현실화시킬 지적재산권(IP)과 관련해서는 기술기업들과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 해 보인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회사들이 운전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모빌리티 비전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자동차 연결성 및 자율주행 기술을 지배할 것으로 추정하며, 자동차 제조업체들로부터 일부 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경험한 바와 같이 하드웨어만 지배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성공 뒤에는 특허(IP)와 강력한 에코시스템이 있다. 올리버 와이먼은 “완성차 업체들의 현실적인 선택은 경쟁력 있는 영역을 찾아 연구개발(R&D)을 집중하고, 적절한 기술기업을 찾아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허 경쟁
자동차(mobility) 영역에서 완성차 업체의 최대 기술 경쟁자는 구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주요 자동차 회사들만큼이나 빠르게 기술 특허를 축적하고 있으며, 한때 자체 차량 제조까지 고려했다. 2016년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자율주행 기술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웨이모(Waymo)를 설립하고 파트너 사냥을 시작했다. 최근 알파벳 사업부는 카셰어링 회사인 리프트(Lyft)와 합작 투자를 시작했다.
올리버 와이먼과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기술기업 12곳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5,000건 이상의 모빌리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이 가운데 약 3,800건은 아우디(Audi), 다임러(Daimler), 제너널모터스(General Motors, GM), 폭스바겐(Volkswagen, VW), BMW, 테슬라(Tesla) 등 6개사가 출원한 전기차, 배터리, 연료전지 및 대체연료를 포함한 친환경차 기술 특허였다. 이 범주에서 기술기업들의 특허는 단 7건에 그쳤다.
그러나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분석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친환경차 영역보다 운전자와 직접 교감하는 기술과 관련된 특허가 약 1,200건이었고, 구글이 주도하는 기술기업들이 출원한 특허가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실제로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카테고리에서 구글은 이 카테고리의 선두주자인 아우디에 이어 2위(221건)를 차지했다. 이 카테고리에서 아우디는 223건의 특허를 출원하여 완성차 업계의 체면을 지켰다. BMW와 다임러는 각각 198건과 15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기술
차량 공유 및 내비게이션 기술과 앱 개발을 포함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에서는 기술기업들이 실제로 완성차 업체보다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55건 대 44건). 세계 최대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는 예상과 달리 단 두 건의 특허 출원에 그쳤다. 애플(14건)의 추격을 받고 있는 구글은 30건의 특허를 출원해 저력을 과시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완성차 회사들의 집중은 유럽과 중국의 저탄소경제로의 이행과 배출가스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친환경차 분야에서 대부분의 모빌리티 관련 특허 출원은 완성차 업체 상위 5개사가 차지했다. 유일하게 친환경차 기술에 소극적인 완성차 업체는 화석연료 기반의 GM이었다. GM이 보유한 특허 중 65%는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카테고리에 속한 기술이다(그림 1).
이 분석 결과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첫째, 구글 등 디지털 회사의 R&D 활동은 모빌리티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기술기업의 모빌리티 특허 건수는 지난 5년간 50% 증가한 데 반해, 완성차 업체 6곳은 실제로 특허 수가 줄었다. R&D 예산은 기술기업의 경우 20%, 완성차 업체의 경우 5% 증가했다.
고객 참여 유도
둘째, 디지털 회사들은 서비스 지향 및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 기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고객 상호작용 및 참여도가 높은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디지털 회사들은 운전자와 관련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 인터페이스 확립이라는 전략을 추가할 수 있고, 따라서 디지털 회사에게 향후 하드웨어보다는 차별화 요소가 될 소프트웨어와 연결 기능(connectivity)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올리버 와이먼은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 분야에서 구글과 같은 기술기업과 경쟁하기보다 자신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고, 기술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파트너십을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를 자사 플랫폼에 끌어들여 고객 액세스를 확보하면 미래의 디지털 파괴자와도 경쟁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교통 관제(traffic monitoring)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왔다. 테슬라는 혁신의 일부를 오픈소스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다소 유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특허 수는 적지만, R&D의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지난 5년간 테슬라의 특허 출원 건수를 보면, 70% 이상이 배터리, 충전 및 전기화 분야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에서 바퀴 달린 데이터 센터로 변신하고 있다. 올리버 와이먼은 완성차 업체가 계속해서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휴 업체를 찾고 R&D 자원을 집중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협력과 집중
아우디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동시킨 하이브리드카의 연비 향상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 특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목적지를 설정하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최적의 EV 모드 주행 경로를 계산한다. 또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엔진이 돌아가는 시간까지 제어해 최적의 연비 주행 경로를 운전자에게 표시한다. 게다가 배터리 잔량에 따라 주행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아우디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기술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디지털 지도 및 위치정보 서비스 기업 히어(HERE)와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양사의 주요 프로젝트 중에는 ‘HD 라이브맵(HD Live Map)’이 있다. 이는 미래의 자율주행을 위한 디지털 기반을 제공한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은 교통 상황을 매우 높은 정밀도로 3차원 모델로 기록한다. 아우디에 따르면, 센티미터(cm) 단위의 정확도를 제공한다.
BMW는 자율주행 차량이 시각적 신호, 경고음 또는 음성을 통해 보행자나 다른 차량 운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토요타는 커넥티드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운영체제, 인공지능, 보안, 음성인식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정보처리 기술과 통신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도 포함되어 있다. 토요타 산하 실리콘밸리 연구개발 조직인 토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Toyota Research Institute, TRI)는 22세의 젊은 창업자가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LiDAR 센서 스타트업 루미나 테크놀로지스(Luminar Technologies)와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회사 LiDAR 시스템은 하나의 레이저와 수신기를 갖추고 있다. 해상도는 기존 LiDAR 플랫폼보다 50배 뛰어나고, 10배 멀리 볼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고 있는 주요 자동차 및 기술회사들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모두 LiDAR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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