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HEV 파이터가 아니다
유럽 킹, 美에서는 힘겨운 싸움
2009년 02월호 지면기사  / 글│한 상 민 기자<han@autoelectronics.co.kr>

디젤, HEV 파이터가 아니다

헐리웃 스타 브래드 피트는 BMW 수소차를 탄다. 또 그의 수행원들은 토요타 프리어스를 타고 뒤따른다. 여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는 혼다의 연료전지차를 몰고 다닌다. 헐리웃에서  멋스러움과 성능을 강조해온 자동차 메이커들의 마케팅에 언제부턴가 HEV, 연료전지차 등의 그린 이미지 빌딩이 추가됐다.
유럽의 신차 판매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중적인 디젤차도 미국에서는 HEV와 같이 보기 드문 친환경차로 분류된다. 아카데미 어워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나오미 왓츠(‘킹콩’의 주연배우)는 지난해 가을 그녀의 40번째 생일 파티에서 배우자 리브 슈라이버에게 깜짝 선물을 받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ML320 BlueTEC이었다. 벤츠는 지난 연말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의 카일 맥라클란, ‘섹스 앤 더 시티’의 킴 캐트럴 등 텔레비전 스타들과, 게리 올드먼, ‘오페라의 유령’의 에미 로섬 등 스타들이 LA에서 블루텍을 몰고 있다며 클린 디젤의 미국시장 상륙을 알렸다. ‘킹콩’, ‘X맨’ 등으로 유명한 왓츠 커플 역시 다른 헐리웃 스타, 뮤지션들처럼 더 나은 연비효율, 주행성능, 럭셔리함에 친환경적 이미지까지 갖춘 차를 찾았고 블루텍을 선택했다. 에미 로섬은 “내 ML320 블루텍은 벤츠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럭셔리함은 물론 HEV와 비교할 수 있는 연비효율, 친환경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일곱 번의 그래미 상 수상자인 엘라니스 모리셋 경우는 지난해 발매한 앨범의 첫 싱글 ‘Underneath’의 뮤직비디오에 블루텍을 친환경차의 상징으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Save the Earth”란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돌렸는데, 이 부분의 몇몇 쇼트에서 벤츠 블루텍과 기름 먹는 하마 SUV 차주를 비교했다. 그녀는 정지 신호등에 정차한 SUV에 다가가 윈도 브러시 아래 전단지를 끼워 넣다가 조수석 탑승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블루텍을 모는 여성 운전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 감사하는 모습과 대조시켰다. 모리셋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수송 수단의 환경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벤츠가 블루텍이란 옵션을 제공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비가 친환경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가 친환경차로 대접받는 것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30∼40% 연비가 좋아 온실가스의 주요인인 CO2 배출량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비효율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현재 자동차 기술로 CO2 자체를 연소나 후처리 기술을 통해 저감하는 방법이 없어 연료를 적게 사용해 CO2 배출량을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 뒤늦게 승용 클린 디젤차가 진출하게 된 것은 디젤이 연소방식 특성상 CO2, CO, HC의 배출량이 적은 반면, 질소산화물(NOx)과 입자상 물질(PM)이 다량 배출되는 문제때문이었다. 미국은 그 동안 가솔린 엔진 중심의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배출가스를 강력히 규제했고 기준에 대응 못한 디젤차 판매를 금지했다(그림 1).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민경덕 교수는 “유럽이 연비 규제와 세제 지원을 통해 디젤을 장려했다면 미국은 배출가스 규제를 통해 유럽의 디젤을 견제해 자국 산업보호에 기반한 정책을 드라이브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미국 Tier2 Bin5 인증을 받은 다임러를 비롯한 유럽 메이커의 디젤 엔진들은 후처리 장치를 통해 NOx 배출량을 줄여 Tier2 Bin5를 만족하기 시작했다. 디젤차들은 NOx, PM 배출 문제를 개선하며 미국에서 토요타의 프리어스 등 HEV 만이 누리던 ‘Green Vehicle’이란 타이틀을 부여받게 됐다. 또 HEV에만 적용되던 미국 국세청(IRS)의 세제 혜택도 벤츠 2009 ML, GL, 아우디, BMW, 폭스바겐 등의 클린 디젤차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민교수는 “유럽의 숙원 사업인 디젤의 미국 진출이 시작됐다. 그러나 소비자는 정직하다.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값과 차값인데, 미국 자동차문화 특성상 디젤의 세력 확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토요타의 프리어스 등 HEV 역시 이런 이유에서 친환경 이미지를 통해 한정된 엘리트 계층에 어필했었다”고 말했다.
J.D 파워스는 미국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이 3% 대에서 2015년 11.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번거롭고 비싼

