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배터리의 위기를 가져온 폭스바겐의 결정 (1)
2021-04-09 온라인기사  /  글 / 아우토바인

Power Day
아우토바인의 배터리 담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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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 사업을 할 때 가장 심각한 위기는 시장이 요구하는 전지 폼백터(Form Factor)가 바뀌어 제대로 대응 못하고 시장을 잃을 때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특정 폼팩터에 집중하는 K-배터리의 경우 특히 심각한 위기가 된다. 

은근히 걱정했던 사태가 드디어 벌어지고 말았다. 폭스바겐(VW)은 2021년 3월 15일 ‘파워 데이(Power Day)’ 행사에서 “각형 배터리를 미래 통합 배터리 셀(Unified cell)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내 배터리 3사에는 발표 전 이미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Volkswagen Power Day 2021
 
VW과 K-배터리의 관계

화학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 전지를 목표 전지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 전지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자 회사인 삼성SDI는 각형 전지는 물론, 파우치 전지의 젤리롤을 금속 캔에 넣고 레이저로 용접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까지 만든다. 따라서 VW의 통합 배터리 셀 결정에 영향을 받는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VW은 국내 배터리 3사에 각형 배터리로 전환할 것을 통보한 후,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모 배터리 회사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LG와 SK의 법정 다툼의 가장 큰 피해자가 VW인 점을 감안하면, VW이 K-배터리에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형 전지 업체인 삼성SDI는 VW의 통합 배터리 셀 결정에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VW과 미국 시장에서 전지 가격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VW 시장을 포기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VW이 삼성SDI에 대한 감정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K-배터리에 배당되어 있는 대부분의 물량은 중국의 각형 전지 전문 업체인 CATL과 VW이 투자한 스웨덴 전지 회사 Northvolt로 갈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불 떨어진 파우치 전지 2사

LG에너지솔루션이 1999년 12월 전기차용 전지 사업을 시작할 당시, 목표 전지로 삼은 것이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였다. 그 당시 전지산업계에서는 파우치 전지는 10년 이상의 수명을 요구하는 전기차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우치 전지 대신, 파우치 전지와 각형 전지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GM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에서 파우치 전지로 목표 전지를 바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선점을 통해 파우치 전지가 표준 전지가 되도록 하면 고난도 기술이 많아 개발 기간이 긴 각형 전지를 시장에서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이 되면 전지 가격이 $100/kWh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므로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2020년 $100/kWh의 전지 목표 가격 달성은 실패했고 목표 시점은 2030년으로 늦춰졌다. 그러자 VW에서부터 각형 전지로 통합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지게 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 전지의 장점을 주장하면서 목표 전지를 고수하는 것보다 빨리 각형 전지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럽에서 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파우치 전지보다는 각형 전지를 선호하고 있고, 파우치 전지를 신봉하던 현대차와 GM까지 각형 전지를 채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우치 전지 업체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파우치 전지를 홍보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각형 전지와 파우치 전지는 조립 공정이 완전히 다르므로 조립 공장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때문에 각형 전지보다는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가 더 쉬운 길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하이브리드 각형 전지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럼에도 파우치 전지에 대한 깊은 믿음 때문에 금속 캔 사용을 배척했다.
 
위기에 직면한 K-배터리

전지 사업을 할 때 화학 회사보다 전자 회사가 더 유리한 것은 기업 문화와 관련이 있다. 전자 회사는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주관이 별로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시장이 원하면 따라 한다”는 식으로 움직인다. 반면에 화학 회사는 주관이 뚜렷하다.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든 상관없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밀어붙인다. 시장을 설득해 자기 뜻을 관철한다는 것이 화학 회사의 경영 방침이다. VW에게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나서 VW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VW의 결정으로 K-배터리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VW의 최초 전지 파트너는 산요(Sanyo)였다. VW은 산요로부터 니켈수소 전지를 공급받아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다. 산요는 지금 파나소닉(Panasonic)이 되었다. VW의 통합 배터리 셀 결정에는 파나소닉이 뒤에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파나소닉, 한국의 삼성SDI, 중국의 CATL이 각형 전지 톱3이다. 삼성SDI와 CATL의 기술 뿌리는 파나소닉이다.

2020년대는 개발 경쟁의 시대, 필드 사고의 시대일 뿐만 아니라 경쟁 구도의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이다. 2020년대의 첫해인 2021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국내 3사가 손을 꼭 잡고 가야만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법정 다툼으로 상대방 손을 뿌리친 상태다. 바야흐로 K-배터리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A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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