유럽의 디젤은 미국 진출을 위해 값비싼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달아야 했다. 이 기술은 배기 후처리 방식 매연저감 장치(Diesel Particulate Filter Trap, DPF)와 요소수(urea)를 사용한 선택적 촉매환원(Selective Catalyst Reduction, SCR) 기술이다. 이 장치들은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유해 배기가스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NOx 배출을 저감한다. 기본적인 컨셉은 DeNOx 촉매에 저장된 NOx를 환원하고, 다시 연료 중에 포함된 미량의 암모니아 성분을 취출해 SCR로 화학 반응시켜 NOx를 정화시키는 것이다.
디젤차의 배기가스 저감 후처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배기가스 재순환 방식(Exhaust Gas Recirculation, EGR)이고, 또 하나는 유럽 지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SCR 시스템이다. 디젤 엔진은 연료의 연소 효율을 높이면 NOx 배출량이 늘고, NOx를 줄이면 입자상물질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다. 동시에 두 유해물질을 줄일 수 없기 때문에 한 가지를 우선 줄이고 후처리 기술을 이용해 나머지 유해물질을 줄인다. EGR은 연소 온도를 낮춰 NOx를 저감하는 기술인 반면, SCR은 엔진 연소 후에 나오는 NOx를 후처리한다. EGR은 엔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NOx를 저감시키기 위해 연소 온도를 낮추고, 연소된 후에 배출되는 배기가스 중 일부를 다시 엔진 연소실로 보내 유해 물질을 줄인다. 이에 따라 배기가스를 냉각시키기 위한 열교환 장치가 따로 필요해 냉각 용량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러나 SCR 시스템처럼 애드블루와 같은 촉매제가 필요 없어 별도 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반면 SCR 기술은 요소수를 분사 제어장치를 통해 분사시킨 후, NOx를 정화시켜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를 저감시킨다. 촉매장치는 촉매 기능을 활용해 유입된 유해 배기가스를 산화, 환원시켜 깨끗한 연소를 돕는다.
폭스바겐의 제타 TDI는 대표적인 EGR 방식 차량이다. 1,300달러의 연방 크레딧 지원을 받는 제타의 EGR 시스템은 미세 먼지를 잡고 주기적으로 엔진의 공기, 연료 혼합량을 조절해 NOx를 줄인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듀얼 EGR 시스템 채용만으로 NOx 배출량을 60%까지 저감시킬 수 있다. 제타는 올드 스타일 디젤 엔진과 비교해 90% 이상 NOx 배출을 줄이고 있다. 제타는 연비면에서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30% 더 효율적이다. 4-실린더의 폭스바겐, 혼다의 EGR 방식 디젤차들은 1만 마일 주행 때마다 요소수를 주입해야하는 SCR 방식의 불편이 없다.
반면 피에조 일렉트릭 인젝터의 3세대 커먼 레일 시스템을 장착한 메르세데스의 ML320, GL320, RL320 블루텍과 같은 차량들은 엔진 내부에서의 완전 연소를 추구하기 위해 DPF 등 컨버터를 통해 PM을 저감하고 블루텍 테크놀러지인 SCR로 NOx를 80%까지 저감시키고 있다. 촉매환원을 위해 운전자는 1만 마일 주행 때마다 별도의 요소수 탱크에 애드블루를 주입해야 한다(그림 2). 블루텍 시스템에서는 요소수 탱크의 유체 잔량이 1갤런 이하로 내려가면 인스트루먼트 패널 표시등이 차주에게 애드블루 부족을 경고한다. 20번 더 시동할 수 있는 잔량 수준에서 요소수 부족 경고를 시작해 카운트해 준다. 만일 경고를 무시해 요소수가 바닥난다면 애드블루 재충전까지 차 주행이 불가능하다. 애드블루는 일반 기름처럼 충전하는 방식으로 주유소를 통하거나 별도의 팩을 사서 주입하면 된다. 애드블루는 2007년에만 유럽에서 3억 리터가 팔렸다. 평균적인 애드블루 소모량은 60마일 주행 당 0.025갤런으로 7갤런 들이 탱크에 담긴다. 
벤츠와 같은 SCR 방식 차들은 내연기관의 성능과 연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적 선택이다. 강력한 파워를 원하는 운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엔진 효율성을 극대화해 연비를 향상시키고 배출가스를 저감한다. 리카르도 코리아의 박병근 부사장은 “디젤 엔진 자체도 가솔린에 비해 250만원 가량 비싼데, 추가로 배출저감 장치 등의 새 디자인으로 비용이 1,500~3,500달러 더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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